종소리
김경성
어느 해 이른 봄 마곡사에서 범종 소리를 들었다
몸으로 내는 소리 얼마나 아득하게 내 몸 안에 들어왔는지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 때까지 소리의 여운이 남았다
감기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일주일 동안 멈추지 않는 기침
가슴 깊이 상처를 내고 말았다
내 속을 두드려서 밖으로 흘러나오는 소리
상처가 상처를 두드려서 흘러나오는 소리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가슴 아래 명치 끝이 찢어지는 듯 쓰리고 아팠다
기침은 멈추지 않고
너무 아파서 빈 껍데기만 남았구나 생각이 들었을 때
온몸에 전율이 일며
기침을 할 때마다 소리가 점점 더 깊게 몸을 울려 나오는 것이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내 몸의 울림통에서 내는 저음의 소리
몸의 소리를 몸이 들을 수 있었던
가장 많이 아팠던 날,
그제야
제 몸 던져 소리를 내는 종(鐘)의 속마음을 알 것 같았다
출처 : 인디고 블루 잉크
글쓴이 : 프라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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