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숨결이 들리는곳 진안 천반산 시산제 산행 2006. 2. 5. 희미하게 맑음 |
육지의 섬 죽도.
그곳에 가면 당쟁의 희생양이 된 올 곧은 한 선비의 큰뜻이 좌절되어 슬픈 한(恨)이 곳곳에 묻어나는 천반산이 있다. 선조 재위 22년 정여립은 개혁을 주창하던 인물로 조정 대신들의 눈에나 결국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여 진안 죽도에 본거지를 정하고 천반산을 오르내리며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젊은이들과 호연지기를 기르고 훗날 나라에 닥칠 전란등을 대비코져 혹독한 훈련과 정신교육등으로 막강한 군사력을 기르던중 반대파의 역모 술책에 밀려 결국 반역죄로 생을 마감한다. 그는 당시로는 파격적인 개혁사상을 지녀 지금과 같이 귀천이 없는 만백성은 모두가 평등하고 나라의 주인은 군주가 아닌 백성이다 라고 강조한 인물이였다.
특히 천반산과 죽도는 금강 본류로 가는 구량천이 산주위를 돌고돌아 천혜의 요새같고 주변 분위기가 아름다운 동강과 비슷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 가막교 삼거리에서 바라본 천반산 줄기.
오전 8시32분 시청앞을 출발하여 장수 나들목을 나와 26번 국도 진안방면으로 가다가 가막리를 지날때 도로 곳곳이 폭우에 떨어져 나가 위험하다. 늘 말하지만 지자체는 우선해서 도로보수에 예산을 지원하여 다음 장마때를 대비해야 할텐데 저 상태라면 언제 보수가 될련지 한심하다. 10시 37분 삼거리에서 하차하여 좁다란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가니 맞은편에 천반산 자락이 보인다. 파란 양철지붕의 독농가의 처마밑에 메달린 바짝마른 옥수수가 실의와 좌절로 긴 한숨을 내쉬고 있는 우리 농촌실정을 보는것같아 가슴이 아프다. 수마가 활퀴고간 흔적이 산행들머리 과수원과 전답이 흉물로 변해있고 수로는 토사에 막혀 어디다 손을 먼저 대야할지 난감하게 되어있다. 여긴 아마 장마철엔 수마피해를 상습적으로 당하는것 같아 타 지역이지만 걱정이 되는것은 필자 역시 영원한 토종 촌놈이기 때문이겠지...
▲ 처음부터 시작되는 가파른 길. 가랑잎 밟는소리가 정겹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가랑잎 깔린 급경사길은 어느새 이마를 적시고 쟈켓을 벗게한다.
숨차게 능선에 올라 잠시 휴식하면서 내려다보니 허 !이런 꼭 백운산이 있는 동강과 너무도 흡사하지 않는가? 오래전에 설치한 밧줄의 굵기가 얼마나 굵은지 필자같이 손이 작은 사람들은 잡을수도 없다. 산을 다니지 않는 사람들의 발상인지 ...드디어 망루 역할을 한듯한 한림대터에 도착해 바위에 오르니 저 멀리 산릉속으로 두귀가 솟아오른 마이산이 그림처럼 조망되고 우측으론 톱니같은 아홉봉우리 (실제는 10봉우리???)의 구봉산과 다시 한참 우측으로 눈을 돌리면 흰눈 정수리에 이고선 남강의 발원지이며 진양기맥의 시작점인 남덕유산의 위용이 산객들을 압도한다.
물론 장수의 장안산도 눈을 이불처럼 덮고 있다.
▲ 한림대터. 주변 조망이 압권이다.
장안산 조망.
6년동안 변함없이 필자와 함께 산길 열어주신 진주시청 하치구님
▲ 말의 두귀같이 산속에 솟아오른 마이산
▲ 구봉산 조망
한림대터에서 조망을 마친후 성터를 향해간다.
신발등까지 차오는 가랑잎의 폭신함과 발밑에서 들려오는 아삭거리는 소리가 산길 적막감과 무료함을 달래 상쾌하다. 용트림하듯 휘돌아가는 구량천의 강줄기는 큰강 금강을 만나고 그리고 육지의 섬 죽도를 만들었다. 죽도는 천반산 뜀바위봉 줄기 좌측에 있는 섬으로 하류에 댐을 조성하면서 물을 빨리 내리기 위하여 우측 산능선을 폭파하여 잘라내어 생긴 몇안되는 육지속 섬이다.
죽도는 많은수량의 대나무는 아니지만 분명 대나무가 자생하며 섬 자락에 수천평의 밭이 개간되어 보리인지 아니면 밀인지 파란이파리가 봄의 전령이 되고있다. 성터에 도착하니 미리간 회원들이 시산제 준비를 서두르며 건너편 정상까지 베낭을 벗어놓고 다녀오란다.
지난번 답사를 온 박영태대장과 강영복아우만 성터에 남아 제를 준비하고 우리는 천반산 정상을 향해 빠른 속보와 달리기를 병행하여 간다.
정상 못미쳐 푸른 낙랑장송이 있는 전망대의 조망또한 장관이다.
정수리에 하얀눈을 분바르듯 칠한 마이산의 원근감이 주는 느낌은 넉넉함 그 자체다.
왜 산을 타는지 아니 왜 산을 만나려 가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대변해주는 저 여유로운 풍광.
산이 아니면 도저히 느낄수없는 아늑함이 산에는 분명있다. 정상석앞에서 남덕유산과 장안산을 다시한번 바라보고 눈에 담은후 사진한장을 찍은후 성터를 향해 달려 내려간다. 나이 한살을 더 먹었으나 언제나 40대로 산다는 도청 아우의 말에 웃음이 묻어나고... 천지신명과 천반산신께 모두 엎드려 올 한해도 자연산악회와 함께하는 모든 산객들이 무탈한 산행을 인도해 주실것을 간곡히 비는 2006년 시산제가 1시간여 진행 되었다. 경건한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며 산을가는 모든 사람들이 산같은 푸른 건강과 무탈한 산행을 인도해 주실것을 빌고 빌었다.
영원한 특보 도청 아우님
길게 굽돌아가는 강줄기가 참 아름답다.
청정물줄기가 두껍게 얼어 멀리서도 회색빛이 선명하다.
정여립이 말을타고 뛰어 넘었다는 뜀바위 그는 휘하에 있던 장정들이 이 뜀바위를 넘을때까지 반복해서 훈련을 시켰다는 설이 전한다. 정말 자신의 충정과 뜻이 반대파들의 반정이라는 누명에 빛을 잃었지만 훗날 그의 뜻이(대동계)현대 정치의 초석이 되었음은 자명하다.
송판서굴로 일행들이 내려간 사이 좌측에 있는 죽도를 바라본다.
홍수때는 저 작은섬이 떠내려 갈것같은 생각을 하며 암릉지대도 지나 내려서니 강바닥이고 맞은편이 폭파당한 줄기로 남아있는 직립한 바위 끄트머리에 푸른솔이 숱한 풍상을 겪고 의연히 그 자태를 뽐내며 기품있게 내려보고 서 있다.
▲ 죽도. 수천평의 개간된 양지바른 밭에 파란 이파리가 봄의 전령이 된다.
손으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가며 냇가를 건너자 안개꽃피듯 하얀 추억들이 영상이 되어 다가온다.
모두들 빙판에 서자 유년의 시절로 빨리 돌아간다.
여호영 산행대장은 얼음판 위에서 축구 국가대표 골 세러머니를 연출해 박장대소 하게 만들고 부부사이가 친구처럼 친해 부럽기 까지한 김재순 총무내외는 어느새 드라마 한편을 찍고있다.
이를 시기라도 하듯 서 총무는 여 부회장의 손을잡고 빙판위를 미끄러져 간다.
누가 구해온건지 빙판보트를 급조한 박 대장이 아이젠을 착용한후 필자와 도청아우등을 타라고 하더니 빠르게 끌어간후 보트를 흔드는 바람에 탑승한 전원이 빙판길에 나딩굴어 모두들 배꼽을 잡고 웃었다. 첩첩산중속 천반산 아래 옥수같은 구량천의 빙판을 어느 실내 링크장이 따라 갈것이며 이런 추억의 맛을 볼수나 있을까? 정말 자연이 주는 이 아름다운 선물을 산을 만나려 가지 않으면 감히 받을수 있을까? 진안까지 왔으니 마이산 밑에라도 가 하산주를 마신후 귀가 하자고해 버스를 타고간다. 이내 해는지고 어둠이 밀려온다. 새들도 울음울어 가족을 불러 집으로 가고 산객도 걸망을 추스리며 기 있는 천반산을 가슴에 담고 그리고 차창으로 멀어지는 마이산과도 잠시 헤여진다. 2006년 시산제산행에 성원을 이뤄주신 일일회원님들 많은 식구들을 위해 소고기국을 끊여오신 가로 숯불갈비 김여사님. 시산제 음식 철저히 준비하신 구인혜부회장 서성배.김재순총무 그리고 3 산행대장(여.박.이)그 외 운영위원 여러분과 명예회원이신 경남도청 아우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3월 창립6주년 기념 산행때 만나뵙기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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