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수많은 흔적을 내는 덕유산은 선명하게 보이는 산수화보다는
수묵담채화로 긴 겨울을 보낸다.
甲辰年
용의 해
청용의 기운을 느끼려 용의 해에 태어난 세남자가 새벽길을 나서 지루한 줄 서기로 초장부터 진을 빼는 곤돌라 승강장에 도착하니 역시 매표와 탑승은 작은 고통이다.
긴 기다림속에 우연히 중학교 동기(한만. 윤익)둘을 만났다
그 반가움이야 표현하기 매우 어렵다.
44명의 한양 사람들과 함께 온 동기들과 노선이 달라 헤어지고 곤돌라로 설천봉을 올랐다
하늘은 열리지 않았고 강풍은 아니지만 바람은 어김없이 나무가지에 꽃을 피운다
덕유의 겨울을 느껴본지가 언제이던가
세월의 무상함에 구상나무들의 자태도 몰라보게 변해있어 지난날의 기억이 아슴하다.
산은 늘 잡다한 세상이야기는 듣지 않을려고 세상소리는 기다란 등줄기로 막아선다
산은 들꽃들이 슬프지 않도록 보듬고 앉아 엄동을 온몸으로 막아 꽃을 피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