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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황석산

황석산(1,190m)은 우리가 사는 고장과는 지척에 있는 함양군 서하면에 위치한 품격있는 산으로 민족의 허리 백두대간 줄기에서 뻗어내린 장중한 산 금원.기백.거망산중 가장 끄트머리에 불근 솟아오른 명산이다.

삼국시대때 부터 산성을 축조할 정도의 전략 요충지였으며 임란때는 왜군과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곳이고 정유재란때인 1597년엔 왜군이 다시 침입하자 조방장 백사림이 성을 포기하고 도주하자 함양군수 조종도.안음현감 곽준이 끝까지 싸우다 전사한 사적 제322호로 지정된 황석산성이 정상 바로 아래에 있어 문화체험의 장이 되기도 한다. 

 이곳 함양은 소백산맥의 줄기에 속해 있는 고장으로 전형적인 산간분지를 이룬다. 백두대간의 문경지방이 큰 산줄기를 형성하여 중부지방의 산악명소로 크게 알려진 곳이라면 이곳 함양 역시 지리산이 있는 산청 구례 하동과 더불어 남도지방의 대표적인 산악 중심도시로 그 터를 잡은곳이다. 

물론 외지의 산꾼들이 자주찾는 지리산과 덕유산이 있으나  영.호남의 산꾼들에게는 이미 명산으로 검증된 산이다. 또한 황석산과 거망산은 울창한 산림과 작은 용아릉을 연상 시키는 암봉, 광활하게 펼쳐진 주릉은 물론 주변 금원 기백 덕유의 웅장한 산세 또한 산행내내 압권으로 다가온다.

거망산 밑 억새능선은 가을산행의 대미를 장식하고 황석 철죽은 봄날 그 은은함을 유별나게 자랑한다. 또한 동절기엔 적설량이 많아 환상적인 설경이 가히 지리산과 버금간다고 해도 아무도 시비를 걸 사람은 없다. 예전 부터 믿지 못할것이 대한민국의 기상청 예보 일주일은 고사하고 사흘간도 그 정확도는 50%도 못 미칠 지경이니 요즘 날씨가 더욱 그렇다. 장마가 끝났다고 한지가 언제인데 아직 까지도 빗줄기는 오락가락하고 게릴라성 호우는 산꾼들 간담을 서늘케한다. 일요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거라는 전날까지의 기상예보로 필자는 또 잠을 설쳤다. 이번까지 정상적인 산행을 못한다면 내리 3개월째 집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에 날은 밝았고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는다. 정각 8시30분 출발하여 용추계곡을 갈 예정 이었으나 그넘의 입장료 때문에 안의골 황석산 수련장에 하차하여 산행을 시작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화림동계곡 곳곳에는 야영한 피서객들이 계류에 몸을 맡기고 일상을 잠시나마 잊고 있었다.

 


                                                            황석산 수련원 주차장

 

산으로 들어서자 마자 향긋한 풀내음이 이내 정신을 맑게하고 20여분쯤 걸었는데도 습도가 높아 이내 땀이 온몸을 적신다.  오늘 산행에 오신분들은 산행경력이 많아서인지 모두들 대단히 빠른 속력으로 오름길을 오른다. 이대장에게 선두의 보폭의 속도를 좀 줄이라고 했지만 이미 시동걸린 발걸음을 제어 한다는것은 불가능한 일 아닌가?  필자도 40여분 빠른 속도로 선두를 유지해 가다가 휴식하면서 베낭을 열어보니 3일간 얼려 두었던 물병이 없다. 물 한방울 없이 저 오름 계속되는 정상을 오른다는것은 무모한짓이라 할수없이 평소 여름 산행시 물은 피와 같다며 충분한 식수를 준비하는 영원한 산꾼 박영태 대장에게 무전을 쳐 물좀 가져 오라고 했더니 이 사람 빠르기도 빠르다. 체5분도 걸리지않고 물을 가져왔다. 오름은 계속되고 땀은 비오듯 전신을 적신다. 참고로 청소년 수련원에서 정상까지는 거의 능선길이 없는 오름만 계속 되므로 유의바람,

400고지 능선에서 총무가 건네주는 막걸리가 약수보다 더 맛이 나는것은 엄청 쏟아낸 땀 때문이리라 농월정이 있었던 화림동 계곡으로 황석산의 맑은 옥류는 쉼없이 내려간다. 오름을 즐길줄 알아야 진정한 산꾼이다. 필자가 산을 사랑하는 지인들에게 늘 들려주는 메세지다. 오름을 그것도 긴 고통의 오름을 체험해야 내림의 편안함을 몇배 더 느낄수 있어며 삶에 대한 애착 또한 더 커진다. 필자는 오름을 내림보다 더 사랑하는것은 고단한 내 삶을 닮았기 때문이다. 500고지를 힘겹게 올라 푸른능선을 보자  일시에 피곤함도 사라지고 하얀 면사포를 반쯤 쓴 정상이 우리를 내려다본다.


                                                          운무에 살짝 가려진 정상부근

드디어 정상.

물결처럼 다가오는 감동과 환희 그래서 정상에 선 사람들은 모두가 동안의  미소녀.소년의 모습으로 흥분되어 필자의 카메라 앞으로 다가선다. 맞은편 금원과 기백산의 장중한 산줄기가 고통의 진양기맥 종주길을 기억해 주고 녹색 융단속에 솟구친 산성과 또 하나의 산성으로 축조된 기암 암벽이 천혜의 요새로 조화롭게 이루어져 비겁한자 도망자만 없다면 수천일이 가도 함락 시킬수없는 철옹성이 여기에 있었다. 그 옛날 산성의 자태와 초개와 같이 목숨버린 민초들의 함성은 역사속으로 총총히 걸음마로 사라져 갔지만 오늘도 그 기상을 가슴속에 담으려는 또 다른 민초들이 산과 성을 내리내리 밟고간다.

황석산은 산중의 산속에 사람들을 고립시켜 행복한 감금을 시키는 첩첩산중의 산으로 그 어느산 보다 정상이 너무 아름다운 몇 안되는 산이다.  여기를 중심으로 동서에 깊은골을 만들어 생명의 젖줄을 내려 보내니  생명의 산이요 보란듯이 이로운 산이 아니던가?  외롭다며 아우성치는 거망산을 잠시두고 발아래 성벽에 앉아 정넘치게 점심식사를 한다. 뜬금없이 화림동계곡으로 황석 거북들이 새끼를 등에업고 내려갈 준비를 하므로 우리도 그 광경에 놀라 모두 일어섰다.

 


                                                    황석산성과 또 하나의 성벽 암릉

 

 

 

 


                                                황석 거북들이 일제히 계곡을 향해 내려 설려고 한다.

 

유격훈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 조교 이일용 산행대장

행복한 점심시간은 잠시였다.

능선을 타고 오르던 우리는 용아릉을 닮은 북봉의 고난도 암봉앞에서 각가지 재주를 부리며 암릉을 탄다. 2번이나 이 코스를 답습한 숙달된 조교 이일용대장이 선택한 오후 프로그램이다. 난이도는 정확하게 별5개 발아래는 천길 낭떨어지고 진초록 의 물결이 우릴 조롱하듯 비단처럼 깔리어 가을을 예고하고 있다. 높은 산 아래는 아직도 성하의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산 정상은 여름날의 마침표를 찍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거망산 밑 억새능선은 진한 빛깔의 대궁속에서 하얀꽃을 밀어올릴 태세를 갖추고 부는 바람에 무리지어 흔들린다.  아직은 위험한 암릉코스다. <기백산 군립공원에 속한 산이라면 튼튼한 밧줄과 약간의 안전장치를 설치하는게 좋을것 같다. 아무튼 동절기때는 이 구간은 절대 엄금함.> 거망산 밑 억새능선 공터에서 후미 산행대장을 기다리며 눈을 잠시 감아보니 1154봉에서 뒤돌아 본 황석산이 아른거린다. 가파른 비탈길과 서너번의 징검다리 계곡을 건너 밑으로 내려서니 웅장한 물소리 들리는 용추사 계곡이다. 백숙 솥 걸어놓고 보신한다며 남녀가 어울려 치는 고스톱 화투판이 동산에 보름달처럼 둥글게 보여지니 아이구 또 속세구나 / 글. 그림. 기산들



     

 



 

 




황석산 정상에 선 사람중

 






함께왔던 오름길 그리고 북봉암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