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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숨소리로 달려간 남원 만행봉

 
거친 숨소리로 달려간
남원 만행산 천황봉(909.6m)
인간만큼 간사스럽고 용열하고 자기 중심이며 비겁한게 또 있을까? 필요하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폭력이 이곳에서도 자행되고 있다. 산. 거대한 또 하나의 산이 인간의 욕심앞에 또 무너지고 있다. 육중한 굴삭기는 산을 야금야금 깔아뭉개어 가며 기어오르고 고즈녁한 산사의 풍경소리는 굉음에 시달리다 아예 그 소리마져 들려주지 않는다. 2005. 1. 9. 임금이 산명을 하산한 만행산 천황봉 산행은 초입부터 저수지 공사로 산이 힘없이 무너지는 공사현장을 지나면서 시작 되었다. 차에서 내리자 삭풍은 손끝을 아리게 한다. 며칠전 내린 잔설이 발길을 더디게 하지만 코끝에 다가오는 산내음은 불황속에 사는 속세의 인간들 정신을 맑게해준다. 초입부터 비탈길은 시작되고 거친 숨소리는 살아있음을 입증이라도 하듯 연신 가쁘게 귓전에 들려와 산이 안기는 기분을 어디에 비교해야할까? 필자의 앞으로 산길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너무 조용하고 간간히 북풍이 불어 숨다한 억새 대궁만 흔들어 놓고 간다. 기분좋게 전신에 땀이 번지고 무념의 산객발길은 눈위에 발자욱 남기며 상서바위와 천황봉으로 가는 능선에 올라있다. 산은 잠이들었고 산객은 동면에 든 산을 깨우지 않을려고 조심하며 걷고...

 

▲ 상서바위봉 쪽에서 본 천황봉원경. 예사로운 산세는 아니다.

산은 믿을수 있다. 산은 먼 그리움을 솟게하고 만남의 의미를 부여한다. 산은 인간처럼 교묘하게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이용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산은 처음이나 나중이나 늘 그자리에서 사람과 초목. 비와 눈. 바람을 다 맞아들인후 떠나는이들 에게 맑은 마음과 건강한 육체를 공평하게 나눠준다. 능선에는 제법 많은양의 눈이 깔려있고 정상을 오르는 가파른길을 오를때는 여간 조심을 하며 정상에 올랐다. 혼자서 먼저 오른 정상은 언제나 적막이 감돈다. 언제나 느끼는거지만 정상에서 사방을 조망하는 기분은 산을 오르지 않는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수가 없을것이다. 필자는 한결같이 산을 갈때는 큰 산이든 작은산이든 모두 흥분과 설레임 보고픔으로 만난다. 멀리 상서바위봉쪽 능선이 마루금긋고 서있고 발아래 너른 들판이 고향집앞 기산들 같은 느낌에 정겹다. 이어 일행들이 도착했고 우리는 다시 상서바위봉쪽을 향해 내려선다. 정상 바로밑 비탈길을 내려서자 남원지역 등산객들을 만나고 필자 산악회에 참가했다는 한분과 함께 능선길 재촉하여 잔설있는 무덤가옆에 자리를 잡고 빙 둘러앉아 반주 곁들여 점심을 먹었다.


 

▲ 정상에서 본 상서바위봉 능선. 긴 겨울잠에 든 능선이 적막하다.

상서바위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모르겠지만 왕이 신하들과 올라 망중한에 빠질만한 터도 있고 아찔한 절벽 아래에 봄이면 분홍 철쭉이 함초로히 피어 잊혀진 추억이 뭉실 떠오를것 같다. 하늘만 쳐다봐도 가슴 뭉클해지던 시절이 모두에게 있었다. 산은 아름다운 빛은 없지만 다시 만나고 싶은 얼굴처럼 겨울산은 화장기 없는 여인의 얼굴이 아니던가? 10여분간 상서바위에서 명상수행을 하고 다시 내려선다. 저 만치 검은 일상이 보여 다시 조바심 생기지만 내 다시 아니 걸을수 있는날까지 산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으니 시방 하산한들 무슨 대수겠는가? 제법 긴 계곡을 내려가고 얼음밑으로 수정처럼 흘러가는 은빛 물이 산 그리움이 아닐까 ?

 

가시는길
천황산을 찾아가는 거점은 전주, 남원, 장수가 된다. 영남쪽에서는 대전~진주 고속도로나 88고속도로를 이용해 장수나 남원으로 가고, 대전 이북에서는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먼저 장수로 가는 것이 편리하다. 전남에서는 남원을 거치면 된다.
남원쪽에서는 721번 지방도에 들어서서 북으로 가다 보절면 소재지를 지나 도룡리 벌촌에서 용동 또는 보현사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된다. 보절면 일대에서는 삼각봉인 천황봉의 모습이 잘 보인다.
전주쪽에서는 남원으로 가는 17번 국도를 타고 가다 오수(전북 임실군 오수면)를 지나 이어 덕과(덕과면 소재지)를 지나자마자 보절면 안내 표지가 있는 첫 신호등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아 들어간다. 보절면 소재지에서 721번 지방도로 들어서서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벌촌에서 용동 보현사로 들어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장수에서는 13번 국도를 타고 비행기재를 넘어 산서면 소재지에서 남원으로 가는 721번 지방도로 들어서서 가다 역시 벌촌에서 용동으로 들어간다.
 


 


▲ 상서바위봉

 

▲ 능선에 산객들이 보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