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트림하며 지리를 향해가던 대간줄기는 눈덮힌 덕유산을 뒤로하고 동업령을 숨가프게 지나면서 남덕유
의 거친 솟구침에 잠시 호흡을 고르며 휴식하다가 곁가지 하나를 치니 진양(진주.남강등)기맥이다.
남덕유의 참샘(지리산 천왕봉 참샘.모두 서부경남의 젖줄 남강의 발원지)은 가는 물줄기를 아래로 쉼없
이 내려보내 넉넉한 남강을 만들어 생명수가 되니 산은 뭐라해도 우리 생명의 근원이다.
2003년 4월 내 고장 산줄기부터 알고 난후 국토의 맥을 밟는것이 순리인것 같아 별 준비도 없이 무모하게
도전했던 진양기맥. 그것은 지금껏 필자가 산길을 걷던중 가장 힘든 고행의 산길이 아니었을까?
오늘 문득 그 산길이 그리워 남령을 향해간다.
절기로 대한(大寒)이지만 추억을 찾아가는 산객의 마음을 아는지 넉넉한 볕이 산야를 적셔 따뜻하다.
남령에서 남덕유산을 오를려던 마음은 어느새 독수리 부리를 닮은 수리덤으로 향하고 어둠속에서 만났
던 월봉산이 그리워 칼날봉으로 발길을 옮겨간다.
참 그 사이 남령도 많이 변했다.
하봉에서 급하게 내려와 급경사 절개지에서 발길이 멈칫하던 남령은 함안군 과 거창군 북상면의 경계
지역으로 쓸쓸하기 그지없던 고갯마루에 거창군에서 설치한 거창 13경과 월봉산 등산안내의 입간판이
정겹게 서서 산객을 반긴다.
▲ 남령. 좌측 오름길을 오르면 하봉을 지나 남덕유산으로 가고 우측으론 월봉산 금원 기백산으로 간다.
남덕유산에서 시작한 진양기맥은 그 기세도 당당하게 커다란 산줄기를 펼치며 남령을 향해 힘차게 내려
와 날선 칼날봉을 만든다. 코가 잔설에 닿을듯한 오름길은 이내 등짝에 가볍게 땀이 적시고 된비알길과
몸을 뉘이듯 오르락 내리락하는 암릉구간을 지날때 고통에 괴로워했던 그때가 사무치도록 생각난다.
칼날봉에서 바라본 덕유의 산줄기 저 끄트머리 향적봉 정수리에 잔설이 자리잡아 아득하고 월봉산 건너
수망령위 금원산과 기백산이 준령들을 거느리며 이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응달 잔설이 산객 발소리에 바람꽃으로 피어 산죽의 푸른잎을 더 빛나게해 신선하다.
두려운 마음으로 길만 재촉해 이 길에 칼날봉이 있는줄도 몰랐다.
이름에 걸맞게 날선 봉우리가 하늘을 향하고 멀리 장안산릉들이 덕유를 향해 줄달음쳐 온다.
월봉산 가는길은 험하다.
급경사 비탈길과 오름 그리고 몸을 기듯이 해야하는 곡예에 가까운 암릉구간은 무릅에 선지피를 돋게
하지만 월봉산 너머 수망령위 금원산과 기백산이 무시로 유혹을 한다.
칼날봉에서 본 남덕유산줄기.
월봉산 저 너머 기백산도 아득하다.
금원산&기백산.
월봉산.
수리덤을 지나 눈덮힌 암릉구간에서 산객은 발을 멈춘다.
향적봉.동업령.남덕유.장안산릉과 지리의 영봉들 그들이 펼치는 일망무제의 산 출렁거림에 숨이막혀
더는 갈수가 없어 걸망을 내리고 묵상에 잠긴다.
산은 만나지만 그리움은 더 하니 아직 다 만나지 못한게 산 그리움이다.
낭랑한 시 읖조림이 바람소리 따라 들려올것 같은 거연정.
함양은 선비의 고장답게 오래된 정자가 길손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고운 달빛이 물에 비춰 선남선녀의 애간장을 태웠을 일월대와 정자가 한폭 그림이지만 주변 식당등으로
분위기를 망쳐 놓았다. 도대체 지자체는 정자와 100여미터도 떨어지지 않은곳에 식당 허가를 내준건지
정말 한심한 짓이 아닐수 없다.
동호정.
100여명도 넘게 둘러앉아 풍류를 즐길만한 너른 암반을 가진 동호정.
바람꽃처럼 소리없이 떨어져 계류의 물살에 떠 내려간 시 구절은 과연 얼마였을까?
여기도 닭집(식당)건물이 50여미터에 있어 안타깝다.
몇해전 안의골 농월정이 방화로 불에 타 흔적조차 없어져 아쉬움이 늘 남는다고 했다.
함양군은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정자보호 및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 주길 부탁 드리고 싶다.
용추계곡 용추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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