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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나들이

팔랑치의 아침

팔랑치의 아침
[글.사진 / 기산들 2010. 5. 29.]

  

  새벽2시34분 마음이 조급하다.

  후다닥 출사채비를 하고 물병만 챙긴후 시동을 건다.

  무섭도록 고요한 고속도로, 그 새벽길을 깨우는 사람은 다름 아닌 서울을 향하는 화물차의 소음과 불빛이다.

  산청을 지나 생초나들목을 나오자 "구제역"파동으로 차량에 소독을 하는 방제원의 느린 몸놀림이 계속되는 업무로

  무척 피곤해 보인다. 황매산의 철쭉화원이 끝나면 대간길 지리의 정령치에서 바래봉으로 향하는 길목에 분홍융단을

  펼쳐놓은 천상화원 팔랑치의 군무가 생각나 어제밤 잠자리에 들면서 새벽에 잠이깨면 가보리라 한것이 오늘 번개

  출사길이 되었다. 아는 여인이 늘 그리던 흙피리의 본향 길상사를 지나고 남원시 산내면에 들어서자 아침이 부시시

  잠을깬다. 산중의 고독하던 작은 마을은 "철쭉"때문에 호사를 한건지 몇년전 초막과 스레이트 3칸집은 때깔도 고운 

  집들로 변해 오지를 체험하려는 여행객들과 산객들에게 대금만 지급하면 따뜻한 아랫목도 내어준다.   

 

   해뜨기전 팔랑치에 도착 할려는 조급한 마음은 겨울내내 언땅과 설한풍을 견뎌 5월 분홍빛 자태로 빛나는

   철쭉화원을 만나기 위함이다. 선잠 설친 필자의 심장은 더 없이 급하게 박동하고 등 떠밀려 저만치 핀 

   이름모를 작은 야생화의 떨림은 고산 높은곳에서 돌돌돌 흐르는 작은물이 모여 계곡의 고요를 깨는 계류처럼

   화들짝 정신을 들게한다. 이런 ! 십수년을 산을 달리던 강인한 체력은 바닥이 난건지 오르막을 오를수록

   숨은 턱에찬다. 등뒤로 야속한 해가 시커먼 산봉우리로 불끈 올라와 필자를 조롱하니 팔랑치 먼당을 눈앞에 둔 

   필자의 마음이 왜 이리도 조급한건지...   

        

   아뿔사 숨 다했다.

   천상화원의 분홍물결은 모두 정지 되었다.

   운명이 바뀌는것처럼 팔랑치는 감쪽같이 꽃잎을 벗어던지고 태풍이 활퀴고 간 자국처럼 흔적만 남기고 있다.

   타고난 게으름이 5월의 분홍바다에 멱한번 감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왁자해야될 봉우리에 적막감이 돌고 저만치 인기척이 나 돌아보니 필자처럼 삼각대를 멘 작가들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하산할 채비를 한다.  이들의 표정에선 분명 숨다한 철쭉화원의 아쉬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문득 어느 글귀가 생각났다.

   여행은 무조건일수록 좋다. 되도록 단순하고 가볍게 떠나라.

   허지만 과연 우리들의 여행이 단순하고 계산없이 떠나는게 있을까? 유익할 것인가? 구태의연한 여행이 되지않을까?

   고민하면서 떠난다. 그러나 촬영여행은 실망과 실패가 있어도 일방적인 허무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철쭉이 없으면 어떠라 --

   그를 대신할 순간의 찰나는 있다. 운봉읍 뒤 곁가지를 친 지리의 능선에 운무가 그것이고 세걸산과 정령치의

   능선이 그것이다. 수많은 순간의 이미지가 길위에서 그리고 이 산길에서 만나 기억하게 한다.

   그리고 간혹 필자처럼 시기를 놓친 사람들의 탄식이 저절로 셔트를 누르게 하지 않는가? 

   다시 느끼지만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다울때가 이른 아침 상기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는 모습이 아닐까?

 

 

    꽃은 어김없이 내년에도 이 자리에 필 것이다.

    척박한 땅속에서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고 변해가는 환경이지만 은근과 끈기로 버리고 얻기를 반복하며 

    5월 팔랑치 능선에 화려한 분홍바다를 만들어 줄 것이다.

    지리의 맑은 기운이 속세의 더러운 기운을 몰아낸다. 

    오늘 나는 철쭉이 떠난 팔랑치에서 장대한 지리산과 교감을 갖고 한가로히 스트레스를 푼다.

    평생을 지리산만 앵글에 담는 노 작가의 마음은 아마 지리산에 다 뼈앗기지 않았을까? 

    그림같은 초록의 능선에서 산그리메를 담는 젊은 사진가들의 열정이 지리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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