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하의 계절이다. 장마가 주춤해지고 연일 폭염이 계속되자 계곡과 바다 그리고 강에는 연일 피서인파로 시끌하다. 고단한 일상 그래서 일탈을 꿈꿔온 사람들은 사치스러운 여유를 찾기위해 길을 나서보지만 발길 닿는곳마다 사람들로 붐벼 마땅히 쉴만한곳을 찾기가 힘이든다. 모두가 접근성이 용이하고 발품 덜 팔곳을 찾다보니 결국 사람들로 포개지고 엉키는곳으로 모여들게 마련이다. 또 한 사람들은 계곡과 바다 그리고 강에 몸을 담구는것이 제일 좋은 피서로 생각하지만 한땀 야무지게 전신을 적시며 정상에 선 사람들의 쾌감은 그기에 비할바가 아니다. 필자는 자신의 몸짓보다 더 큰 걸망을 메고 비지땀을 흘리며 오늘도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곳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와 여유가 한줌 바람이 되어 포근히 전신을 감싸주기 때문이다.
오늘 필자는 원시의 모습을 지닌 "지장골"을 찾았다. 산수 수려하고 자연경관이 뛰어난 선비의 고장 함양군 안의면 소재 황석산과 거망산 사이로 쉼없이 맑은물을 용추로 내려보내는 지장골은 골 옆으로 난 산길로 많은 사람들이 위 두 산을 오르고 내리지만 산 7-8부에 속한 계곡은 사람 접근하기가 아주 불편해 골은 원시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고있다. 지리와 설악의 계곡이 웅장하여 사람들을 주눅들게 하지만 지장골은 규모는 적지만 수십개의 소폭과 담 그리고 이끼들이 원시림과 함께 속살을 숨긴체 살아 간다.
쉼없이 요동치며 흘러내리는 계류소리만 들어도 금방 오감이 짜릿해지고 목덜미가 시원해진다. 7-8월엔 계곡 트레킹이 제격이다. 길이없는 계류를 따라 오르는 계곡 트레킹은 강인한 체력과 인내가 요구되고 특히 칼날같은 바닥과 미끄러운 바위등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지만 산행의 참맛은 일반산행과는 비교도 할수 없는 스릴과 만족감이 있다. 요즘은 계곡 트레킹용 센달들의 품질이 아주 우수해 안전하게 계곡을 오를수 있다.
찬 냉기가 얼굴을 감싼다. 억겹의 세월속에 터 잡은 이끼는 쉴새없이 쏟아지는 계류를 품고 걷는것을 포기한체 산다. 비스듬히 드러누운 원시목은 더는 모진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지만 그곳을 발판삼아 긴 줄기를 늘어뜨린 다래의 잎들이 뭔가를 깨우치고 있는듯 심각한 표정이다. 이 여름 지나고 가을이 오면 사람 손 타지않은 열매는 계류를 따라 우리집 마당까지 올수 있을까? 감질나도록 줄기가 잎이 참 실하다.
계곡엔 햇살도 쉬이 내릴수가 없다. 터널같은 어둠속에서 번득이는건 포말지은 계류, 덜깬 눈도 이곳에 발을 담그면 화들짝 정신이 번쩍들고 오금이 저리도록 시리고 아프다. 예전 군 복무시절 부대옆 오계탕계곡에 물속에 1분만 서 있으면 막걸리 3되를 산다는 전우의 말에 까짓것 아무리 차거워도 1분을 못견뎌 하고 들어갔더니 30여초도 견디지 못하고 사색이 되어 물밖으로 튀어나온 기억에 미소가 뜬다. 속살깊은 계류는 어디든 차겁다는 사실을 산을 만나면서 나는 알았다.
계곡에서 소 와 담 폭을 만나면 나름대로의 전설에 빠져간다. 그 중에서도 달밝은 밤 천상의 옥황상제 딸 선녀가 두레박을 타고 내려와 목욕을 하고 간다는 선녀탕은 대한민국 계곡마다 한곳쯤은 다 있지 않을까? 댓잎스치는 바람소리로 들렸을 선녀의 옷벗는 소리며 달빛을 받아 박꽃보다 더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목욕을 하는 선녀의 나신을 훔쳐본 나뭇꾼 총각의 몰안은 지금도 마른침이 넘어가는 대목이다. 지장골도 선녀 3-4명이 목욕하다 간 탕이 있다.
계곡은 오를수록 박진감이 있어 좋다. 절벽을 타고 오를때의 스릴은 계류의 냉기처럼 등짝을 오싹하게 하지만 혼자 탯줄을 짜르는 산모의 고통과 안도과 함께 있어 언제나 신선하다. 요란하게 귓전을 때리던 폭의 요란함도 거슬려 오를수록 작아지다 점차 사라진다. 옹달샘보다 더 적게 흐르는 이 작은 물줄기가 모여 산 아래 수만 사람들을 보듬는 용추계곡을 만드는 지장골 그 의 인내와 마르지 않는 물줄기에 찬사를 보낸다. 밀림을 헤치고 능선에 서니 바람이 꽃처럼 달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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