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은 뭐라 해도 우리 민족에겐 대명절이다.
혼잡한 객지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을 밤새 불 밝히며 기다리는 부모들
차들이 밀리고 밀려도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시간도 제어할 여력을 갖지 못한다.
마치 중한 것을 놓치면 끝없이 후회하는 것처럼...
그렇게 밀리고 시달려도 참고 견디며 길게 늘어서서 가는 길이 명절 귀향길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오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지난해 추석과 오늘 설에 멈추기를 주문했다.
변변한 학교 수업도 대면의 과외도 없이 수능을 치른 외손녀의 고단함을 위로할 절호의 기회를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19로 잃고 만 것이다.
보이지 않는 그 무서운 힘에 나약하게 지배당하고 있는 인간이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기에
나는 큰댁에 차례를 취소할 것을 권유하고 가족모임을 원천 봉쇄하는 결단을 내려 각자의 집에서 조상과
고향을 그리워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 아침 이웃에 5인은커녕 50명도 넘는 대 인구가 종갓집에 모여 있는 걸 보고 계획이 필요 없는
가난뱅이의 삶이 문득 생각난 것이다.
신념이 있다면 어떠한 한계도 뛰어넘는다는 나폴레옹 힐의 글이 생각나는 설날 아침이다.
이틀 전 그 집 장손에 올 설 명절엔 친지들의 방문을 제한해 보라고 분명 말하였건만 필자의 부탁은 공이 되었다.
바위틈새와 도저히 생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의 척박한 박토에 가녀린 몸으로 피어 변함없이 새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바람꽃의 강인함을 사랑하는 내 손녀들에게 오늘 아침 보낸다.
'☞ 살며 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만은 넉넉한 한가위 되시길 빕니다. (0) | 2021.09.17 |
---|---|
모닝 글로리 (0) | 2021.08.02 |
다시 새해가 시작 됩니다. (0) | 2021.01.01 |
또 한해를 보내며... (0) | 2020.12.31 |
가을 끄트머리 촉석루 (0) | 2020.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