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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산길에서

월각산엔 아직도 만나지 못한 그리움이 있습니다.

무심한 하늘.그리고 허풍센 방송사들의 기상 케스터. 이들이 벌이는 책임없는 원맨쇼는 고스란히 산행

집행부에게 갈등과 고민을 안겨준다.

연일 집중 호우가 전남.북 지방에 쏟아질거라는 각 방송국 기상 케스트의 말장난에 시청앞의 각 산악회

차량들은 텅텅 비었다. 어렵게 찾아낸 저 아름다운 산을 보여주지 못하는 필자의 마음은 매우 불편하다.

결국 버스를 돌려보낸후 모처럼 찾아오신 일일회원님 까지 돌려 보낼려고 하니 미안한 마음에 얼굴을

마주 볼수가 없다. 마지막 까지 남은 회원님들 봉고차에 태우고 남해 고속도로에 진입하니 망할넘의

장대비가 차창을 사정없이 때리고 막상 비맞고서라도 산행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던 회원들의

얼굴에도 조금은 우려가 보여진다. 그러나 필자는 늘 그랫듯이 산행지에 도착 하면 비는 그치고 X켄버스

에 전개되는 디지털 고화질의 영상처럼 산은 부드러운 안개를 뚫고 우리 눈앞에 그 장중한 모습을 비춰

줄것이라 정말 믿어 의심치 않았다. 2시간 20여분을 달려 11시20분경 밤재밑에 도착하니 정말 거짓말

같이 비는 그쳐 있었고 "아니 이곳은 밤새 단 한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았나보다."   

밤재를 사이에 두고 땅끝기맥에서 약간 벗어난 우리가 오늘 오를 월각산과 좌측 땅끝기맥상에 솟은

별매산이 도토리처럼 키를 재더니 모습까지 견주며 서로 얼짱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한편의 활동사진으로

다가온다.

 

 


짙은 초록의 묘지를 지나 가파른 산길에 들어서니 이내 거친 숨소리가 건강하게 살아 있음을 전해주니

정말 기분좋은 산길이 아닌가? 산죽 터널을 지나고 산나리꽃의 환영속에 길 재촉하니 자귀꽃은 회색

하늘을 보고 도래질 하며 또 한개의 그리움으로 붉게피어 월각산 능선에 실낱같은 눈물을 뿌리고 있다.

온몸을 적시며 242봉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착륙을 기다리는 비행장 활주로 처럼 일직선 으로

달리는 해남가는 도로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오고 월평제(저수지)와 송월제 그리고 월송제 는 황톳물을

가슴 가득담고 장마와 씨름한다. 그리고 도봉산의 한 부분처럼 거대한 암봉이 눈앞 에 펼쳐지면서 본격적

인 411봉까지의 암릉산행이 시작 되었다.

 

 

 

바위에
핀 푸른 그리움. 월각암송(岩松)
무슨 그리움이 그리도 많은지

보드라운 흙 발아래 지천으로 깔려 있어도

애써 외면한체 마를수 없는 눈물 흘리며

삼복 한낮 기쓰며 안간힘으로 기어올라

척박한 바위 귀퉁이 파고들어 두발 내리며

월각의 암송은 푸른 그림자까지 드리며
살고진다.

팔색조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일편단심 그 한맘으로 가지마다

긴 그리움을 달아 파란 하늘을 향해

하루에도
수십번 줄을선다 月角松은

 

돔형의 바위. 하늘을 받든 기둥바위. 천상으로 사람들을 실어가는 암선(岩船). 겹겹의 그리움을 쌓아

놓은 시루봉. 그리고 기기묘묘한 암봉들 그들과 살아가는 푸른 월각암송은 선비의 기개요 용기이며

희망으로 보인다. 한동안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난 암봉과 친해지며 온길 뒤돌아보니 저 멀리 희망봉을

오르는 사람들이 줄줄이 이어져 온다.(대구.서울팀) 해변으로 밀려오는 잔잔한 물결처럼...

저들의 가슴에도 아직 만나지 못한 진한 그리움을 오늘 만나게 될까?

급경사 마사토 비탈길을 조심하며 내려서고 오르기를 계속하며 곡예하듯 로프도 당긴다.

시원한 큰바람 한줄기가 온몸을 적시면 누군가가 등을 당겨 뒤돌아보면 눈앞에 펼쳐지던 억겹의 그리움

은 자꾸만 멀어져간다. 가는 세월에 우리의 젊음이 자꾸 멀어지는것 처럼 말이다.

하얀바위와 직벽을 이룬 바위군 그리고 간밤 바위를 심어 놓은듯한 암릉 마지막 지점에서 월각산의

마지막 그리움을 한장 또 한장 담았다.

 

 


신선한 풀향기 코끝 무수히 간지르는 푸른 풀숲길을 걸어가 땅끝기맥의 분기점도 이별하고 383봉의 녹색

바람이 등을 밀어 재빠르게 정상을 향해 간다. 아차!지난번 답사때 정상석이 없어 목포 메아리

여성산악회서 급조한 코팅된 종이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걸 잊었다.

가벼운 스테인레스에다 월각산을 적고 자연산악회 이름도 새겨 이곳에 세우면 이제 산객들이 밀려오는

월각산은 한층 그 이름이 빛날수 있을텐데 모두들 게으름과 무지에 후회했다.

답사때 알바하며 코 땅에 닿을듯이 힘겹게 올랐던 묵동치 위 봉우리를 지날때 우리가 달았던 노란 리본이

산길 안내에 한몫을 할것같아 흐뭇하다.

도갑사로 가는 묵동치 분기점에서 지난번 답사시 잘못 달아논 리본을 고쳐달고 가시덤불과 씨름하며

농로에 내려서니 월각산 남릉은 기억 저편에 묻혀져간 추억처럼 가물거리다 사라지더니 푸른 솔숲의

육산 월각산 능선만 우리를 배웅한다.

 

 

 

언제 다시 만날수 있겠느냐는 안부를 곁들이며.... 아! 너무도 맑은 계곡물에 전신을 담그고 하늘을 보니

마지막 그리움 하나는 늘 하늘에 떠돌고 있다.

밤재 밑 "황톳길"가든의 월각산 산행기념 자축회도 즐거웠고 160년된 팽나무 그늘 작은 정자에서

젊음을 회상하는 묵동치 어른들의 여유는 더 이상 여유가 아니라 질곡의 삶 정리하는 시간이라 생각하니

숙연해진다.

 

 

 

월각산 가는길

1.남해고속도 광양 나들목이나 순천 나들목을 빠져나와 목포가는 2번국도로 진입하여 강진 영암
  경계(해남 분기점)밤재에 하차하여 풍양조씨 묘지에서 산행시작

 

2.위 나들목을 나와 똑같이 진행하다가 밤재를 지나 내리막길 2번째 건널목 우측 묵동치마을

   회관으로 가 주차한후 농로를 따라가면 산행들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