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은 푸른 새 이파리는 푸르다 못해 눈이 시리도록 부신다.
계절의 여왕 5월 첫날.간밤 강우로 시청앞은 타 산악회도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동식 커피파는 아주머니가 참 오랫만에 뵙는다고 인사를 해 4개월간의 세월이 모두에게 궁금증을 자아낸것이다.
호우주의보에다 근로자의 날. 이 모두가 악재다. 버스를 돌려보내고 15인승 봉고버스를 대절하여 우리는 막장봉이
아닌 참꽃축제가 열리는 비슬산으로 가기로 했다. 5년전 처음 산을 오르고 얼마 지나지않아 찾아간 비슬산 그날도
진달래는 피지않아 능선은 을씨년 스러웠다.
이번엔 지난주에 피지않아 어쩌면 만개 되었으리라는 회원님의 말에 사뭇 기대를 갖고 현풍 나들목을 나가니
오늘까지가 축제일이라는 현수막이 입증을 하는것 같아 국사봉 분홍별처럼 이곳에도 붉은빛이 너른 산능선을
물결쳐 갈것이라 기대하며 휴양림으로 가는 소래사 밑 산길로 접어드니 참꽃보다 사람이 더 많이 모여있다.
운무가 몰려가 그림은 더 좋아지고.....
가랑비를 맞으며 휴양림 포장길을 따라 올라가니 군데군데 간밤 방갈로에서 유숙한 상춘객과 등산객들이
산을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다. 산으로 진입하는 긴 돌을 건너 양탄자보다 더 부드러운 산길로 들어서자
이내 가파른길이 시작된다. 우리 사는곳과 그리 먼 거리도 아니건만 아직도 두릅잎을 먹을수 있을것같다.
간간히 진달래도 큰 나무밑에서 가는손을 내밀어 흔든다.
걷힐듯 하면서도 시야가 트이지않아 산행길은 무겁다. 한땀 야무지게 흘리며 임도에 도착해 숨을 고르고
있던중 계곡밑의 안개가 걷히더니 신록을 보여준다.
산중턱에서 바라보는 이 순간이 진정한 산행의 묘미가 아닐까? 맞은편 능선 칼바위에 사람들이 모여있고
그 옆으로 진달래가 마지막 붉은빛을 내뿜고있다.
능선으로 몰려가는 운무 그 뒤로 푸른 새 세상이 눈부시게 열린다.
비 개인뒤 맑은 산속풍경은 게으른자 정상을 오지않는자는 한치도 볼수가 없어 행복하다.
대견사지앞 너른 능선엔 목숨 다해가는 참꽃이 사람들과 어울려 붉은물을 들이고 있다.
벼랑끝 석탑은 회색바다에 둥실 떠있고 연인이 앉은 쪽배바위는 금새 행복의 나라로 갈 태세다.
모두들 행복해하며 산에 취하고 있다.
웰빙은 인위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대자연에서만 가능하다.
진달래평전 한복판 원형 쉼터에서 자연의 호흡을 함께 마시는 저들이 바로 웰빙이다.
신선이 시샘하지 않겠는가? 저 여유 그리고 환희. 멀리 비슬산 정상엔 운무가 가려져 있다가 잠시
비껴가면 수많은 점들이 서있다. 사람이다. "비슬"이란말은 고대 인도 힌두의 신으로 불교에 수용되면서
"비슈뉴"를 한자로 음역한 "비슬노"에서 온 용어라고 적혀있다.
이름답게 비슬산엔 명찰들이 즐비했고 여기 대견사지 또한 그 옛날에는 천리까지 불심을 알리지
않았을까? 은빛물결에 감싸인 스님바위(? 오히려 남근바위가 더 낫지않을까)를 뒤로하고 비슬산
정상을 향해 진달래 울타리길을 따라간다.
어깨엔 연신 마주오는 사람들에게 무수히 받혀가며.....
찾아가는길
현풍 나들목에서 좌회전하여 소래사 휴양림쪽이나 유가사 방면으로 가면된다.
가는곳에 이정표가 상세히 길 안내를 해 들머리를 잘못 들어갈 염려는 없다.
참고로 비슬산은 참꽃산행지로만 유명한곳이 아니라 가을에는 억새의 물결 또한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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