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먼 산길에서

천태산. 칠순 노익장이 지켜낸 충북 설악

칠순 노익장의 고집이 지킨 충북의 설악 천태산.

금강은 가을을 향해 아무런 구속없이 속도를 내고 있었다.

구비쳐 휘돌다가 한귀퉁이 기암비경을 만들어 올려놓더니 할일없는 뭉개구름 노닥거리다 가라며 말갈기를 닮은 날렵한 갈기산과 월영산도 보기좋게 들어다 놓았다.

68번 지방도옆으로 황금빛 들판은 애석하게도 막판 멸구떼가 극성을 부려 중간중간 다 익은 벼가썩어 내려앉아 농심을 또 멍들게하고 501번 지방도를 따라 가다가 영국사로 가는 길 안내판을 따라 좌회전하니 멀리 산속에 모습을 드러내는 천태산. 충북 영동군 양산면과 충남 금산군에 속한 천태산은 산 그대로를 지키려는 고집센 배상우옹(72세)의 끈질긴 산 지킴이의 집념과 투쟁으로 하마터면 채석장 허가로 벌거숭이가 될 민둥산이 될 처지의 산을 자식처럼 보듬어 구해내므로 사시사철 사람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명산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고려 공민王과 妃(老國公主)의 피난처 說과 1300여년의 영국사 앞 은행나무(천년기념물 지정)그리고 불타 소실된 고찰 영국사와 망탑봉 용추폭포(삼단)가 빗어낸 다수의 절경등이 국민관광지로 만들어 지자체 세외수입에도 단단히 한몫을 하는 천태산은 22년간 단 하루도 걸려지않고 등산로를 다듬고 이정표와 로프등을 自費로 설치한 배옹의 헌신적인 산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이다. 이렇듯 고생하고 수고하신 산지킴이 老山客의 손때가 곳곳에 묻어있는 천태산.

그 천태산을 함께 올라보자.

너른 주차장(대형버스 주차료 금 4,000원 승용차 2,000원)을 지나 매표소(1인 1,000원 단체라도 1명도 에누리가 없음)를 통과하여 15-20여분을 가면 용추폭포(삼단폭포)를 만난다.

구름다리가 있는 천상에서 떨어진 옥류는 소름돋듯 시퍼런 빛깔로 선녀들의 목욕탕인 소(沼)를 만들어 잠시 머물고 이어 낙화처럼 떨어진 흰 포말은 홈통의 바윗길을 따라 내려가 신선의 놀이터 하나를 더 만들어 풍악을 울린다. 여기서 다시 모아진 은빛 물들이 웅비하듯 떨어지면 또 하나 물빛 고운 물줄기는 무지개를 띄우는 폭포는 설악의 어느 계곡에 나를 데려다 놓은것 같았다.

 

 

 

다시 발길을 재촉하여 망탑봉과 영국사로 가는 길목에 막걸리와 음료등을 파는 부부가 운영하는 간이매점에서 막걸리 한통(양조장 1,000원, 여긴 금 4,000원)을 사서 베낭에 넣고 일어서니 철조망에 만장같은 리본이 전시장처럼 펼쳐져 보기가 너무좋다.(처음엔 배상우옹이 천태산에 걸린 각 산악회 리본 한장씩을 걷어와 여기에 달아놓자 그 다음부터는 입산하는 산악회서 리본 한장씩을 달아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함) 편안한 길을 따라 3-4분쯤 가면 1300여년으로 추정되는 은행나무를 만나지만 화마앞에 소실된 영국사를 끝내 지킬수가 없어 범부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아마 이 은행나무는 본래의 영국사를 지키는 수호목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푸른산 천태산의 푸른솔들은 어느 한사람의 부주의한 불씨 때문에 거의 건강을 잃어 아직도 그 상처는 너무도 커 언제 푸르디 푸른 모습으로 우리앞에 다시 다가올련지 요원하다.

첫번째 암봉은 난이도가 적어 모두 오를수 있다. 바위틈새에 뿌리내린 솔은 그 자태마져 고고하고 푸른 빛깔은 너무도 싱싱해 수중보를 뛰어 오르는 갈겨니떼보다 더 힘차 보인다.

 

드디어 천태산의 하일라이트요 산행 압권인 직벽에 가까운 75미터 암벽을 만나 자세를 잡고섰다.(여긴 정체현상이 있음. 암벽 등정시 로프는 가급적 1인이 사용토록 할것) 우측으로 난 안전한 길로 여성회원들을 보내고 필자는 양팔에 힘을실어 로프를 당기며 차분히 올랐다. 이 암벽코스에 설치한 로프도 모두 배옹이 직접 구입하여 설치한 것으로 세삼 노 산객의 깊은 뜻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기가 소진할 정도의 체력이 요구되는 암벽코스를 올라 다시 짧은 암벽 하나를 더 타고 오르면 정상 300미터라고 표기된 이정표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좌측으로 난 길로 따라가면 곧장 하산길로 연결되니 작은 봉우리를 향해 직진해야 천태산 정상을 간다. 산행시간은 3시간30분정도 소요되지만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암벽코스가 몇군데 있어 5시간 정도의 산행을 갖춘 산들과 맞먹는 옹골찬 산이 바로 천태산이다.

 

 

정상엔 표지석외 방명록이 있다.

이 또한 천태산 지킴이 老 山客의 산사랑과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나게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천태산은 정상 밑 하산길엔 너른 공터가 많아 점심식사를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소걸음으로 가면서 뒤를 돌아보라 천태산은 장중한 산은 아니지만 기암과 노송 그리고 주변에 아름답고 당찬 산세를 조망할수 있는 구색들을 고루 갖춘 산 이다.

하산길은 절로 신바람이 나 휘바람을 불게한다. 두어시간의 수고로움을 보상하듯 군데군데 바위 전망대와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얹어놓아 산객들을 쉬어 가게하고 느긋하고 편안한 산길을 제공한다.(단 부분적으로 마사토길이 있어 미끄럼 주의요망.)천년 고찰 영국사는 천태산 대형 산불로 소실되어 요사채에 임시 대웅전 편액이 붙어 있으며 불상도 그곳에 초라하게 모셔져 있다.

 

대웅전 불사가 한창인 마당 한켠엔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이 천년 세월을 대변하고 다시 만난 은행나무밑엔 울타리를 넘어 들어간 산객이 아닌 일반 행락객이 떨어진 은행줍기에 무척 바쁘다. 남고개 갈림길에서 망탑봉을 향하니 고래같이 생긴 흔들바위에 아이의 무등이 싱그럽다.

파란 하늘향한 망탑봉 삼층석탑은 돌아갈 宮을 기리며 망중한에 젖어 있었을 妃 노국공주의 애환이 서린듯해 애잔하여 둘러보니 맞은편에 거대한 90도의 직벽이 성채로 다가온다.

 


맑은물 흐르는 작은계곡을 지나 가녀린 여인의 허리처럼 가느다란 물줄기를 조용히 내려보내는 진주폭포를 뒤로하고 여름내내 사람들 발담구고 일상을 잠시 잊었던 계곡위 나무에 붉은 가을 예고편을 걸어 놓았다. 너른 공터에 세워놓은 은행나무 표지판의 수령이 1000여년으로 표기되어 있어 인터넷에는 600년으로 적어 놓은곳도 있더라고 일행들에게 이야기를 하자 건너편에 앉아 계시던 노 산객 한분이 1300년이 맞다고해 바라보니 이분이 바로 천태산 지킴이 배상우옹이시다.

22년간 등산로를 내고 시설물을 설치한 이야기며 지자체는 "입구 간판만 달았지"하는 말이 지자체 원망이 물씬 묻어난다.

채석장 허가 취소를 위해 산악인 수백명으로 부터 연판장을 받아 상급기관에 제출했고 영동군청
정문에서 허가가 취소될때 까지 1인시위의 집념이 푸른 천태산을 지켰지만 지각없는 3류 산꾼의 작은 부주의는 푸른산을 태우고 화마는 천년고찰 영국사마져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노 산객이 온 몸과 마음으로 지켜낸 충북 영동군 양산면 누교리 소재 천태산은 오늘은 물론 내일도 전국의 산객들의 발길이 쭈-욱 이어져 갈 것이다.

다시한번 노 산객 배상우옹에게 감사와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