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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산길에서

설악산. 소청에서 서북릉 지나 장수대로

무시로 그리던 천하명산 설악 !


                 장쾌한 서북릉이 인내를 시험하다니...
     글. 그림 / gisandul / 2004. 8. 16. 맑고 흐리다 비옴

 

뜬눈으로 지새는 밤은 너무길다.

온갖 소음을 견디다 못해 숙소 밖 평상에서 혼자 잠을 청해볼려고 부회장 침낭을 들고나와 누워보니 수없이 설악으로 떨어지는 별들이 여유롭다.

멀리 벽담사 새벽 예불 소리가 골을타고 올라와 소청에 머물고 이 밤이 아쉬운듯 父子인듯한 산객들의 정담소리는 새벽이슬에 젖는다.   바닥이 차거워 침낭 하나로는 7도밖에 되지않는 소청의 새벽을 지탱하기엔 기온이 너무 차겁다.  잠은 완전히 포기하고 5시20분 부회장을 깨우자 모두들 일어나 간밤 북새통을 한마디씩 한다. 

하창준 일행중 친구는 산행경험이 적어 우리를 따라 올수없어 설악산 산행중 최단거리인 대청봉에서 오색약수터로 하산하기로 하고 옥순식 대원과 새벽 5시20분경 대피소를 떠났고 우리도 수통에 물을 채운후 서북릉을 가다가 아침을 지어먹기로 하고 소청을 올라섰다.

 

 

안개에 묻힌 백운계곡 능선.  백담.구곡계곡과 함께 담과 소의 절경을 뽐내는 백운동 계곡 안개로 조망이 어렵다.

 

 

안개가 전체를 휘감아 일출도 볼수없고 새벽조망 역시 어렵다.

중청대피소 못미쳐 우회하여 오리와 나비모양의 자태로 피어난 야생화가  함초로히 피어있는 호젓한 산길을 걸어 끝청 부근 공터에 모두 앉아 아침준비를 서두른다.

간혹 백운동 계곡위 암릉이 배시시 고개를 들다가 이내 안개가 덮쳐 은빛 바다를 만든다.

깊은 골. 높은 산. 점점 심오해져 오는 산중
눈아래 펼쳐진 저 대자연의 오묘함에 가슴이 터질것 같다.

어제 부회장은 수렴(구곡담계곡)을 오르며 지리산 계곡이 아무리 좋다해도 설악의 계곡과는 비교할수 없다는 경탄에 어느 누가 이의를 제기 하겠는가?  설악은 안개속에서도 꿈틀거린다.

아침 식사를 끝낸후 커피까지 한잔 마시고 우리는 일어나 귀때기청을 향해 간다. 

어제는 개스 한점없이 맑던 날씨가 오늘은 잔뜩 찌뿌려 아름다운 내설악을 감질나게 조금씩 조금씩만 보여주고 있다. 마치 심술부리듯...1459봉 갈림길에서 물한모금을 마실려고 수통을 꺼내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 8명 중에 필자가 가지고 있는 물1리터와 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작은 물병의 물이 전부란다.   각자 물통에 물을 채워온줄 알았는데 산행대장이 물이 많다며 소청 대피소에서 물 채우려 가는사람들을 불러 세워 그냥 왔단다.

 

 

▲ 한계령 갈림길

 

 

여름산행에 물이 없다니 그것도 1-2시간도 아닌 8-9시간이나 되는 산행시간에 2리터도 채안되는 물이라니 예사로운일이 아닐수 없지만 한편으론 장쾌한 능선쯤으로 알고 수월하게 속보로 달려가 물이있는 계곡까지 갈것이라 생각했지만 가면 갈수록 고난도의 산길이 계속되어 목젖은 계속타오고 긴 오르막과 내리막 너덜지대가 우리를 지치게 한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물이 있을곳은 없다.   일단 한모금에서 반모금으로 또 보유하고 있는 오이도 반씩 잘라 응급조치 해가며 한계령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에 도착해 사진한장 찍은후 김재순총무와 구총무를 한계령으로 하산하라고 해도 따라온다.  민초의 애환이 굽이굽이마다 서린 한계령. 구름도 사람도 날으는 새마져도 쉬어가는 고개로 가쁜숨 몰아쉬며 차들은 사람들을 싣고 바다가 있는 동해. 고래가 사는 동해로 분주히 간다.

9시52분경 소청을 출발한지 3시간 이제 물은 다 떨어지고 구총무와 대원1분이 가지고 있는 오이 3-4개가 물대용 전부다.  웅장한 귀때기청이 물이없는 우리를 너무 주눅들게 한다.

부회장이 안개속에서 무엇을 본건지 안개가 걷힐때까지 이곳에 머물다 사진을 찍고 가잔다.  5-7분쯤 지났을까?  안개를 헤집고 바로 눈앞에 버티고 선 괴릉.

산객을 잠시나마 이국의 어느 산으로 데리고 간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한계령에서 막 올라온 설악 거북이 귀때기청을 향해 힘겹게 오르는 모습도 보이고 그리고 하얀 바다에 떠 있는 섬 섬 섬이 떠올라 탄성을 지르게해 잠시나마 목타는것도 잊게한다.

 

 

 

너덜지대를 간다.
육신은 지치고 목타오름에 열정도 식어간다. 마지막 남은 오이를 나눠먹고 긴 너덜지대를 지날때 풍광도 사진 찍기도 귀찮아져 필자가 이러면 안된다 싶어 얼른 마음을 추스리자 부회장이 솔잎 몇개를 따 주면서 씹어보라고해 텁텁한 솔향기 입안 가득하자 침이 좀 생기는것 같다. 

이것도 잠시 물이 한방울도 없다고 느껴지자 무슨넘의 목이 그리도 타는지...   또 너덜지대를 지나고 봉우리에 오르니 이런 더 큰 귀때기청이 딱 버티고 서서 물한방울 없는 우리를 비웃고 있다. 여대장과 총무 그리고 신무림제지 산악부 김영주총무는 물을 찾는다며 달린다. 

필자는 이 부분을 리얼하게 표현 할려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표현 자체가 부족한게 사실이다.

이젠 정오가 넘어 배도 고파와 허기가져 다리가 꼬이며 입술이 탄다.
아직도 5-6시간은 더 걸어야할 거리 부회장을 불러 장수대 매표소에 전화를 해 샘이 있는 위치를 알아보라고 하자 전화 통화가 안된다.  국립공원에 전화가 안된다니 긴급상황 발생시 전화 통화가 가능한 지역까지 죽어도 가야한다는 사실에 입에서 저절로 욕이 나온다.

이동통신넘들 수월하게 돈 벌일 궁리만 하다니...   휴대전화 안테나 두어개 서는 지점에서 전화를 해보니 대승폭포가 있는곳 까지는 물있는곳은 단 한군데도 없단다.

절망이다. 이럴때를 절망이라고 하는것인가?

이번 산행 운송담당인 천왕봉산악회 산행부장인 옥순식(새벽 오색으로 하산)이 마침 전화가  왔다.  필자는 장수대서 대승령까지 급경사 고난도 산세인줄도  모르고 목타는 절박함에 무조건 옥부장 베낭에 들어있는 물건 다 꺼집어 차에두고 막걸리 2병과 물 한통 사서 메고 대승령을 올라 귀때기청쪽으로 오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데 통화가 끊어졌다. 

 

 

 

부회장은 필자를 보고 평지는 좀 빠르게 걷고 너덜지대나 오르막은 천천히 걷자고 하지만 허기진 필자는 보행시 다리가 자꾸꼬여 평지도 오르막도 그 속도로 진행하니 부회장 역시 필자 때문에 자기 페이스를 놓쳐 다리가 풀려 혹 필자를 원망이나 하지 않았는지...  젊은 그들. 그들이 물찾기를 고대하며 가파른 너덜지대를 오르는 몸은 천근만근이다. 그기다가 이틀동안 잠 한숨 못잤으니 더 지칠수밖에.....   

앞서간 대원들과 필자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간다.

무전기를 꺼내 산행대장을 부르니 김재순 총무가 응답한다. 

산행대장 위치가  어디냐고 묻자 총무와 둘이서 물 꼭 구해 오겠다며 계곡을 갔다며 "회장님 힘내시고 시원한 물 생각 하면서 걸음을 떼어 놓으란다".  기어 오르고 밧줄 당기고 바위를 넘어 한참만에 일행들과 만났다.

필자는 베낭을 풀어 대원이 펼쳐논 판쵸우의에 드러누웠고 지도를 편 부회장이 김재순 총무에게 물 구하려 어느 방향으로 갔느냐고 묻자 우측 이라고 하자 어쩌면 물을 구할수 있을것 이라고 한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백담.구곡. 백운동은 계곡마다 물이 철철 넘쳐 흐르는데 이곳은 계곡마다 물한방울 없으니 기가 찰 노릇이 아닌가?  1시간쯤 지나자 물에 빠진 생쥐처럼 전신에 땀 범벅이 된 총무와 산행대장 금보다 아니 생명과도 같은 물을 떠왔다.

 길 잃을까 싶어 내려가면서 나무가지를 군데군데 꺾어놓고 갔다는 말에 역시 전방에서 근무한 보병의 경험칙과 황매산에서 터득한 고도의 산촌 경험이 이룬 결과다. 

바위틈새로 실낱같이 흐르는 물을 받아 고생 고생하여 떠온 물을보고 감사와 미안함이 교차하며 산삼보다 더 귀한물로 탄 목젖 적시고나니 살것같다.  이렇게 물이 귀한줄을 언제 느껴본적이나 있었나? 허기진 필자가 점심을 해먹고 가야 한다고하자 다시 그들은 밥지을 물을 가질려가고 이들이 오기전에 남은 사람들은 우선 남은물로 밥을 짖는다.   

 

 

 

사진 위 귀때기청봉 : 너덜지대로 인내를 시험한다.

 

다들 굶주렸다. 말한마듸 없이 주린배를 채운다.  험난한 계곡 위험을 무릅쓰고 물 찾아간 서성배 총무와 여효영 대장 2번째 물길러 따라나선 김영주 설악종주대원. 그대들이 있기에 자연산악회는 언제나 정넘치는 아름다운 산행을 할수있어 우리는 늘 행복하고 감사할뿐이다.   다시 힘이 솟는다. 속도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허기도 채웠고 물도있다.

이 기회에 필자들이 간 코스를 산행하실분은 소청대피소에서 잊지말고 충분한 물을 채우고 서북릉을 따라  장수대로 가기바란다.  대승폭 까지 샘은 전혀없다.  서총무와 여대장이 찾은 물줄기까지 갈려면 최소 1시간 이상 걸릴뿐 아니라 등산로가 아니므로 조난당할 위험이 있어 권할수없다.   제법 농담도 하면서 대승령을 향해 열심히 가지만 아직도 아득히 멀다.  부회장은 정말 힘든 코스라며 만약 오색으로 간 사람과 함께 이 길을 왔더라면 아마  한밤중에 하산하지 않을까?

세삼 그 쪽으로 간 사람들이 고맙다고 말한다. 봉우리에 올라 멀리 귀때기청을 바라보니 소름이 돈다.   주변 산세는 아름다운 자태를 희미하게 보여주다 말다를 반복하더니 결국 비를 뿌린다.   그래도 대원 모두가 볼것 다 보여주고 쉴곳 먹을것 다 먹게한 다음 비가 내리니 역시 멀리서 온 정성을 생각한 설악산신의 음덕을 고마워한다.

 

 

아직도 대승령 5.1km가 남았다.

험한 코스다. 물이 없는 지역이라 여름 산행은 모두가 꺼린다더니 역시 오는 도중 등산객 통털어 4-5명정도 만났을까? (한계령에서는 많이 올라옴)소청에서 대승령 코스를 굳이 분류하라고 하면 난이도 ★★★★★ 산행쾌감지수 ★★★★★ 주변풍광 ★★★★★ 이다. 

유격의 하강코스도 있고 너덜지대. 암벽코스 그리고 늘 푸른 주목군락. 오랜세월 풍상 겪어며 자신의 안이 다 비워도 푸른잎을 간직하고 늠름하게 서있는 주목.

살아서 천년 죽어서도 천년을 의연하게 견딘다는 말이 실감난다. 서북릉의 주목은 그렇게 우람찬 덩치로 천년 또 천년을 살것이다.

 

1408.2봉을 오르고 1289봉을 넘어 조금 진행하니 앞서가시던 정기옥 선생님께서 길에 막걸리가 한병 놓여 있다며 마개를 점검하며 따신다. (아마 마개가 열려 있었으면 아무도 먹지 않았을것임. 그리고 필자가 옥순식씨에게 막걸리를 부탁하지 않았으면 의심감) 인제 막걸리 옥순식대원이 갔다놓고 내려간것이라 짐작하고 일단 한잔씩 마셨다. 꿀맛이다. 인제의 명경수라 그러 하겠지만 험한길 올라온 옥순식부장의 정성이 담겨있어 더욱 귀한술 아닌가? 일시에 피곤함이 사라지고 다시 두 다리에 힘이솟는다.

드디어 대승릉. 다행히 그다지 굵은 빗줄기가 내리지않아 산행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흑선동계곡과 장수대로 가는 안부에서 잠시 서서 휴식한후 대승폭을 향해 내려섰다. 가파르고 바닥이 험해 저절로 다리에 힘이 주어진다.

이 험한길을 옥부장은 필자의 애절한 당부를 거역못하고 막걸리를 지고 왔다니 세삼 미안하고 고맙다.  장수대서 막걸리를 두고간 거리까지 일반 정기 산행시 산행량 정도의 거리 및 난이도다.


들리나 폭포소리. 예 .들립니다.  와 !굉장하네. 그러나 수량이 적어 만족도는 ★★★  은빛으로 떨어지는 작은 물줄기 천상에서 선녀들이 은하의 강을 건너 하얀나래 펴며 쉴새없이 내려온다.  먼 길 물떨어지고 허기져 고통받은 일행들 마음이라도 위로 할려는지 희한하게 비까지 그쳐줘 제빨리 기념 촬영까지 도와준다.  (비오기 전 옥부장이 촬영한 대승폭 참조) 수량이 많았으면 정말 굉장한 굉음과 낙수로 폭포다운 폭포를 대원들에게 보여 주었을것을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것은 훗날을 기약함이 아닐련지?  사중폭포는 옆에두고 긴 계단을 내려오며 앞을보니 저 멀리 장수대 매표소 마당이 비에젖고 있다. 

 

 

급경사를 내려와 계곡에 몸 한번씩  담구고 오색으로 내려가 수시간 기다린 대원들과 만나니 오후 6시다.  장장 12시간이 소요 되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매표소에 물어보니 귀때기청에서 물 떨어졌으면 엄청나게 고생할거라고 말하더란다.  매표소 직원들 그런말 하기전 [ 여기서 부터 ㅇㅇ 까지는 물있는곳이 한군데도 없으니 산행전 충분하게 물을 준비하라 ]는 안내판 하나 세워두면 안되었을까?  (장수대 매표소. 중청 갈림길이나 소청대피소)물론 물 충분히 준비못한 우리들 과실이 더 크지만... 아울러 국립공원 거의 대부분이 휴대전화 불통 지역이다.

이래가지고 전자통신 아이티 부분 세계 최고라 자랑 하겠는가?

몇해전 지리산 폭우의 교훈을 까맣게 잊었는가 보다 . 우리에겐 아직도 선진국은 요원하고 인명경시다. 궂은비 비내리는 한계령을 넘어 양양을 갔다. 산지(동해)가 가까운데도 망할넘의 산오징어가 왜 그리도 비싼지  해마다 피서객 줄었다 한탄 하지말고 외지인에게 바가지 요금 씌우지 않으면 사람은 언제든지 가기 마련이다. 

 

축배를 들었다. 힘든 산행이었기에 더욱 서로의 정이 무엇인지 단합과 배려 그리고 소속감이 무엇인지를 몸소 느끼지 않았는가?  필자는 언젠가 다시 강원을 그리고 설악을 찾을것이다. 이곳은 내 젊은시절  가장 행복하고 가장 가슴아픈 마음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아니 공룡릉에 운무 아스라히 하얀천 펴듯 젊은날의 푸른 그리움이 널려있기 때문이리라.   2004년 8월에 무시로 그리던 인제 그리고 설악을 함께간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름을 다시한번 새겨본다. 


연로하셔도 젊은이 못지않은 힘으로 종주하신 정기옥 선생님. 신무림제지 산악부 패기있는 총무 김영주. 아름다운 자연산악회 하창준 운영위원. 그의 친구  언제나 산길 즐겁게 해주는 희망산악회 구인회 총무. 낙남정간 종주대의 영원한 홍일점 김재순 총무. 그리고 자연산악회의 희망들 김상복 부회장.여효영 산행대장.서성배 총무. 너무 고맙습니다. 아울러 장거리 안전운행과  긴급보급에 책임을 다한 천왕봉 산악회 옥순식 산행부장께는 작은 설악을 드린다.  

새벽 일찍나와 인사 못드린 용대리 포시즌 민박촌장 .강원의 밤 정넘치게 해주신 영지버섯 포장가게 어르신들께도 설악의 氣 계속 받으시어 천수를 다하시길 빕니다.

시방 설악은 가을로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