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바다 제주로 부터 봄은 오겠지? 거제 한려바다는 어느새 얼굴을 간지르는 바람과 바다 물빛이 봄색이다. 고된 시집살이로 골병든 아낙의 물어뜯은 입술에서 나는 선지피보다 더 붉은빛의 동백은 휘몰아치는 해풍 에도 끄떡않고 2월 새 봄에 피었다. 포구를 떠나 먼 바다로 흰 포말 지우며 만선의 깃발을 달고올 어선의 긴 뱃고동이 오늘 쪽빛바다에 봄처럼 드러눕는다.
거제 옥녀봉은 바람을 막아 옥포 포구에 큰 배를 보듬어 띄우는 가슴같은 산이다. 이 나라 조선업을 세계1위 조선강국으로 도약시킨 거제는 쪽빛바다와 산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섬 거제를 만들었다. 모래밭에 쌓여가는 밀어. 선지피 동백. 발등 적시듯 몽돌을 적시는 해변. 거제는 분명 이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남도의 섬이다. '
옥녀봉의 산행 초입은 대우 옥포조선소의 정문 맞은편이다. 봉수대로 오르는 임도를 따라가면 해송의 솔향이 봄내음으로 코를 적시고 양지뜸 작은돌에 터 잡은 이끼 가 봄을깨고 나왔다. 작은 고갯마루 이정표가 봄볕에 졸고있다.봉수대 0.2km 옥녀봉 정상 2.2km.
봉수대에 오르니 바닷길도 활짝 열린다. 검푸른 바다는 옥빛 쪽빛으로 점차 바뀌어가고 대양을 가는 배 선미로 가늘게 부서지는 포말이 아지랭이 로 핀다. 발 아래 옥포조선소 둔탁한 작업음이 바다에 깔리고 멀리 옥녀봉과 그 너머 국사봉이 하늘에 닿아 파란 하늘에 멱을감고 있다.
봉수대
거제 옥포 대우조선소,
봉수대
마터호른 같은 봉우리가 옥녀봉이다.
오솔길. 솔숲길. 호젓한 길. 봉수대 재에서 옥녀봉을 오르는 산길은 고향 재를 오르는 기분이 든다. 도처에 만나는 조망처. 뿌리치고 또 뿌리쳐도 따라오는 바다. 바다.
해금강이 시린발을 걷어 올리고 봄바다에 떠 올랐다. 은빛물살이 조개껍데기로 번뜩인다. 바다는 언제나 하늘과 닿아있고 사람들의 그리움은 늘 그 높은곳에서 눈물이 되어 그리워한다. 바다가 많이 보이는 바위 전망대에 앉아 나는 때를 굶는다. 허기는 시간이 갈수록 내장을 흔들고 현기증마져 도니 이것이 내 삶이다.
옥녀봉은 의미있는 산이다. 지적상 대한민국 최초로 설치된 대삼각점이 여기다. 그러나 이 무슨 훼방꾼들의 소행인가? 어지러운 정상. 무수한 통신탑들의 난무는 아름다운 옥녀봉 정상을 망신창이로 만들었다.
국사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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