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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산길에서

송년산행 고흥 팔영산

 전남 고흥반도 팔영산(608.6m)은 남도의 땅 그 끄트머리에 거대하고도 아름답게 솟은 8개 아니 깃대봉을 합쳐 9개의 봉우리가

범상치 않은 자태로 절묘하게 솟구친 산봉우리다.

특히 봉(峰)하나 하나의 암벽을 오르는 스릴은 육산에서는 전혀 느낄수 없는 과히 산행의 깊은맛을 느끼기에 충분한 산으로

능가사의 풍경소리에 깨어나 왠종일 사람들을 보듬다가 저녁 예불 알리는 범종의 은은함에 스르르 잠이든다.

 팔영산 산명은 중국 위왕과 관련된다.

위왕이 세숫물에 비친 여덟 봉우리의 그림자를 보고 이 산의 행방을 신하들에게 지시하여 이곳을 찾아 팔전산이라 부르다가

팔영산으로 개명된다. 팔령산.팔봉산.팔형산.등으로 불려진 이 산은 웅장한 산세는 아니지만 독특한 암봉의 아름다움이 산행

내내 긴장과 즐거움을 전해준다. 또 한 팔영산은 송년산행지로 널리 알려져 있어 그것은 해창만 간척지에 선홍빛을 물들이는

낙조의 아름다움에 한해를 묻어놓고 가기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팔영산의 산행깃점은 신라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고찰 능가사 담장을 돌아 부도를 지나고 황토집 팔영산장 주막앞 삼거리

에서 제1봉과 2봉을 오르는 좌측길과 우측 도랑을 건너 계곡을 따라 오르다 탑재를 지나 8봉과 깃대봉을 오르는 산길이 적격이다.

몇해전 송년산행시 제1봉을 따라 8봉을 올랐던 산객은 이번엔 우측 탑재를 지나 휴양림 산길을 따라 8봉에 올라 1봉을 향해 

차례차례 내려가는 산길을 택하고 지인을 불렀다. 참고로 팔영산의 정상은 암봉이 아닌 육산으로 마무리한 깃대봉(9봉)이다.     

 탑재까지는 그리 가파르지 않는 오솔길이 이어진다.

이미 곱던 단풍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헐벗은 나목들만 겨울로 가지만 남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이 산은 한겨울에도 포근함이

있어 팔영산은 사실 겨울산행지로 원거리의 사람들을 데려오고 붉게 물들여가는 다도해의 노을이 산객들의 넋을 빼앗기에

충분해 탄성이 저절로 나오게 하는 송년 바다 낙조 산행지로 인기가 높다.

임도와 만나는 탑재엔 생면부지의 낮선 산객들이 모여 7봉과 8봉을 올려다 보며 팔영산의 매력에 푹 젖는다.

우측 산길에 접어들어 나무계단을 오르니 푸른 숲의 자연휴양림이 조금은 지친 산객을 등을 밀어 올리고 해창만 간척지가 

살짝 보이는 지점마다 고흥군에서 설치한 전망대(쉼터)가 산객들 쉬어가라 붙잡는다.    

 

 팔봉에 올랐다.

푸른 하늘을 이고 선 팔봉(적취봉)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주릉과 다도해에 점으로 떠 있는 올망졸망한 섬들의 풍광에 매료 당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애초에 이 산을 오를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봉우리마다 터져 나오는 탄성과 바위를 타고 오르는 산꾼들의 모습은 역동의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봉우리마다 고흥군은 정상석을 세워 놓았다.

정상인 9봉은 깃대봉,8봉 적취봉,7봉 칠성봉,6봉 두류봉,5봉 오로봉,4봉 사자봉,3봉 생황봉,2봉 성주봉,그리고 1봉은 유영봉

이다. 팔영산 산행의 극치는 1봉에서 8봉으로 이어진 암릉구간으로 쇠밧줄과 철계단등 안전시설이 설치되어 조금만 조심하면

누구나 완주 할수 있지만 음주등은 필히 피해야 한다.

 

 주릉에서 곁가지를 친 신성봉은 다도해에 슬그머니 발목을 들여놓고 작은 섬들을 불러모아 저물어 가는 한해를 아쉬워 하다가

먼 바다 끝 대마도를 보여주던 맑은 그 시절을 회상하며 침묵하고 있다.

능선에만 올라서면 암릉을 타는 곡예로 피로마져 잊게하고 산행내내 뵈는 남쪽바다의 은은함이 이방인의 마음까지 안정시켜

저절로 세상을 다시 품에 안을수 있는 용기를 가슴 가득 담아가게 한다.   

 팔영산의 주릉인 암릉구간

 선홍빛 노을이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해창만

 8봉 적취봉. 낮선 산객들의 표정은 아름다움에 취해 행복 그 자체다.

 암릉은 오르는것 보다는 내려 가는것이 더 위험하다.

특히 6봉 예각의 바위 절벽을 내려설때는 긴장하며 조심조심 발을 내 딛어야 한다.

여유만만한 1봉 유영봉에 닿아 휴식하며 여수쪽 바다를 본다.

희뿌연 개스가 바다에 드리워져 끝은 보이지 않지만 저 너머 남해바다를 달리면 어느새 마음은 고향집에 닿아있다.

산 그리움으로의 동행이 없었다면 나는 곳곳 아름다운 비경을 체험할수 있었을까를 자신에게 반문해 보며 더 일찍 산을 만나지

못한것이 늘 아쉽지만 시간만 되면 언제든지 걸망을 메고 호젓한 산길을 갈수있는 이 산객에겐  꽉채워진 부(富)가 없어 목숨걸고

지킬게 없으니 유유자적 길 떠나며 노래하던 김삿갓 어르신의 사촌은 되지 않았나.

모든게 다 덧없고 부질없는일 무시로 보듬고 버리는 산을 닮아 가심을 여기 팔영산에서 모두 배워 간다면...(2007. 12. 9.)

 

 

 

 

 이 산 팔영산 가는길

전남 고흥으로 가 과역으로 간다. 능가사 아래 대형 주차장 이 종점

산길

능가사-황토산장식당 삼거리 좌측-흔들바위-1옹-2봉-3봉-4-5-6-7-8봉-깃대봉-휴양림-탑재-능가사

능가사 - 삼거리- 우측도랑-탑재-깃대봉-8봉-7-6-5-4-3-2-1봉-흔들바위-능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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