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내쉬는 숨결에 옥빛 물결은 갓 낚아올려 퍼득이는 생선의 비늘처럼 은빛이다.
동호항 언덕배기에서 내려다 본 통영의 바다는 아름다운 한점 수묵화가 되어 조용하고
잔잔한 물살은 목마른 기다림으로 포구의 등대를 무시로 적시고 있다.
그리고 내면에 차곡차곡 싸인 애절함이 하나 하나 물위로 솟아올라 겨울 바람 사이를 가르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날고 있었다.
바람부는 바다,
출렁이는 그 바다는 詩가 되고 노래가 되고 나그네의 길이된다.
저기 저 작은 무인도 돌아 물살 드센곳 연화도를 지나 붉은등대와 하얀등대가 마주보는 욕지도에 가면
지난 초가을 낙엽되어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내 친구를 만날수 있을까?
일상이
고단한 일상은 날이 갈수록 해가 갈수록 곱으로 쌓여간다.
날마다 묵묵부답의 일상이 자라는 소리를 껴안아 은빛 바다에 내려 놓지도 못하고 이내 가슴을 적셔오는
너른 바다만 바라보다 길손은 말없이 돌아서야 한다.
힘든 여정을 끝내고 포구로 돌아오는 배
그 를 제일 먼저 반기는건 역시 바다와 사는 갈매기떼다.
갈매기는 높이 날지 않는다.
아니 갈매기는 높이 날수가 없다.
갈매기는 바다와 어부와 배를 떠나서는 한 순간도 살수가 없다.
산허리를 잘라내고 산오름 역(驛)이 들어서는 미륵산도 은빛 바다에 떠 있다.
은빛 바다가 만들어 낸 화석처럼 오늘은 꿈쩍도 하지않고 바다가 내 뿜는 숨소리만 듣고 있다.
간간히 들려 올것 같던 불멸의 성웅 대갈 일성도 해송 가지를 흔드는 동호만의 바람소리에 스르르 묻혀 적막이다.
통영 성(城)의 근간인 북포루에 올라 통영을 한눈에 바라본다.
운하의 물빛도
충무대교도 겨울빛에 잠겨있다.
음악의 도시.
문학의 도시.
충절의 바다.
따라서 통영은 곳곳에 시와 노래가 묻어난다.
동호만은 성웅의 숨결을 느끼는 한산대첩의 물길이 도는곳이지만 새해 해맞이 터 로 자리매김한 조용한 아침 포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