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 겨울을 향해 줄달음 치는게 아니었다.
강도 큰 산 지리의 계곡에서 흘러온 강도 강한 바람에 흰너울을 구비치며 겨울을 향해 달리고 있다.
자연은 이맘때면 모든걸 훌훌벗어 내려놓고 혹독한 한파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긴 겨울을 맞는다.
강바닥 억새군락도 빛이 바래 지리자락은 어김없이 겨울에 들어섰다.
오전내내 그동안 빛으로 훔친 사진들을 대충 정리하고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지리산길의 첫길인
매동마을에서 지리산길 안내센터가 있는 인월까지는 오후에 출발해도 넉넉할것 같아 걸망을 챙기고
남원시 산내면을 향해 출발했다.
오늘도 매동마을엔 둘레길을 체험 할려는 꾼들의 차들로 마을회관 앞 주차장은 만차다.
산불감시겸 둘레길 안내를 하시는 마을 어른께 장항교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이길을 따라가다가
오른쪽 일성콘도앞을 지나 다시 남근석 전시장앞을 지나면 좌측에 다리 하나가 나오는데 장항교란다.
다리를 건너자 인월방면에서 오는 젊은 둘레꾼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산길 방향목이 보호수로 지정된 600여년된 느티나무를 가르킨다.
둘레꾼들에게 아늑한 쉼터를 제공할 동구밖 고목아래 공터는 산길이 되면서 술과 음료를 파는 난전이 되었다.
600여년이 된 느티나무. 허접한 난전으로 품격이 현저히 떨어진것 같아 아쉽다. 그냥 쉼터였으면...
고목을 뒤로하고 언덕배기를 올라서자 화사한 볕을 통채로 받은 장항마을이 보인다.
산세의 지형이 노루의 목과 같은 형국이라 하여 노루장(障)을 써 "장항"이라 불려졌고 다른 지역의
당산나무가 "느티나무"에 반해 이곳은 400여년의 수령을 지닌 "소나무"가 마을 수호목으로
자리를 잡아 특이하다. 이 마을에선 해마다 소나무 당산에서 마을의 풍요를 위한 당산제를 지낸단다.
무리지어 내려오는 길꾼들을 만나고 천천히 산속으로 길을 잡는다.
무리지어 내려오는 꾼들을 만나고 이들은 당산 소나무앞에서 기념촬영에 야단이다.
지리산길은 생존의 터전이다.
고단한 농심은 이 터에서 절박한 삶에 부대끼며 살아간다.
산을통해 가치를 느끼기에 우리 농촌 사람들의 수익은 너무 적다.
따라서 그들이 성심을 다해 키운 농작물에 무심코 손을대는 일 은 절대 없어야겠다.
개개인의 양심을 바라는 밭두렁에 세운 입간판이 주는 의미를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알아야한다.
운봉이 홍수로 범람할때 배가 드나들었다는 배넘이재,
배마을(주촌리)와 배를 묶어 두었다는 고리봉은 배와 관련된 지명이다.
배너미재 아래 쉼터가 참 아늑하다.
감나무가 있던 고향집 뒷뜰에 평상을 펴고 식구들과 둘러앉아 부채질하며 담소를 하던 그때가 생각나
몇번을 돌아보며 배너미재를 넘었다. 지리산길은 아주 오래된 추억도 생각나게 하는 사색의 길이다.
얼마전 "안나푸르나 그만가자"라는 책을 선물받아 읽었다.
정작 필자 자신은 안나푸르나 생추어리 트레킹을 다녀와 책까지 내놓고 이곳을 그만가라는
책을 낸 작가는 신성해야할, 신성한, 안나푸르나가 무차별적인 트레킹족들이 져지른 환경오염의
심각함 때문에 이 여행기를 출간했다고 했다.
지금 지리산길뿐 아니라 제주 올레길등 트레킹 코스 대부분이 농작물 훼손과 무분별하게 버려진
각종 쓰레길들로 몸살을 앓고 있으니 아마 "지리산길 제발 좀 가지마라"는 이야기기 나올까봐
덜컥 겁이난다.
다시 숲길을 돌아 내려서자 "동동주"한잔 마시고 가라는 주인장의 목소리가 정겹게 들리는 간이
주막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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