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전령사 바람꽃이 살며시 데려다 준 노루귀
그 중에서도 청노루귀는 귀족으로 통하는 약간 희귀종의 노루귀다.
수년간 정맥길이나 정간길 기맥과 지맥을 다니면서도 흰노루귀와 분홍노루귀는 자주 보았으나
청노루귀를 본 기억은 없다.
며칠전 지인의 블로거에 마실을 갔다가 청노루귀를 보고 자생지를 물었더니 위치를 가르켜준다
지난 일요일(3. 19.)늦은감은 들었지만 모처럼 길위에서 봄을 맞는것도 좋을것 같아 걸망을 메고
약간 들뜬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말고리마을 아침 풍광은 고요 그 자체다.
저수지에 비친 장송들의 자태는 한폭 산수화요
한가히 유영하는 오리떼며 물위로 피는 실안개 까지 낮선곳 처음 만나는 곳이지만 참으로 정겹다.
일단 마을회관앞에 차를 세우고 지인이 일러준 계곡을 눈으로 살피지만 도저히 감을 잡을수가 없다.
마침 회관 경로당으로 나오시는 할머니께 여기 사진 찍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곳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모르신단다.
그때 검은색 suv한대가 비알길을 오르고 연이어 차량 1대가 기도원을 마을 아낙에게 묻는다
아하 맞다 기도원 까지 가라고 지인이 말했다.
기도원을 향하는 임도는 울퉁불퉁해 승용차는 무리였다.
초행길이라 무식하게 갔지만 다음에 올적에는 걸어가야 제격일것 같았다.
기도원 아래 작은 주차장(말이 주차장이지 그냥 공터다)은 이미 만차로 부득히 기도원 입구에 양해를
구하고 차를 세운후 맑은물이 돌돌돌 흐르는 계곡을 건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는지 길잡이가 없어도 포인트를 쉽게 찾을수 있었다.
이곳 청노루귀는 곤혹을 치루고 있었다.
겨우내 이불이 되었던 낙엽들을 진사들이 죄다 걷어내어 벌거숭이다.
자연 그대로 두고 찍어면 될걸 왜 저렇게 낙엽들을 걷어내고 찍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실 노루귀 잘 찍었다고 큰 돈이 되는것도 아닌데 ... 거의 초토화로 내년 봄에 다시 언땅을 박차고
나올지 의심이 간다. 그렇다고 내가 낙엽을 끌어와 다시 덮어놓고 찍을수도 없고
특히 단체 출사팀이 지나가는 자리는 꽃이 녹초가 되어 곧 쓰러질 모양새다.
처음 사진에 입문했을때 선배들이 하는말 어떤 사진가는 자기만 좋은거 찍고 다음 사람 못 찍게
꺾어버린다는 소리를 듣고 설마 했는데 몇년간 촬영대회나 유명한 출사지에 가면 남녀 가릴것 없이
조금만 눈앞에 거슬리면 육두문자로 제압하는 사람들을 보면 머리끝이 선다.
출사는 여행의 즐거움과 결과물에 대한 뿌듯함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건만 이곳 청노루귀 자생지를
보면서 사람의 발길과 손길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다.
머잖아 고사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일찍 내려선다.
허 내년에 다시 올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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