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토종콩인 푸른 콩을 제주에서 어렵사리 구입해 지난 6월 20일 파종한 후
싹 틔우기를 고대하는 이 마음을 아는지 7월이 오자 이랑마다 푸른 제복을 입고 도열한다.
이 녀석들 보는 재미에 왕초보 농부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피기 시작했다.
이들보다 먼저 정식한 찰강냉이는 서로 키를 재며 후드득 떨어지는 장맛비를 온몸으로 맞고 서있다.
분명 낱알 여물어가면 학남산 멧돼지 출몰하여 쑥대밭을 만들게 분명한데 영리한 진도견 "진솔"이만
믿고 울타리를 설치하지 않아 사달이 났다.
이틀 전 빗줄기 장대같이 쏟아지는 야음을 틈타 한 마리로 추정되는(밭고랑 발자국) 고라니가 출몰하여
폼나게 서 있던 토종자원 푸른 콩 20여 포기만 남겨둔 체 나머지는 모조리 흡입하고 사라졌다.
아뿔싸!
울타리를 치지 않은 이 게으름이 결국 설농의 빌미를 제공하였으니 누굴 원망하리오
수백수천 평 농사를 해마다 멧돼지와 고라니 떼에 망치고 망연자실하는 농부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
강냉이라도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에 어제 비 맞으며 울타리를 치면서 피식 웃었다.
내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장본인이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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