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산사산행

한뼘 하늘과 닿은 연화산 옥천사

한뼘 하늘과 닿은 연화산 옥천사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성찬 가을도 산중 시퍼런 물속에 잠긴다.

연화산줄기도 허리를 굽혀 부지런히 가을을 설겆이 하더니 능선엔 어느새 여유로운 적막을 걸어 놓았다.

첩첩산중도 아니건만 첩첩같은 산촌"느지마을"

평화스럽게 한낮의 볕이 마을을 안은 모습이 마치 도화지에 그린 초등학생의 그림을 닮았다.

예전엔 대낮에도 산짐승들이 자주 출몰해 인적 드물었던 오지로 산길 역시 리어카 1대가 겨우 다닐만한

소로였다. 대처에서 이곳으로 시집을 올리도 만무했지만 설혹 도시에서 남편과 만나 살다가 여의치못해

낙향해오면 심한 우울증에 고통밭던 이 마을도 반개한 연꽃을 닮은 연화산이 도립공원으로 지정 되면서

청정 산중마을 "느지골"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흔해졌다.

 

 

 

어중간한 산중 "느지마을"은 10여채의 그만 그만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한뼘 남짓한 하늘덕에 해는 늦게 보지만 대신 밤이 일찍 찾아와 고단한 일상을 뉘이기엔 딱이다.

대낮 마을위 고갯길을 숨차게 오르는 필자의 발소리에 놀란 개 한마리가 짖자 기다렸다는듯이 동리

개들이 일제히 짖어 침묵하던 마을이 일시에 빼곡히 시끄럽다.

비어가던 산촌가에 금전으로 비대한 사람들이 주말의 여유로움을 즐기려 오는건지 낮익은 촌가옆으로

낮설은 새 집이 하나 둘 들어서니 머잖아 추억마져 허물어질까 두렵다.

출렁이는 억새물결 사이로 어미 젖가슴을 툭툭치며 목 심줄 돋도록 힘주어 젖을빠는 갖 태어난 새끼

염소의 너스레를 보며 옥천사로 내려가는 재에 올랐다.

황새고개에서 힘겹게 내려서는 중년부부의 발걸음에 무심한 세월들이 족쇄로 채워져 무거워 보이지만

함께하는 그들의 산길은 세상 어느것 보다 아름답게 보인다.

 

 

옥천사(玉泉寺).

비록 지금은 하동 "쌍계사"의 말사지만 한때는 화엄종찰 10대 사찰중 하나였던 대찰로 신라 문무왕10년

당나라 지엄법사로 부터 화엄학을 수료한 의상대사가 화엄학을 강론하기 위해 창건한 사찰로 대웅전

좌측에 한번도 마르지않고 끊임없이 솟아나는 옥천(玉泉)샘(감로수.한국의 10대 명수선정)에서 절의

이름을 지은것 같다.

통일신라 진경국사.고려 진각국사등이 이 절에 기거하며 수학 하였고 임진.정유왜란시 구국승병의 군영

역할을 한 호국사찰의 기능을 수행해온 유서깊은 절이다.

12건물과 12물레방아가 있었다니 그 규모 또한 짐작이 간다.

20세기에 들어서는 광복이후 난립하는 대처승들을 타파하기 위해 교단정화와 불법중흥을 위해 헌신한

"청담대종사"가 1927년 이곳 옥천사에서 출가하여 첫 승려생활을 한 곳이다.

 

 

 

▲ 자방루

옥천사 경내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는것이 거대한 성채같은 "자방루"다.

자방루는 절 외곽을 둘러쌓아 중심 영역인 대웅전을 가리고 있다. 이런 유형을 큰 절에서 흔히 볼수는

있겠지만 옥천사의 자방루는 그 크기에서 단연 돋보인다. 자방루를 돌아 대웅전 마당으로 올라서면

자방루의 지붕을 필두로 우측에 탐진당.좌측 적묵당 그리고 대웅전의 지붕이 맞닿아 마치 입구(口)자

를 형성한 특이한 건물배치를 만난다.

 

 

대웅전 앞으론 당간지주와 괘불대가 있다.

오래전 극심한 가뭄이 지속될때 개불을 걸어놓고 기우제를 올리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아마 사찰이 생긴 이후 기우제를 지낸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앞으론 더더욱 보기드문 희귀한 행사다.

옥천사의 대웅전은 사찰의 규모에 비해 작다.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와즙 정중앙엔 청기와가 얹혀있어

이색적이다. 작지만 대단히 위엄이 있는 대웅전엔 경주 옥석으로 빚은 아마타삼존불이 끊임없이 불자들

을 아우려고 있다.  정중앙엔 아미타불.우측엔 대세지보살(중생을 삼악도에서 건져내는 힘)좌측엔 관세

음보살(교화를 돕는이..)이 고찰의 위엄을 지킨다.

또한 대웅전 뒷편 축대위로 산령각과 독성각이 나란히 있어 민간 신앙과 공존하며 중생들을 무시로

보듬는것이다.

 

 

 

 

경내를 돌아나와 옥천사의 역사를 한눈에 볼수있는 유물관을 들린후 아래 부속암자인 청련암과 위 부속

암자인 백련암을 둘러 보는것도 잊지 말아야한다.

특히 백련암을 오르는 숲길은 호젓해 걸음마져 가볍게 한다.

그리고 청련암 주변의 아름드리 적송들이 내뿜는 독특한 솔향은 도심에 찌든 탁한 가슴을 한방에 시원

하게 뚫어주므로 연화산의 기(氣)또한 가득 담아 갈수가 있다.

따라서 반쯤핀 연꽃(반개연)의 형상을 한 연화산을 오르는것도 옥천사 여행의 "덤"이다.

 

너른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연화1봉 까지의 오름길의 가쁜숨을 봉우리에 설치된 너른 평상에서 고른후

다시 연화산 정상과 황새고개를 지나 청련암 옆으로 하산하는 산행은 웰빙 그 자체다.

하산후 주변 고성 당항포와 한국의 나포리로 불리는 미항 통영항과 싱싱한 해산물이 전국에서 싸다고

소문난 아름다운 다리들이 다도해를 건너는 삼천포항도 지척이다.

 

가는길

35번 고속국도 서울-대전 -통영선 연화산 나들목나와 우측 고성방면 <고성군 개천면 북평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