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8. 13. |
덥다.
무덥다.
조금만 움직여도 등에서 땀이 비오듯 흘러내린다.
찜통. 지금 이곳 남부지방은 장마후 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하루도 빠짐
없이 계속되고 있다. 어디로 갈까?
이 무더운 더위를 해치울만한 사냥감이 어디 없을까?
가덕도 연화봉.
배 시간이 지나 갈수도 없고 가까운 지인은 더운데 무슨 산이냐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결국 마을 선배와 어른들이 자주가는 갓김치와 게장이 유명하다
는 여수 돌산너머 "항일암"으로 가기로 정하고 길을 떠난다.
정말 강하게 한줄기 소나기는 없는것일까?
원효와 의상대사는 평생 절(사찰)만 창건한걸까?
우리나라 사찰중 고찰은 거의 대부분 이 두분에 의해 창건된건지 마을 선배님의 의구심이 사실 필자도 산사를 갈때마다 느끼는 공통된 생각이다.
항일암.
낙산사와 더불어 천길단애에 자리한 절로 세인들에게 너무 많이 알려진 고찰이지만 모두 중창되어 어느곳 고색을 찾아 볼수는 없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고즈
녁해 길손의 마음을 잠시 맡기기엔 어느 한곳 부족함이 없다.
탐욕을 벗어놓고 오라는듯 속세의 암(暗)과 불타세계의 명(明)이 구별되는 바위터널을 지날때 길손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땀으로 흠뻑젖은 옷깃을 여민다.
일엽편주.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배.
항일암에 서면 어느새 인간은 이 세상천지에 홀로 태어나 홀로 이승을 떠난다는 진리를 알게 하므로 물처럼 바람같이 살아라 귓전에 전한다.
반야심경이 무엇이던가?
인생의 참다운 목적지를 묻고 어떻게 해서 불타의 세계로 도달하며 불타의
세계에 도달한 심경은 어떤 상태인가?를 묻지 않았던가?
참다운 삶에 대한 눈을뜨고 어떻게 살것인가를 깨우치는 경전으로 유교의 교리
와 다르지 않다 하였다. 어느해 두어평 남짓한 요사채서 후배와 즐겨 암송하던
반야심경의 첫 구절이 떠오른다.
사리자야
색(色)은 공(空)과 다르지않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다.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이 색이다. 수(受)와 상(想)과 행(行)과 식(識)도 이와같다.
항일암이 금오산을 안았다.
아니 금빛 거북이 형상의 금오산이 향일암을 보듬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수마리의 돌거북이 바다를 뛰어내릴 태세로 움크리고 있다. 대입 수능을 치룰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백일기도에 동참을 하고 쓰러질듯 천배를 올리는 모습에 닥터 지바고도 세자매도 읽지 못하고 대학을 가야
하는 우리네 아이들이 불쌍하다. 물론 예전 우리도 대학입학 예비고사는 있었지만 고2 까지는 수많은 책들을 읽지 않았던가?
바다로 향한 풍경은 속세의 번잡함과 탐욕을 모두 담아 대해에 씻어낸다.
여명의 빛이 바다를 물들이면 산사의 풍경은 고요를 바람에 날릴게다.
참 아름답다.
번뇌를 씻는 계단을 땀 흘리며 올라온 가족들이 모처럼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곧 사랑이고 나눔이 아닐까? 이들의 대화를 깰까봐 길손은
눈한번 마주치지 않고 발길을 돌렸다.
송악.
두릅나무과의 상록 활엽.
뿌리와 가지에서 기근이자라 다른 물체를 타고 올라 생육한다.
잎은 어긋나게 나고 윤기가 있다. 가을에 녹황색의 꽃이피고 이듬해 봄에 검은 열매가 달리는 송악이 이곳에도 있다. 선운사 입구 송악은 천년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항일암은 신라 선덕여왕 13년(644년)원효대사가 창건하여 원통암으로 불리다가 조선 숙종 41년(1715년)인목대사가 항일암으로 개명하여 현재에 이르렀다.
가는길
순천 나들목 여수 돌산대교 건너 약 24-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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