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
역시 산중의 산 이였다.
그의 발아래로 내가 사는 세상은 너무도 형편없이 찌그려져 있다.
그게 사는거냐고 ?
그래도 살아야 하냐는 지리의 대갈일성에 산정에서도 힘없는 나는 주눅이 든다.
나도 물었다.
맞아 죽을 각오로 물었다.
지리여 !
한국인의 기상이 여기서 발원 된다고 맨날 큰소리 치는 당신 보듬고 산지가 몇해인데
어째서 우리가 이렇게 해마다 날마다 쪼잔해지고 주눅들며 사느냐고 목에 핏대 올리며 악다구리를 썻다.
열팔 !
공갈쟁이.
사기꾼.
허풍쟁이.
당신이 한게 뭐.............어...............꼬
참선하자.
다 같이 참선하자.
새년 온다고 청사초롱 새걸로 건 "법계사"에서 옷 홀딱 벗고 합장하자.
그래 맞다 당신믿고 홀라당 다 준 나도 온 정신은 아니제
그렇다고 무조건 기(氣)있다고 아직도 까발리는 당신은 단단히 중증이다.
우리 모두 두고 볼끼다.
내년 한해를...
올 처럼 땡벌집 쑤셔놓듯 하면 "한국인의 기상" 어쩌고 하는 정상석 확 뽑아버리끼다.
노고단 마구할멈!
반야님!
제석봉 산신님 !
글고 멀리 삼신할멈!
제발 까발리지 말고 천왕님 챙겨 한국인의 氣 제발 세상으로 내려 보내줘요.
산 중첩.
첩첩 포개진 산릉.
지리는 언제나 힘줄 불끈 불끈 솟아 올리며 늘 그자리에서 용트림 하듯 꿈틀거린다.
어느 누가 감히 저 방대하고 장엄한 지리의 산릉을 넘보리...
▲ 천왕봉에서 내려다 본 중산리 방면
필자도 묻었다.
아니 묻고간다.
희망없던 2006년을...
지리는 말없이 구덩이를 파며 그것들을 묻는다.
그 특유의 넉넉함으로 세인들이 미련없이 버리고 간 모든 慾들을 지리는 보듬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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