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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4월 바래봉엔 스산한 바람만 일고...

4월 바래봉엔 스산한 바람만 일고...
2007. 4. 15.

 

늘 품에 안겨 있어도 그리운 산이 지리가 아니겠는가?

천왕봉에서 백두로 가는 대간의 줄기에서 가지를 친 지리산 북부 지역 산줄기의 말봉(末峰)인

바래봉(1165m)은 4월말경 부터 5월 중순까지 기온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산 아래로

부터 정상부를 향해 붉은 기운을 뿜어 올리는 철쭉의 장관은 그 어디에 견주어도 당당할 것이다.

바리때(스님의 밥그릇)를 엎어놓은 모습과 닮아 산명이 그대로 지어진 바래봉은 단연 철쭉명산

으로 5월 그 아름다움이 철쭉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부른다.

 

보물섬 남해로 가는 길목 늑도에 보고픔으로 핀 유채밭에서 문득 지리의 바래봉이 생각나 휴일

지인과 함께 길을 떠났다.  35번 대전방향 고속국도를 따라 함양분기점 88고속도(2차선)남원

방향으로 진행중 지리산 나들목을 나와 24번 국도를 따라 남원 방향으로 가다 운봉읍을 만난다.

남원시 운봉읍은 바래봉이 있기에 그 존재가 한층 돋보인다.  

 

 

바래봉의 봄은 늦다.

흥부마을 봉화산릉에 철쭉이 시들해져 사람들을 내려 보낼때쯤 비로소 바래봉은 붉은빛 철쭉이  

융단을 깔듯 바다를 만드니 곧 "천상화원"이다.

4월의 바래봉은 아직 춥다.

산 아래 이제 막 핀 진달래가 오히려 산객을 혼돈에 빠지게 하고 겨우 움을 티운 버들개비가

스산한 바람을 맞으며 부지런히 봄을 향해 간다.

임도가 아닌 돌길로 조성된 등산로를 포기하고 인적 뜸한 운지사 옆을 돌아 산길로 들어섰다.

지름길이지만 된오름길이 계속되어 한땀 야무지게 흘려야만 능선 돌길에 닿는다.

들꽃도 보이지 않고 7부능선에서 겨우 제비꽃과 현호색을 만나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낄 정도니

역시 산중의 산인 지리는 말봉이라도 봄은 더디게 온다.

    

 

지인은 야근을 한 탓인지 짊어진 걸망이 엄청 무거워 보이고 연신 가뿐 숨을 몰아 쉬며 필자와

점점 거리가 멀어져 동행 시킨것이 미안한 마음에 바위에 걸터앉아 기다리니 모자를 타고 흘러

내리는 땀을 훔치며 올라오는 모습에서 고단한 일상이 보여진다.

복(福)이 무엇인지 태어날때 부터 호의호식 하는자들 있는가 하면 죽기 살기로 발버둥치며 열심

히 살아도 궁핍조차 면하기 어려운건 요즘이 더 하다.

자수성가는 이미 고전이 되었다. 그래서 필자는 주어진대로 살아간다. 단, 가진게 없어도 바르게

그것이 오늘 나를 지탱해준 근본이다. 그리고 내 자식들도...

 

 

1시간여 된 오름길의 끝 돌길에 닿았다.

버스로 멀리서 온 등산객들이 돌길을 따라 오른다.

철쭉도 없는 저 황망한 바래봉을 찾아오는게 안스러워 왜 지금 이곳에 왔느냐고 물었더니 바래봉

이 철쭉의 명산인줄을 여기에 와서야 알았단다.

바래봉 아래는 나목의 행렬로 아직 겨울이다. 둥그스럼한 그리고 순한 넉넉한 오름의 능선에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 동행들이 그림으로 펼쳐져 더 없이 행복한 순간이다.

오름.

스산한 바람이 귓전을 때리는 바래봉 오름.

모두의 얼굴에 분홍빛 철쭉이 피어나고 있다.  

 

 

 

멀리 부운치 세걸산 그리고 정령치로 가는 능선엔 철쭉처럼 사람들이 가고 있다.

굽돌아 더 더욱 아름다운 산길 정령치가 눈앞에 아른거리고 정원수처럼 핀 철쭉 화원이 영상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그 너머 만복대 대간길이 마루금을 그으니 언제 어느곳을 보아도 지리는 중첩

이고 중후한 산줄기를 사방 걸쳐놓아 늘상 그리움의 산으로 가슴에 터 를 잡는다.

 

 

 

 

오래 머물지도 머물수도 없으면서 사람들은 기를쓰며 올랐다 내려선다.

산 아래는 새싹들이 돋아 푸른 세상으로 가는대도 바래봉은 아직 잎하나 제대로 틔우거나 피우지

않은체 바람만 불러 모운다. 아쉽고 서운한지 먼곳의 산객들은 바래봉을 꼭 껴안은체 연신

카메라의 셔트를 누르며 이별을 아쉬워하더니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세상을 향해 내려간다.

포구를 미끄러지며 가는 작은배처럼 구름이 달을 밀듯이 떠 내려간다.

 

 

바래봉은 아직 철쭉의 꽃망울은 없다.

그리고 산 아래는 무엇을 할 것인지 수십억원이 족히 들만한 우리의 혈세로 산 그 안에 있어야 될

지리산 자생 식물 생태공원을 조성한다며 몇년채 난리법석이다.

자생이라(???)

 

 

 

그리고 다시 5월이 되면 이렇게 능선마다 분홍 융단을 깔듯 철쭉이 분홍바다

를 만들어 일상에 주눅든 사람들을 보듬고 또 하나의 희망을 전해줄 것이다.

참고로 바래봉 철쭉의 최고 군락지는 바래봉이 아닌 정령치로 가는 길목에

천상화원을 이룬 팔랑치가 압권이다.

그래서 어떤분이 왜 팔랑치 철쭉이라 하지않고 바래봉 철쭉이라 하느냐며

필자에게 묻지만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지 필자도 모르겠다.

아래 사진들은 작년 2006. 5. 20.에 촬영된 것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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