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사골.
피아골 심원계곡과 함께 지리산 단풍절경지 중 으뜸이다.
고산준봉 반야봉과 명선봉 사이의 원시림 지대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모여 청정계류가 되어 계곡의 암반
과 기암을 보듬고 돌아 너른 소(沼)와 폭포를 만들어 절경을 이루었다.
장장 9km의 긴 계곡엔 석실.오룡대.탁용소.뱀소.병소. 병풍소.제승대.간장소등 청류를 담은 비경이 속세
에 찌든 속인들의 발목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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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단애의 단풍.
해마다 뱀사골 단풍은 그리움으로 추파(秋波)가 되어 넘실거렸다.
허지만 어디를 가도 올핸 긴 가을 가뭄으로 단풍색이 사실 고운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론들은 가을이 시작되자 일제히 올해는 단풍색이 유난히 고울거라는 성급한 보도를 해놓고
슬그머니 그 말을 추수하듯 거둬 들였다. 여름 잦은 비를 염두엔 둔 추측 보도였다. 물론 여기에 기상청
도 한수 거들었을 것이다.
새품의 그리움은 점차 비어가는 들판의 논둑에서 하늘거려 애잔하고 파란 하늘을 흠모하던 코스모스도
그 빛이 하루가 다르게 퇴색하고 있다.
지리산 가는길은 늘 조급하고 설렌다. 부풀어 오르는 보고픔이 조급증을 자아내는것도 있지만 사실 인파
가 너무 몰려 서두르지 않고는 해거름 돌아오는길이 너무 고달퍼 종종 걸음을 쳐야한다.
2006. 10. 21. 산객은 또 다시 혼자 뱀사골을 향했다.
사랑하는 님과 순결한 열정을 밤새도록 태운 새악시의 볼 처럼 뱀사골 계곡엔 홍조띤 이파리들이 물위에
떠 간다. 가을이 가을이 떠 간다.
지리산도 폭풍의 계절이 오면 노(怒)한 자연의 매질이 시작된다.
산을 무너뜨릴 기세로 성난 계류는 물욕에 찬 세인들을 꾸짖으며 산속으로 한발짝도 들여놓지 않는다.
그러다 가을이 되면 지난 여름의 횡포가 미안해서인지 층층으로 단풍꽃을 피우며 우리를 오라 손짓해
일시에 적막하던 골엔 사람들로 채워져 화사한 가을 추억을 가득 담아 가게한다.
아침 햇살을 받은 당단풍의 잎은 붉은게 아니라 투명한 옥빛이다.
그리운 얼굴이 걸렸다.
혼자여서 그런지 그것은 적막의 색이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이파리에 맺혀 떨어질것 같다.
숙연하고 적요한 세상이 이곳 뱀사골에 있었구나?
산객의 발걸음이 무던히도 더디다.
화려하지 않는 가을 서사시.
올 뱀사골 가을은 그런곳이였다.
용이되지 못한 이무기의 죽음이 전해져 온 뱀사골의 전설 위엔 통한의 역사가 붉은빛으로 깔려있다.
토벌군과 빨치산들의 혼.
이데오르기의 처절한 희생이 이곳 뱀사골 아니 지리산 전역에 해마다 가을이면 붉은꽃으로 핀다.
산객의 발길은 제승대로 향했다.
1300여년전 송림사 고승 정진스님이 불자의 애환과 시름을 대신하여 제를 올렸다는 장소답게 풍기는
분위가 적막이다. 소에 고인 청류위로 이곳 역시 가을이 둥둥 떠 간다.
물빛 또한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거운 옥빛이다.
다 버리고 맨몸 나목으로 맞을 겨울이 다가오는듯해 가는 세월이 유속이라 허망한걸까?
오던중 계류 암반에 앉아 가는 세월을 붙잡으려 애쓰는 중년 아낙들의 넋두리도 물위에 떠 있다.
뱀사골의 폭(瀑)은 웅장한 소리를 내지 않지만 한번도 물줄기가 쉰적이 없다.
한줄기 바람이 휘돌면 마른 나뭇잎들이 춤추듯 소에 떨어지는것을 보고 있으면 시간의 흐름에 조급해온
범부의 일상도 언젠가는 조락의 낙엽이라 욕(慾)의 몽우리 시나브로 접고 순리대로 살자고 다짐해본다.
어느 글에 살면서 "원수는 갚지말고 은혜는 갚아라" 고 했다. 곰씹어 볼만한 글귀다.
뱀사골은 인내가 요구되는 계곡 산행길이다.
계곡길이라 우습게 생각을 하다가는 중도에서 내려가야 한다.
이 길에서 모 면사무소 직원들을 만났다.
이들 역시 가볍게 가을 야유회를 즐기려 계곡을 올랐지만 초입부터 한잔술 두잔술도 문제지만 복장과
기력이 따라 주지 않아 서둘러 하산하는 모습이 참 안스럽다.
뱀사골 산행은 주로 성삼재-노고단-화개재-뱀사골산장을 거쳐 뱀사골을 내려오는 코스를 아용한다.
물론 역(易)으로 진행해도 정말 좋은 추억의 산길이다.
예년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지리산 뱀사골 단풍은 이번 주 까지는 볼수 있을것 같습니다.
산행후 성삼재에 올라 지리산의 특별한 뭉개구름과 파란 가을 하늘을 만나 보신후 가을이 더욱 깊어가는
산사 천은사의 풍광을 가슴에 담고 이어 은빛 물살을 가르며 재첩을 줍는 남도의 서정이 묻어나는 노을빛 하동포구길과 꿈의 장터 화개장터를 들려 만추를 느끼시다 가시면 2006년 여러분들의 가을도 만산의
홍엽처럼 예쁘게 물들어 있겠죠.
※ 가는길 : 35번 고속국도 88고속도 함양요금소-300미터 우회전-함양사거리 좌회전-24번 남원방면-
인월면사거리(좌회전)-산내면-뱀사골 입구
지리산 나들목을 나와 인월(24번국도)-산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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