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산줄기.
그리고 짙은 산 그림자.
겹겹으로 포개진 능선들이 또 다시 그리움이 되어 요동을 치며
달려온다. 지리산이다.
지리산은 아니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여기 이 산줄기에만
서면 저절로 가슴이 뛴다. 산을 처음 오르는 사람들도 제일 먼저
달려가고 싶은곳도 여기 지리산이고 산을 오래전 부터 만나온
사람들도 늘 가슴에 품고 사는 산이 바로 지리산이다.
오늘은 반야봉을 만나는날.
노고단의 넉넉한 산릉이 천왕을 향하면서 여인의 젖가슴처럼 풍만
한 두 봉우리를 들어올리니 바로 반야봉.
그래서 반야봉은 여인의 그리움이 묻어나는 곡선이다.
하늘을 바치는 기둥으로 대간의 시작점과 끝점이 되는 이 능선을
사시사철 걸망메고 걸어가고 걸어온 산객들의 수는 밤 하늘의 별
처럼 무수하다.
가을오는 반야봉.
속세의 생각들을 잠시 접고 풍만한 반야의 가슴속으로 천천히
들어가 보자.
굽이굽이 돌고돌아 힘겹게 올라온 성삼재.
지리의 가을을 비교적 쉽게 만날수 있는곳이 노고단 능선이다.
그래서 노고단은 갓 태어난 아기를 등에 업고도 콧노래 부르며
오른다. 노고단은 오랜 시간 사람들의 발길을 묶었다.
영악한 인간들이 야생화며 나무를 마구 훼손해 더 이상 방관만
했다가는 생태계가 몰살을 당할것 같아 결국 짐승을 가두는 우리
의 문을 만들어 초소를 짓고 하루에 머릿수를 세어 잠시 들여
보냈다가 나오게 한다. 인간들이 져지른 업보이니 순응해야 한다.
다람쥐에게 도토리를 돌려주자는 운동이 지리산에 시작 되었다.
토종 도토리를 채취해 묵을 만들어 먹어면 얼마나 몸에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야산엔 베낭처럼 포대를 맨 사람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뛴다.
앙증맞은 다람쥐가 인간을 무서워 하지않고 달려오는것은 먹을것
이 부족해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생명을 담보로 한 절박한 행동
인지도 모른다. 제발 올해 부터는 다람쥐에게 도토리를 제대로
돌려주자. 그들의 몫을 인간이 가져가는것도 강탈 행위이자 절도행위다.
노고단 아래 능선에 도착했다.
돼지령 임걸령 아니 천왕봉으로 가는 길목 너른 휴식처 반야봉의
두 봉우리는 농익은 여인의 풍만한 젖가슴으로 눈앞에 다가온다.
반야봉은 어쩌면 외로운 봉우리인지 모른다.
대간과 지리산 종주를 하는 사람들도 지쳐 이곳 반야를 만나기를
꺼려해 어떤때는 눈길도 마주치지 않고 지친 다리를 끌며 황망
히 발길을 돌려 반야는 사실 고독한 봉우리다.
힘차게 꿈틀거리며 길게 늘어진 질등은 힘주어 문바우(1198m)등을 만들어 끄트머리 왕시루봉을 만나게 하고 호남과 영남의 산꾼이
만나 하나가 되는 삼도봉은 우람찬 불무장등(1446m)을 솟아
오르게 해 용쓰듯 기를 모우며 섬진강을 향해 달려간다.
따라서 지리산은 사람과 산이 격이없이 하나가 되게 하므로 사람
과 산이 잘어우려지는 궁합지다.
반야봉 가는길
산중의 산
영원한 어머니의 산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이 오만 산줄기를 거느
린채 위용을 드러내고 낙남정맥의 시작점이자 끝점인 영신봉이
추억되어 하늘에 맞닿아 있다. 고행의 길 뒤엔 언제나 행복한 추억
이 있어 오늘도 대간과 정맥길 쉼없이 오고 갈 것이다.
반야봉엔 가을이 놀고있다.
견우와 직녀보다 더 애잔한 사랑이야기가 봉우리 곳곳에 들풀로 누워 산객의 발목을 잡고 삼도봉.화개재.토끼봉 명선봉은 바로
눈앞에서 비룡처럼 꿈틀거린다.
몇년전 지리산 종주가 영상으로 다가오고 봉우리엔 한무리의 사람
들이 감동의 목소리로 반야봉 등정 기념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
에 부산하다. "그대와 나 반야봉(1732M)에 오르다"
저들은 두고 두고 지리의 이야기로 또 한세월을 보내겠지...
이끼폭.
험난한 비탈길을 곡예하듯 내려서서 만난 숨겨진 또 하나의 지리산 비경.천년을 아니 수천년을 숨죽이며 물과 이끼 그리고 바위와 함께 살아온 이끼폭. 세삼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을 하고 그
앞에 서 있는 우리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볼품없는가를 느끼기
에 충분하다. 한줄기 가을 바람이 골을 돌아 냉기를 전하더니 어서
속세로 돌아가라고 사정없이 떠민다.
끝나지 않을것 같은 험준한 비탈길의 연속이 어느새 해거름으로
완만해 지더니 청정계곡 뱀사골을 만나 병풍소.병소.뱀소.탁룡소.
요룡대를 부지런히 내려서니 지리산도 가을을 열심히 잉태할 준비
가 끝나있다. 10월15-22.사이 지리산은 붉은 융단으로 곱게 단장을 할것 같다. 산객 생각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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