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수령(자래목이)-울치재-당집-610봉-724.4봉-ok목장
2007. 6. 6. 무더워 땀 비오듯... |
작년 현충일에도 필자는 6.25. 한국전쟁의 마지막 교두보였던 낙동강 전투의 치열한 격전지인
안강 기계 지역의 낙동정맥길을 가면서 "안강 국군묘지"에서 울려퍼지는 진혼곡을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국군묘지를 찾아 묘역을 둘러보며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못다핀 젊은 청춘들이 초개
같이 목숨을 받친 영령들을 기리며 옷깃을 여미었다. 오늘 다시 현충일. 전장터는 아니지만 푸른
제복의 간성인 아들을 그리워 하며 낙동정맥 24번째 길을 나섰다.
여름의 길목 6월.
성하가 시작 되는 시기라고는 하지만 너무덥다.
어제 오후 퇴근후 승차한 포항행 버스는 동김해 구간부터 심한 정체를 겪더니 한밤중에 포항에
필자를 내려 놓는다. 허기짐에 24시간 해장국집을 찾아 감자탕을 시켜 소주 두어잔을 마시고
산행들머리인 영양을 향한다. 어둠속 무논에서 울어대는 개구리 울음이 저리도 구슬퍼 애닯다.
사진 위.아래 모두 아랫삼승령.
인내와 강한 의지가 없이는 한발자욱도 옮길수 없는 낙동정맥 종주자들 쉬어 가라는듯 영양군이
조성한 쉼터가 있다.
필자는 이곳에서 오늘 새벽과 지난번 하산시 휴식과 취사를 했다.
출발부터 걱정이 앞선다.
요즘 무릎이 좋지않아 혹 중간에서 걸을수 없을 정도로 아프면 정말 대책이 없어 불안하다.
나물밥(곤드레)으로 아침 요기를 하고 06시07분 비장한 각오를 다지며 다시 정맥길로 들어서니
앞서간 종주팀이 매단 리본이 개선문의 아치로 필자의 머리위에서 솔바람에 흔들린다.
필자도 여백에 제작한 "산 그리움으로 의 동행"운악/유남훈 블로그 산길 묻거들랑을 달면서
다시 한번더 이 길에 설수 있을지... 물었다. 기산들은 대답도 않고 이내 다가온 오름길을 가쁜
숨 몰아쉬며 오른다. 이름모를 야생화가 정말 밤하늘의 별 모양이 되어 피어있다.
강한 바람에 흩날리는 진초록의 풀잎이 마치 고운 여인의 머리결처럼 휘날려 아름답다.
한줄기 바람이 휘돌때 마다 풀잎은 푸닥거리를 하듯 혼을 담아 온몸을 흔드는듯해 경건함 마져
돋아 새벽길 겁먹고 가는 산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는듯 하다.
출발한지 겨우 10여분 이마에는 벌써 땀방울이 맺히고 등줄기도 촉촉히 젖어온다.
06시18분 688봉에 올라 숨을 가라 앉히며 지도를 꺼내 오늘 필자가 가야할 구간을 점검해 본다.
물 한모금으로 목을 적시고 이마에 땀을 훔친후 일어섰다.
온통 신경이 무릎에 쏟아져 조금만 걷는 다리가 이상해도 덜컹 겁이난다.
특히 바로 숙어지는 비탈길은 다리에 많은 힘을주고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더욱 무릎이 무게를
지탱해야 하므로 장거리는 사실 연골에 많은 피해를 입힐수도 있을것이다.
비탈길이다.
제법 숙어진 비탈길을 조심하며 내려서니 불어오는 바람이 참 시원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능선길에 만나는 진초록의 장관. 조망없는 정맥길에 단 하나의 위안이라면
바로 갈참나무숲과 금강송(적송)의 자태다.
오늘 구간은 아예 조망이 없다. 아무리 뒤돌아보며 왔던길을 갸늠할려고 해도 어림없다.
지천에 익어가는 산딸기가 산객 발목을 잡는다.
그러나 장시간 긴 거리를 걸어야 하는 산객은 산딸기에게 눈을 돌릴 여유가 사실 없다.
그래도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맛과 신맛이 생각나 두어개를 잽싸게 따서 입안에 넣어본다.
입안 가득 담기는 향. 정맥길엔 지금 산딸기가 아름답게 익어가고 있다.
눌러쓴 모자의 창끝엔 쉴새없이 땀방울이 맺히고 그리곤 발등어리로 떨어진다. 1시간30여분을
달려 묘지를 만나고 맥길은 다시 오름길로 산객을 시험하며 남으로 남으로 향해간다.
기록하던 볼펜을 산길위에 두고왔다.
조망은 없지만 싱그러운 진초록 바다를 홀로 유영하는 기분도 좋지만 산객을 따라오며 우는
산새소리는 외로운이의 그리움처럼 숲을 맴돌아 산객과 벗이된다.
1-2시간까지 활기차던 발걸음은 3시간쯤 지나자 무거워지고 모자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굵은 빗물처럼 발등에 떨어져 코가 닿을듯한 오름길엔 그 정도가 심하다.
불현듯이 또 내가 왜 사서 이런 고생을 하는지...후회도 해보고 자신을 채찍질 하며 봉우리를 넘고
또 넘고 비탈진 산길을 내려서 터덜터덜 간다. 시어(詩)로 구름에 달가듯이 말이다.
영덕군 창수면 인천리 중일마을 위 아랫삼승령을 오르는 임도는 예전 신작로 같은 비포장에
구비구비 돌고 돌아 오르는 산간 오지의 전형적인 산길로 자동차로도 약30여분쯤 소요된다.
조망이 될듯한 지점에서 산객은 새벽 그 길을 찾아보지만 멀리 와서 인지 아니면 희뿌연 개스
탓인지 볼수가 없다. 그곳을 걸어서 오른다면 아마 반나절은 족히 걸리겠지...
애틋한 그리움 같은 그 산길은 두고두고 내 기억속에 터 잡아 갈 것이다.
정맥길에서 만난 오지마을은 맥 종주를 하지 않고서는 평생 만날수 없는 첩첩산중 마을로
아직도 청정지역이고 원시적 내음을 맡을수 있어 보존의 가치가 있다.
솔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땀은 비오듯하다.
어 !누구것일까?
사람은 흔적도 없고 점퍼와 베낭이 산길옆에 있어 화들짝 놀랐다.
혹 조난자 그럴리는 없다.
머리끝이 설 정도의 긴장감에 봉우리 하나를 숨죽이며 올라 인기척을 찾아볼려고 귀를 기울여
보지만 산새소리만 처량히 들린다. 20여분후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려 다시 긴장하며 두리번
거리자 베낭을 메고 약초를 케는 할머니 심마니가 저만치 진초록 갈참나무 바다속으로 자멱질
하며 유영해간다. 짊어진 걸망의 무게가 수십년 고단한 삶의 무게와 같아보여 마음이 아려온다.
다시 맥길은 활처럼 돌아 나가더니 비탈길이다.
10시50분 임도를 만났다.
아직도 창수령은 멀리에 있는지 독경산으로 짐작되는 봉우리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야생화며 푸른숲을 카메라에 담는 시간이 오래 걸려 소요 시간이 길어져 갑자기 조바심이 나고
진주로 갈 버스가 오후6시30분에 있어 그 걸 놓치면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 심야버스를 타야할
것을 생각하니 서둘러 길을 재촉해야 하건만 땀 무진장 흘려 파김치가 된 몸이 생각과 일치가
될리는 만무하다. 11시35분 드디어 독경산으로 짐작되는 푸른 봉우리를 올려다 보며 된오름길
거북이 걸음으로 간다. 다시 한땀 야무지게 흘린후 11시50분 독경산 헬기장에 도착하니 정상
엔 산불감시용 카메라가 좌 우로 이동하고 있다. 필름이 있기는 한건지...
독경산
땀에 젖은 몸이 참 무겁다.
산이 어디 수월한곳이 있을까마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과도 같은 맥 종주는 누구나 섣불리 시작
할것은 아닌것 같다. 국토의 근간인 대간 정맥 기맥 지맥종주가 유행처럼 번져 수십명이 한꺼번
에 종주길에 나서 산을 가라 앉히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그기다가 최근에는 출입금지 구역의 구간을 종주할때는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과 종주팀
간의 쫓고 쫓기는 산중 술래잡기가 시작 되었다니 씁쓸하다.
12시10분 멀리서 자동차 달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휘늘어진 나뭇가지 사이로 산중으로 들어오는
길 하나가 보인다. 저게 창수령으로 올라가는 길인가보다.
다시 두 다리에 힘이 솟고 고대하던 창수령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창수령 12시14분에 도착 했으니 약 6시간이 소요되었다.
참말로 소걸음으로 왔다고 놀릴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러나 필자는 인내의 한계를 느끼며 어렵게
걸어 온 길이다. 커다란 통신탑이 재의 중심에 서 있다. 선답자들의 리본이 이 처럼 아름답게
보이는것은 땀의 흔적 의지의 산 사람들의 휘장이기 때문이리라 라면을 끊여 점심 요기를
하고 울치재 OK목장을 거쳐 맹동산을 지나 임도 삼거리까지 갈려고 하였으나 "진주로 가는
버스"시간 때문에 부득히 OK목장에서 오늘 종주를 마쳐야겠다. (사실은 이곳까지 가는데도
다리가 아파 중도에 포기를 하고 싶었다.)
허기에 급하게 라면을 끊여 먹고 맞은편 산줄기로 올라섰다.
소화도 되기전 오름길은 숨도차고 고통스럽다. 산객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평탄한길이 이어져
진행하기가 좋지만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는 오름과 내리막길에 또 다시 긴장하며 간다.
무겁지만 좀 달려보자. 차 시간을 위해 ...평탄한 길은 약간 달렸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야생화도
솔숲도 그냥 지나치며 간다. 연산군의 생모를 죽음으로 인도했다던 천남성이 길섶에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피어 있다.
14시28분 드디어 울치재에 도착 약간 빠른 걸음덕에 산행도 보다 좀 빠르게 도착했다.
오랫만에 산객 기분까지 좋게하는 이정표가 반갑기 그지없다. 어떤 지자체는 정맥길에 친절하게
도 이정표를 중간중간에 세워 종주자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준다.
창수령에서 숨가쁘게 달려와 기력이 소진되어 발걸음이 무겁다.
큰 봉우리가 없다던 선답자들의 말은 거짓말이였다.
아직도 3km를 더 가야 ok목장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내가 한번도 가지않은 이 산길은 사실
고된 산길이다.그래서 지인들은 함께 가자고 권하면 모두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거절한다.
옆으로 버티고 선 저 산줄기는 내가 갈 산줄기는 아닐꺼라 했지만 얼마후 그 산줄기를 만나
싸움하며 간다. 예전 같으면 무당집옆을 겁이나 가지 못하였는대 산속 당집을 보는 순간 약간
섬뜩한 기분이 들긴든다. 당집을 돌아 나와 다시 봉우리를 넘고 저 봉우리만 넘어면 광활한
초지가 보이는 푸른 목장 ok목장이겠지 하며 넘어가면 또 산봉우리가 필자를 노려본다.
무릎에 통증이 오고 푸른산도 이때쯤엔 무섭다는 표현이 맞을게다.
마지막 봉우리를 넘고 편편한 능선을 축 쳐져 가면서 전방을 주시하니 산이 끝나 보이고 이내
눈앞엔 수십만평의 비탈진 밭에 고냉지 감자가 심겨져 보기가 정말좋다.
20년전 강릉에서 이곳으로 와 목축업과 고냉지 채소를 한다는 주인아저씨가 혼자서 걸어온
산객을 대단하다며 격려해주고 간간히 종주하는 사람들을 만나 어떤때는 차량제공까지 해준다는
말씀에 역시 종주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 산을 사랑하고 산 사람들을 이해하는가 보다.
강하게 불어주는 바람이 10여시간을 걸어온 산객의 땀을 식혀 줄려는지 세게 분다.
15시54분 오케이 목장의 결투는 여기서 접는다. 다음 구간은 더 힘들게다.
낙동정맥 24번째 산길서 만난 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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