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의 속출.건기와 우기로 나눠질 아열대성 기후.폭염과 혹한 그리고 폭우.호우.토네이도급 태풍.그리고 머잖아 두 계절만 존재 가능한 이 땅이 당면한 기상현상이다. 지겹던 아니 진저리 나던 비가 모처럼 그쳐 오랫만에 아이의 동화책에서 보아온 파란 하늘이 뭉개구름을 불러모우는 광복절. 잘 생긴 장송의 풋풋한 솔향과 나락으로 하얀 포말이 떨어지는 장쾌한 폭포소리가 하도 그리워 산이 그리도 좋은 경남의 북부지역인 거창군 가조면의 "의상봉<1046.2M 일명 이상봉>을 다시 만나려 지인과 길을 나섰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후 문화재 관람료 징수로 사찰측과 실랑이가 벌어지는 풍광을 씁쓰레하게 바라보는 산객의 마음은 늘 편치않다. 절 마당에 발 한번 들여놓지 않는데도 단지 등산로가 사찰 명의로 소유권이 경료되어 꼼짝없이 토지세 내지 통행료를 징수 당하는 억울함이 분명 있기에 기분이 좋을리는 없다. 여기 의상봉도 오를려면 입구에서 금 800원을 내야한다. 수석이 많기로 소문난 고견천의 피서객들이 마구 버린 쓰레기 수거를 위한 청소비 명목으로 징수한다는 아줌마의 구차한 변명에 지인은 부아가 나는지 "우리는 남의 쓰레기도 베낭에 담아오는데 왠 청소비" 한다.산객이 계곡 피서객들의 청소비 까지 내면서 의상봉을 올라야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그나마 자연을 온전하게 하겠다는 취지로징수하니 관람도 하지않고 문화재 관람료를 내는것 보다는 좀 낫지 않을까? 너른 주차장을 지나 산 초입에 들어서면 이내 장송들이 휘저어 늘어뜨린 솔가지에서 내 뿜는 싱그러운 솔향으로 단번에 머리까지 맑게해 주고 간혹 이른 아침 나절 부터 거하게 취하신 연로하신 분들의 젖가락 장단에 허기없이 넘어가는 유행가는 산객의 뒤를 한번 돌아보게 해 인생무상함도 느낄수 있으니 의상봉 가는길은 무한의 산길도 된다.
솔숲을 뒤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 멱감던 고견계곡의 맑은 물소리를 잠재우는 굉음이 산객 귀를 때린다.천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하얀 빛.비룡이 승천하는 몸서리가 은빛 비늘로 돋아 용천한다.백두의 장백, 한라의 천지연과 견준들 이 어찌 아름다움에 질까?산객은 쏟아진 물줄기 아래 시퍼런 소(沼)를 보는 순간 소름이 돋는다. 젊은 연인들이 속살을 절반쯤 내어놓고 폭 아래 솔숲에서 삼겹살만 굽지 않았다면 산객 한껏 물소리와 솔향에 취해 그리움 하나 드러내어 종일 벗 할수도 있으련만 지친 지인의 가쁜 숨소리를 뒤로하고 산을향해 일어섰다. 가정산폭포라 누가 지었을까?이보다 더 아름다운 이름을 작명할수는 없었는지...이 산은 의상도 그리고 산천명경을 답습한 고운 최치원도 이곳을 산객처럼 지나 갔을텐데...비룡,백룡,비학,용천,등 품격있는 이름도 많은데 왜 산명(의상)도 계곡(고견)이름도 아닌 "가정산폭포"라니 영문을 모르겠다.
매미소리마져 잠재워 가는 계곡 물소리는 지쳐오르는 산객에겐 청량제다.먼저 오르던 사람들이 지쳐 하나 둘 바위에 걸터앉고 이들을 지나쳐 가는 등 뒤로 지친 기색도 없네라는 소리를 듣지만 사실 산객도 털썩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다. 허지만 지친 내색 산에게 보이면 등 떠밀며 내려가라 재촉할까봐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도 불편한 기색없이 사랑해야 산이 그리워지는 것 이다.<필자 생각> 계곡의 물줄기가 소원해질 무렵 의상봉 도포 자락에 터 잡은 고찰 고견사를 만난다.신라 문무왕 667년 "의상"이 과거와 현세 그리고 미래를 득하였다는 명찰이다.천년 세월의 풍상에 씻기고 다시 동족간 전쟁에 불타 지금의 불사는 고색의 미는 사실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고견사는 천년 고찰임을 입증하는 700여년의 수령을 가진 은행나무와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끼낀 석불과 석탑이 오랜 세월을 지났음을 대신 말해준다. 이른 아침 산사를 찾은 신도들을 비구니승이 접견하는 모습이 보이더니 어느새새로 지은 불사가 산객앞에 서 있다. 축대 밑 말나리가 여름을 도래질한다.산사를 돌아 가파른 비알길을 한땀 야무지게 흘리며 올라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바위속을 뚫고 솟아난 석간수가 지친 산객들의 목젖을 적셔주며 휴식을 하게한다.정좌한 큰 불상이 "의상"의 속내를 대변하듯 중생들을 보듬어 위로 보내니 의상봉은 불심 깊은 산 이다. 의상봉은 일명 "이상봉"이라 부른다.그렇다. 이상이,유토피아가 고난의 순간 뒤에 오는것이라면 가쁜숨 몰아쉬며 오른 정상에서의 환희와 희열은 분명 우리의 이상이고유토피아가 아닐련지...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석불. 복전함과 촛대가 조금만 한쪽으로 비켜 있었으면 좋으련만 ...사실 볼상 사납다. 석간수 물한모금에 단숨에 오른 능선에 서면 장군봉-의상봉이 새겨진 이정표 아래 암각된 우두산 표지석이 의아하다.우측 봉우리 의상봉 정상의 표지석에도 우두산 의상봉이 암각되어 의상봉은 정상석이 2개나 있다.골을 타고 올라오는 시원한 골바람을 속세의 바람과 비교하지 마라 풋내음과 솔향이 코를 간지르고 땀에 젖은 등짝은 어느새 한기를 느끼니 발 디딜틈도 없다는 속세의 해수욕장의 피서가 감히여기를 당할까?
능선에서 좌측 장군봉 가는길을 올라서면 아름답고 약간은 위험한 암릉지대를 만나 곡예를 하며 가야한다.예각으로 때론 산짐승 모양의 기괴한 바위들이 산객의 발걸음을 우족으로 만들때쯤 암릉미 빼어난 보해산이 그림처럼 눈앞에다가오고 그 능선을 쉼없이 따라가면 수도산 단지봉이 하늘과 닿아 진한 8월의 여름과 질펀하게 한바탕 놀고있다.
멀리 수도산이 하늘에 닿아 있다.
능선에서 우측 정상인 의상봉을 갈려면 능선 아래를 돌아 나간다. 나무계단을 올라서면 별유를 거쳐 가야산으로 가는 국립공원지역으로 통제구역이다.철계단을 오르다 뒤 돌아보면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하는 암릉들이 계단을 힘겹게 오르는 산객들을 위안시키고 연이어 너른 수반 같은 바위에서 중첩한 산줄기를 바라보는 희열을 우리 어디에 비하겠는가?세상 사람들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장군봉으로 가는 암릉길과 준령
정상에 선 아름다운 모습의 사람들을 뒤로하고 하산은 가파르고 약간은 불편하지만 철계단 아래 우측 내리막길을 내려선다.왔던길 보다는 가파른 비알길과 돌무지가 뼈처럼 돋아 불편하지만 사색하며 내려 가기에 참 좋다.특히 돌 틈사이로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하산내내 사람들의 기분을 맑게해 산행의 대미를 행복하게 장식해 줘 속세를 가는길도 오늘 만큼은 상쾌하다. 다시 고견사의 은행나무를 만나고 만리장성 처럼 길게 늘어진 부식과 연로한 불자를 실어 나르는 모노레일을 거느리고 계곡물 일부러 신발로 튀겨가며 내려서니 아까 본 폭포가 또 다른 모습이다. 주차장 위 평상에 삼삼오오 모여 납량(納凉)을 즐기는 사람들의 얼굴이 이글이글 타는 8월의 태양을 닮았다. 지쳐서 침묵으로 소일하던 지인은 차에 오르면서 "친구야 ! 오늘 좋은 산 데려와 고맙다"이 보시게나 "산이 좋지 않은곳"이 어디 있던가?
가는길 : 88고속도 거창 가조 나들목 - 가조면소재지(온천동네)-의상봉 산행길 : 주차장-폭포-고견사-우두산 능선-장군봉-의상봉-쌀굴-고견사-폭포-주차장
|
x-text/html; charset=UTF-8" loop="-1">
'☞ 산사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해 호구산줄기 송등산과 가을 용문사 (0) | 2007.11.04 |
---|---|
2007,순천만 갈대제와 조계산 장군봉 (0) | 2007.10.21 |
쪽빛 다도해에 자락 적시는 통영 미륵산 (0) | 2007.06.18 |
다솔사 품은 봉명산의 봄 (0) | 2007.03.17 |
한뼘 하늘과 닿은 연화산 옥천사 (0) | 2006.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