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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사산행

남해 호구산줄기 송등산과 가을 용문사

 

2007. 11. 3. 가을 해거름 호구산 정수리를 비추는 햇살은 만산 홍엽을 만들고 있었다.

육지와 이어져 섬 같지 않은 섬 남해의 호구산(군립공원 650m)은 한려해상 국립공원인 남해금산에 가려져 몇해전 까지만 해도 산객들의

발길이 뜸했던곳이지만 원시림에 가려져 있던 숨은 비경과 한여름에도 발을 담그기 어려울 정도의 맑고 찬 계곡물이 입소문으로 전해

지면서 이젠 계곡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특히 호구산속 대찰이며 신라 고찰인 "용문사"는 31개의 성보문화재가 보존되어 있으며 사찰

주변에 최근 조성되는 이곳 식물자생지는 자연생태 체험장으로 관광객들의 호응을 크게 받을것으로 기대되어 귀추가 주목된다.

호구산 산행은 원시림과 시작된다. 용문사 일주문을 지나 좌측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오르면 고시촌 같은 신도들이 묵어가는 요사채 같은

집을 지나 염불암 마당을 만난다. 마당 끄트머리 흐르는 약수에 목을 축이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김만중의 유배지 노도와 발목을 마주

담근 금산이 장중하다. 염불암 대웅전옆 시누대길을 지나면 눈앞에 펼쳐지는 홍엽의 자태가 깊어가는 가을 산객의 발목을 잡는다.

 

 

 

 

▲ 염불암. 우측 차나무밭 매화를 닮은 차꽃이 참 은은하다.

 

 

▲ 눈앞 금산도 아득하고...

 

 

한땀 야무지게 흘리며 만나는 이정표 우측 원산 좌측 송등산.

산객은 원산인 호구산 방향은 몇해전 걸어 낮선 송등산을 택하고 산길을 재촉한다. 며칠전 길옆을 정비했는지 걷기에 편하고 이어 산객이

가장 좋아하는 가파른 비알길을 만나니 마음을 다스리며 오른다. 자연의 섭리가 인간에게 안겨주는 이 행복을 어디에 비할까?

산속에 들어서면 그 어떤 두려움도 번민 고뇌도 일순간에 사라지니 세상 산 보다 더 좋은것이 어디에 있단말인가?    

진한 이파리들의 유희보다 더 청결한 호구산속의 단풍은 은은한 범종의 울림으로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산객속으로 들어온다.

 

 

 

 

등짝 땀줄기가 서늘해지면서 능선에 닿았다.

다시 만난 이정표 우측 원산 좌측 송등산. 호젓한 산속을 무너뜨리는 고함소리가 들린다. 

왜 사람들은 산속 고요를 저렇게 사정없이 깨뜨리려 할까 ? 놀란 고라니의 질주와 하산내내 단 5분도 쉬지않고 악을 쓰며 내려가는 저들

산을 만나려 온건지 산을 깨우려 온건지...   송등산이 저들의 악쓰는 소리에 해거름이 되어가도 쉬지 못하고 있다. 

  

 

힘줄처럼 불끈불끈한 산릉이 산객을 취하게 하고 고고한 성 처럼 정상을 파수하는 호구산의 거드럼이 파노라마로 다가온다.

부지런히 가을색으로 단장하는 모습이 조급하다. 새벽 찬서리 한줌이면 누렇게 퇴색할 저들의 운명을 알기에 해거름 힘없는 볕이라도

알몸 무한정 드러내며 부비며 입맞춤하는 저 광경이 바로 가을색이다. 나는 오늘 송등산을 오르기를 정말 잘했다.

 

 

▲ 금산의 위용.

 

해거름, 남면 두곡으로 가는 산릉

 

 

금산은 서포의 유배지 노도를 바라보며 날마다 통곡했을 것이다.

 

 

역시 그랬구나 송등산에 올라야 호랑이가 누운 형상을 한 호구산의 진면목을 볼수 있었구나.

웅크리다가 일시에 포효하며 달려갈 형상  산객은 오늘 호구산의 참 모습을 보고 담을 수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

서북으로 그립던 사람이 있었던 망운산의 자태가 서럽게 다가오고 서남으로 다랭이 마을과 사는 설흘산이 개스에 흐릿하다.

일몰 눈물나게할 정도로 아름다울 것 같은 사촌 해수욕장 너머 바다 저편이 오동도가 있는 여수구나

깊어가는 가을 송등산 정상의 사방 조망은 너무 아름다워 서러운 그리움이 산 처럼 피어날것 같아 애잔하다.

 

 

 

▲ 송등산 정상.  

 

▲ 망운산의 원경

 

 

▲ 호구산 너머 삼천포 화력발전소와 와룡산도 조망된다.

 

 

▲ 귀비산 명산봉 산릉. 점차 물들어가는 산릉이 아름답다.

 

 

▲ 한점의 섬을 당겨보니

 

 

아쉽지만 일몰의 장관을 보지 못하고 속세로 다시 내려선다.

다시 오리라.

이 가을 가기전 오늘 이 길이 아닌 남면 두곡이던 어디던 다시 이곳으로 올라 와 만추의 송등산과 해빠짐을 보리라.

하산길은 중간 용문사로 내려서는 비알길을 택했다.

어둑한 숲길마다 불빛으로 핀 원시림의 홍엽 그리고 무섭도록 호젓한 산길 내 일찌기 이런 아름다운 가을길을 걸어본적이 있었을까?

호구산속은 어두워도 길 환하게 밝히는 주색가 색주등처럼 단풍이 허리띠를 잡으며 호객행위를 사정없이 해댄다.

 

 

 

 

 

 

 

해가 진 산사는 산객의 발자욱 소리도 죄 지은듯 미안하다.

돌 계단에 누운 마른 잎새들이 차겁게 보이고 삼산오오 모여 부처와 연을 잠시 닿았던 보살들이 집 찾아가는 새들처럼 귀가를 서두른다.

경내를 돌아 나가는 산객의 등 뒤로 저녁 예불을 알리는 범종 소리가 차갑다.

이런 ! 안개등을 켜 놓았던지 자동차 밧데리가 방전이 되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깁스한 왼쪽손이 오작동을 한건지... 

에니카 긴급출동이 30분후 달려오고 ㅎㅎ 송등산 산행은 더욱 잊지못할 추억의 산사 산행이 될것이다.  

 

가는길 : 남해고속도 사천나들목 - 3번국도 삼천포 남해 창선교 건너 1024번 지방도 금산 못미쳐 앵갱고개 우측 이동면 송정리 용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