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산사산행

가을 쌍계사와 호젓한 국사암

 

지리산이 홍엽으로 융단이 되면 고찰 쌍계사도 가을빛으로 물든다.

아주 오래된 백년도 더 넘은 은행나무잎이 노랗게 물들면 불일폭포와 국사암으로 가는 행락객과 산객들이 산사의 가을에 취해 또 머문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때가 있다고 했던가?

자만이 삼신봉으로 가는길을 갸늠하지 못해 2번이나 불일폭포 방향으로 오려다 기진하여 포기하고 말았다.

내참 예전에 이런일이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가을의 가장 깊숙한 곳에 국사암이 있었다.

한번도 내가 발들여 놓지 않은곳.

대찰이자 천년의 세월을 이어온 고찰 쌍계사에 두껍게 가려져 그 이름도 생소한 암자가 있었다니 놀랍다.

국사암 가는길이 너무 정겹다.

물든 단풍나무가 없더라도 충분히 아름다운 국사암 가는 산길이다.

밀어가 주렁주렁 달린 연인들의 길.

중년부부가 걸어면 지금껏 살아온 삶 들이 떠올라 단번에 부둥켜 안을 정겨운 산길.

가족들이 도란거리며 걸어면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길이 될 것 같은 이 산길.

아 !나는 오늘 우리 지나온 인생길 그 자체를 여기서 만났다.

  

 

다만 아쉽다면 산길이 조금 짧다는게 흠이지만 그러나 고즈녁한 암자의 풍광과 주변 경치에 매료되어 한 두시간 머무는것은 간단하다.

암자 입구 턱 버티고 선 세 아름드리도 넘는 느티나무가 이곳이 암자가 아닌 잊혀진 아니 바삐 산다는 핑계로 밀쳐둔 고향 마을을 풍상

겪어며 지켜온 동구 밖 정자나무의 정감이 발길을 멈추게해 하늘과 맞닿은 나무 끄트머리로 가을은 어느새 회상으로 다가온다.

 

 

누가 이 호젓한 산길 쉼터에 이쁜 강아지를 데려다 놓았을까?

속세가 그리운 젊은 수도승의 그리움일까?

아니면 젊은 연인들이 마주보며 사랑의 맹세를 한 것일까?

국사암 가는길.

필자도 아름다운 솔숲길에 취해 발걸음을 멈춘다.  

 

 

 

 

흙 마당 불자들의 휴일 집회가 있었는지 곳곳에 공양의 흔적이 있어 점심도 들지 못하고 길 헤면 산객의 허기를 부추겨 지친 몸 지탱해온

두 다리에 힘이 쏙 빠진다. 얼굴에 푸른빛이 도는 스님에게 길을 물었다. 삼신봉을 가는길이 어디냐고...

초입 삼신봉 표지목을 뽑아버렸다고 투덜대던 그곳을 가르키는걸 보고 그때서야 불일폭포 아래 산장 위 좌측으로 난 길이 오늘 융단처럼

단풍이 곱게물든 삼신봉 가는길임을... 산장 아래 목교까지 2번이나 걸어 갔다가 되돌아온 길치에겐 더 이상 위안도 없다.

  

 

 

이제 여기 가람에서 깊어가는 가을과 놀다 가야 하지 않을까?

수회 이곳을 지나칠때 마다 꼼짝않고 문을 걸어 두었던 팔상전이 오늘 문을 활짝 열고 사람들을 부른다.

누렇던 들판은 점차 비어 가지만 쌍계사와 국사암 주변 지리 산자락은 온전히 맑은 가을을 담아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