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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생각하며

우포늪에 가면 걸어라 또 걸어라 그래야 버릴수 있다 한다.

우포늪에 가면 걸어라 또 걸어라 그래야 버릴수 있다 한다.
[글.사진 / 雲岳.기산들]


그렇게 기승을 부리며 좀처럼 물러날 기색도 없던 폭염도 뜨락에 내려앉는 작은 가을 바람에 오늘

맥없이 무너져 흔적도 없다.

9월.

그리움의 계절.

가느다란 풀벌레소리,

문풍지를 건드리며 더욱 애잔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바람내음.

잠시 잊고 지내던 그리운 얼굴들이 문득 생각나고

먼지쌓인 책장을 털어내며 회색빛 묵상의 가을을 그려본다.

죽마고우.

슬퍼도록 어려웠던 한해에 태어나 걸음마를 함께 배우고 우리말과 글을 공유하던 벗.

진학도 못한체 초등학교 졸업후 칼날같은 사회로 일찍 뛰어든 친구.

평생 내 집하나 장만하지 못하고도 일찍 시집간 딸내외와 함께 살아가는 그 친구가 문득 생각나

오랫만에 술잔이나 기울이며 동안의 이야기나 나눠 보자고 했더니 쾌히 만나기를 원해 창원을 갔다.

 

언제나 친구처럼 반말 비슷하게 하는 친구부인의 육담은 여전하고 흐른 시간에 외손을 두명이나 둔

이 친구가 부럽다.참깨 서말이라는 전어회에 주고받은 술잔이 수회.

예전 절간에서 동문수학하던 후배녀석과 어중간한 시기에 연예인 되겠다고 한양 올라가 어중간한

연예인이 된 후배. IMF오기전엔 탄탄대로였던 중소기업의 CEO였던 아우.

같이 "기산들과 돌고지"라는 그룹으로 기타와 드럼을 치며 짧은 순간들 이였지만 참 행복했던 그 시절

의 얼굴들이 취기가 오를수록 생각나 전화로 안부를 묻고 작은 암자에서 호롱불을 밝히던 弟氏.

그 의 부인이 운영하는 민속주점으로 우리는 2차 자리를 옮겨갔다. 

 

 

 느티나무.

어둑한 조명과 필자에겐 친숙한 지게 그리고 멍석.

흙바른 벽의 곰팡이. 작년 가을 성묘길 고향 들녁에서 채취했을 나락(벼).

30촉 백열등만 있다면 영락없는 목노주점이 아닌가?

작은방을 타고 흐르는 노래 역시 70년대 우리가 즐겨 흥얼거리던 가락들이다.

 

그러나

취기가 오른 친구의 넉두리는 술잔을 드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분노와 울분으로 변하더니 결국에는

필자의 가슴까지 후려치는 언어 폭력에 모처럼 회포를 풀려던 길손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가진자들에 대한 분노.

배운자들에 대한 이질감.

벗은 그 날밤 대열도 갖추지 못하고 적을 향해 돌진하는 선봉장이 되어 있었다.

그 누구의 말도 듣지않고 오직 자기 주장과 판단만이 옳은 독불장군이 되어 펄펄 날고 있다.

 

모임에 �던 弟氏가  한걸음에 달려왔다.

몇해전 낙남정맥길 하산후 잠깐 만나 회포를 푼후 몇해인가?

그도 여린 놈이다.

"친구"노래를 들어면 눈가에 눈물부터 번진다는 제씨.

그 사이 세월은 그 를 50의 강에 발목을 적시게 한다.

나는 그 날밤 그 자리에서 쓰러져 잠이들때 까지 무척 여위어진 그 와 술잔을 나누었다.

 

 

9월의 아침.

숙취로 멍하다.

굵고 찬 가을비가 흥건히 거리를 적시고 있다.

그렇게 가을을 재촉할것을...

무슨 뜸을 그리도 드린건지...

올 가을은 유난히 더디게 온것 같다.

 

가슴이 허하다.

숙취만이 아닌 그 무엇이 구멍을 낸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기엔 눈물이 날것 같다.

그래 우포로 가자.

비 오는 우포로...

그곳에 가 물웅덩이 군데군데 파인 자갈길 걸어며 아까워도 욕심없이 어제까지를 버리고 가자. 

 

 

비내리는 우포.

한적해 좋다.

길섶에 물방울을 단 여름에 핀 들꽃이 길손의 마음을 위안시키며 버리것을 권한다.

자갈길 황톳물 웅덩이가 걸음을 더디게 해 무엇 하나를 버리게 하고  늪속 왜가리 흰 날개짓으로  

힘차게 비상하며 속세의 분노 여기 버리고 가면 물어 가겠다 유혹하니 또 하나를 버린다.

사진쟁이 둘이 무엇을 담아 오는건지 자갈길 저편에서 걸어오며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걸 보면 퍽이나 반가운 얼굴인가 보다.

허리까지 물에 잠기고도 손 흔드는 물 버들이 길손더러 걸어라 또 걸어라 그리고 비워라 한다.

 

 

우포 자갈길

 

 

 

비내리는 우포늪은 회색빛으로 젖어있다.

여름내내 폭염을 이겨낸 수생식물들이 물결마져 잠재우고 있지만 폭염은 벌써 꽃을 피워야 할 가시연

의 개화를 더디게 해 이를 보려온 사람들의 발길을 무겁게 한다는 관리인의 투정같은 소리가 정감이

있다. 어느해 였던가 홍수조절과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인간의 생명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영원한

생명의 늪인 이 우포늪을 농경지로 바꾸자는 돌보다 더 단단한 머리를 가진 사람들이 전망대로 올라가

호수같은 늪을 바라보는 순간 생각이 났다.

 

 

우포 물버들

 

 

전망대 가는 길

 

 

우포 늪

 

우포는 살아 있다.

황새.중대백로.노랑부리저어새.해오라기.물닭.왜가리.흰꼬리수리.수리부엉이.큰기러기.논병아리.

쇠백로.큰고니.청둥오리.검은머리흰죽지.댕기흰죽지.오목눈이등 약 160여종의 조류들이 기착하여

우포에 살다간다. 환경부 보호 식물인 자라풀과 생이가래.가시연.노랑어리연꽃.마름.등 170여종의 

식물과 버들붕어 각시붕어 장어 붕어 메기 가물치등 30여종의 물고기.게아재비.장구애비 소금쟁이등 

60여종의 수서곤충류.삵.두더지.너구리등 12여종의 포유류.남생이.자라등 7여종의 파충류.무당

개구리 청개구리등의 양서류.귀이빨대칭이 논우렁이말조개등의 패각류가 우포에 살아 있다.

       

 

우포 늪

 

 

태고의 신비와 생태계의 보고인 우포늪은 인간 생명의 습지로 풀한포기 나무 한그루도 해를 주어서는

절대 안된다. 우포늪은 계절마다 그 자태를 바꾸는 모습에서 우리 인간의 모습을 엿볼수 있다.

매섭고도 지루한 겨울을 이겨낸 봄 우포는 물버들의 새 생명이 녹색을 피우고 자운영이 잔치를 연다.

여름이면 흔적을 감추었던 수생식물이 일제히 일어나기 시작한다.

물살을 멈추게 하는 마름. 자라풀.개구리밥이 녹색 융단을 깔아놓은듯 장관이다.

그리고 파란 하늘과 누런 황금물결이 일렁이면 늪 주변엔 하늘거리는 갈대와 억새가 가는 가을을 

배웅하고 대신 겨울 철새들을 하나 둘 불러 모운다.

긴 겨울 우포는 하얀눈이 내린 벌에 물새떼들의 유희는 잊을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

우포늪(UPO wetland)은 세계적인 큰 잔치를 열 희망에 부푼 가슴이 되어 있다.

바로 "2008년 세계람사총회"의 시발점이 이곳 우포로 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가는길 : 구마고속도 창녕 나들목 나와 우회전하여 우포늪 이정표를 따라간다.

 

 

 우포를 가다 만난 들꽃 익모초

 

 

 

 며느리 밑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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