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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경성]새들을 왜 부리를 닫고 날아갔을까

                                                                                                        간덴사원 천장터 / p r a h a

     

     

    새들은 왜 부리를 닫고 날아갔을까
               -간덴사원 천장터


    김경성


    아직 어둠 채 가시지 않은

    조캉사원 바코르 광장

    룽다를 건네는 사람들의 눈이 맑다 

    새벽빛 들어 올리는 라싸강

    황금빛 그물 드리우고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빛나는 말들을 걸러내고 있다

    얼마나 많은 말들을 이 세상에 쏟아 놓았는지

    오색빛 룽다, 실타래처럼 풀어졌다

    백양나무 건너 유채꽃밭 뛰어넘어서니

    굽이굽이 하늘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멀리 보이는 히말라야 설산 너머

    며칠 전 구름 뚫고 날아가 버린 새의 그림자가 있다

    간덴사원 천장터, 잿더미 속에서 찾아낸 사람의 뼈 몇 조각

    남겨놓고 싶은 그 무엇이 있어서

    새들은 부리를 닫고 날아갔을까 

    새의 몸을 빌려 하늘로 오르지 못한 뼛조각의 날개 펴는 소리

    천장터에 가득히 퍼지고 

    궁궁이꽃 지천으로 피어

    날개 밀어준다

    제 머리카락 뽑아 천장터에 던지며 코라를 도는

    사람들의 가슴 속으로

    라마승의 기도문 소리 파고드는 데

    새들이 남겨놓은

    아름다운 사람의 뼈,

    살아있는 동안 마음속에 가둬두었던 말 풀어내어

    꽃들의 뿌리 속으로 깊숙이 넣어두고

    흰 꽃 피어있는 언덕에 앉아 버스를 기다렸다

    깃털 검은 새들이 하늘 높이 날고 있었다




     

                                                                                                     간덴사원 / p r a h a

     

     

     

    
    

출처 : 인디고 블루 잉크
글쓴이 : 프라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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