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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경성]나무의 유적

     

     


      나무의 유적

       

      김경성

         

      얼마나 더 많은 바람을 품어야 닿을 수 있을까

      몸 열어 가지 키우는 나무,

      그 나뭇가지 부러진 곳에 빛의 파문이 일고 말았다

      둥근 기억의 무늬가 새겨지고 말았다 

      기억을 지우는 일은 어렵고 어려운 일이어서

      끌고 가야만 하는 것

      옹이 진 자리,

      남아있는 흔적으로 물결무늬를 키우고

      온몸이 흔들리도록 가지 내밀어

      제 몸에 물결무늬를 새겨넣는 

      나무의 심장을 뚫고

      빛이 들어간다

      가지가 뻗어나갔던

      옹이가 있었던

      자리의 무늬는, 지나간 시간이 축적되어있는

      나무의 유적이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고

      무늬의 틈새로 가지가 터진다, 잎 터진다, 꽃 터진다

      제 속에 유적을 품은 저 나무가 뜨겁다

      나무가 빚어내는 그늘

      에 들어앉은 후 나는 비로소 고요해졌다

       

       

       

       

      음악/ Kao - If I Loved You

       

       

       

       

       

       

       

출처 : 인디고 블루 잉크
글쓴이 : 프라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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