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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산길에서

장군봉 비알길 고단한 삶의 길

늘(2008. 4. 20.)도 홀로 산길을 가기위해 걸망을 챙긴다.

어디로 갈까 ?

홀로 가는 산길이니 적막이 드리워진 호젓한 산길이 최고다.

명산이 아니면 어떤가? 봄볕 가만히 마루금에 머물고 산자락 휘도는 솔바람 내음 그리고 그 바람소리 귓전에 머물면 만족이 아닌가?

남부내륙의 중심 거창. 

거창은 빼어난 산세로 곡선을 그리며 물처럼 흘러가는 산릉들이 많아 곳곳에 우아한 산봉우리들이 즐비한 고장이다.

특히 가조.가북면에 소재한 산군들은 산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해 주말이면 전국의 산꾼들이 이곳으로 와 호연지기를 기르다 간다.

필자가 처음 거창의 산과 인연이 된 산이 거창의 대표적인 산 보해산이다.

장군봉산릉과 보해산릉 사이로 펼쳐지던 운무의 장관과 솔향 그윽히 풍기며 융단 처럼 깔린 솔잎 푹신한 산길을 수해가 지난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그 후 이곳처럼 솔향 자욱하고 호젓한 산길을 만날수 가 없었으니 그리워 할수 밖에 ...

장군봉으로 가자. 지난번 의상봉에서 길을 놓쳐 가지 못했던 장군봉. 오늘 그곳에서 적막과 그리움을 함 만나보자.  

 

35번 고속국도를 달려 88고속도(2차선)함양 분기점 대구방면으로 접어들어 거창을 지나 가조 나들목에 도착하니 정오가 가까워지는 시각이다.

가조면사무소 앞을 지나 보해산 방면 지방도를 따라 가면 우측에 암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장군봉(935m)이 시야에 들어온다.

소림사의 돌표지석을 따라 농로를 따라 들어가니 병산마을. 산행들머리를 찾지못해 엉뚱한곳으로 한바퀴 돌다가 마침 들판으로 나가는 주민 한분을 만나

장군봉 들머리를 물었더니 이 길을 따라 소림사로 가면 오를수는 있지만 길이 험해 고생할낀데 한다. 이 분의 표정으로 보아서는 다른 곳으로 안내할 모양

이었지만 시간상으로 달리 다른곳으로 이동할 마음이 없어 인사를 하고 소림사로 향했다. 시멘트 포장의 소로길을 오르니 호젓한 솔숲옆에 자리한 소림사

를 만났다. 사찰 이름으로 보아 큰 절인줄 알았지만 산중턱에 자리한 아주 평범한 작은 암자가 고요에 빠져 조용하다.

미풍을 만난 솔가지는 쇠락한 잎들을 산객의 얼굴에 떨어뜨려 따갑지만 각시붓꽃의 잔잔한 자태와 발끝으로 연신 채이는 솜방망이는 산객의 발소리에

놀라 선잠을 깬듯 파르르 가녀린 몸매를 떨며 작은 얼굴을 들어 피식 웃는다. 지천에 모습을 들어낸 치나물이 사람들의 손을 타지않고 온전히 제 모습으로

터 잡고 있는걸 보면 이곳은 분명 인적이 뜸한 한적한 산길임에 틀림이 없다.

  

중턱에서 점심을 먹고 임도를 따라 내딛는 발걸음이 천근이다.

대숲에서 후다닥 뭔가 뛰쳐나가는 소리에 놀라 흐릿했던 정신을 집중한후 걷는다. 가다가 못가면 다시 날 잡아 오지뭐, 느긋한 마음에 산객은 조급할

마음없어 편하다. 거북이 걸음으로 임도가 끝날 무렵에 이 산길을 간 사람의 리본을 만났다.

위론 거대한 암봉이 혼자 오르는 산객을 조롱하듯이 내려다보며 딴전을 부리지만 그기에 주눅들 내가 아니다.

비알길이다. 어떤곳은 코가 땅에 닿을듯하고 어떤곳은 뒤에서 베낭을 당기는듯해 참 고단한 전진이 계속되지만 암봉위에서 만날 장관을 그리며 오르니

이 또한 즐겁다. 그래도 곳곳마다 피곤한 삶 뉘어 쉬게하듯 돌이며 넘어진 고목들이 의자가 되어 땀범벅이 된 날 보듬어 머물게 하니 "산과 나는 인간

세계에서는 존재할수 없는 영원한 천생연분의 인연"으로 만났다. 무릇 우리 인간사에 "영원"이라는게 어디 있던가?      

 

박한 암봉의 바위틈새에 뿌리를 내린 진달래가 꽃을 피우니 선홍빛이 더 선명하고 험준한 산세에 푸른 솔가지를 뻗은 소나무는 솔향이 더 진하다.

소나무와 진달래가 어우려진 천길단애의 벼랑에도 봄은 한가로히 너스레를 떨며 논다.

간혹 소리의 여운이 오래 남는 산새들도 협찬하며 부지런히 걸음하는 장군봉의 봄 향연은 흐릿한 날씨마져 깨워 능선을 향해 기진하여 오르는 산객의

마음을 개운하게 해 감기 기운마져 한방에 날려 보낸다. 

 

객이 사는곳의 산야는 벌써 진달래가 지고 철쭉이 대신 그 빈자리를 채워가는데 이곳은 이제 진달래가 한창이다.

고달퍼게 오른 산객 위안이라도 하듯 능선에 도열한 진달래가 참으로 곱고 붉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능선에 서서 선홍빛에 물들여져 갔을까?

오늘 홀로 능선에 선 필자도 선홍빛 물살에 떠밀려 장군봉으로 간다.

 

 

망무제의 장관이 연출된다.

건너편 아름다운 마루금을 그은 보해산 그 산릉을 따라 눈(眼)이가면 넉넉한 너무 넉넉한 수도산자락이 부드럽게 늘어져 있다.

그리고 우두산의 봉우리들 특히 의상봉과 그 너머 가야산줄기도 천천히 다가온다.

눈을 돌려 우측을 보니 임신한 미녀봉이 흐릿하게 보이고 널다란 가조 들판엔 풍요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간간히 시야에 들어온다. 

이렇게 가파른 비알길로 고단한 우리네 삶을 세삼 느끼게 한 이 산봉우리가 들녁으로 내려 놓은 산자락은 여인의 치마자락보다 더 부드럽지 않은가?

암봉 두개를 지나 드디어 장군봉에 닿았다.

세찬 바람이 땀젖은 등짝을 오싹하게 하고 이내 이 산을 내려서라며 등을밀어 산객은 아쉽지만 내려선다. 

해거름 비알길 내려서는 산객의 마음은 왜 이리도 허접할까?

 

 

 보해산릉

 

 가조 들판과 미녀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