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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산길에서

남도의 끝 그리고 땅끝 달마산

쪽 겨드랑이에 바다를 끼고 선 산마루에 봄기운이 돈다.

산 자락을 남도 끝 바다에 담군 달마산엔 봄을 재촉하듯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한반도 육지의 최남단.

그 땅끝에 톱니처럼 불끈솟아 고찰 미황사를 병풍으로 두른 바위산 달마산은 진나라 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신하들을 보냈던 藥山이기도 하다.

몇해전 4월 바위 틈새로 선홍빛 진달래 무던히 피어 다도해 물빛과 조화를 이루고 미황사 아래 동백은 아린 그리움으로 피어 낮선 길손의 발걸음을 더디게 했던곳

다시 그곳에 산객의 발길을 들여 놓으니 감회가 더욱 새롭다. 

울에서 봄으로 가는 시기

매화는 청초한 그 자태를 사방 퍼뜨려 지천에다 그 향기를 날려보내니 역마살 낀 산객 몸살나게 해 언제 매화마을로 가 오는봄을 반겨야 하지 않을까?  

해남,

거친 몸부림이 있는 바다를 가기전 완도의 상황봉과 낮선 길손의 고단함을 뉘일것 같은 보길도가 그 물살을 막아 산 아래 널다란 밭고랑에 초록빛 봄을 심어 놓았다.

점으로 둥둥 떠 있는 섬들을 그리워 하는 뭍은 산과 바다를 동시에 보듬고 있다.

성이다.

달마산은 은빛 번득이는 장성처럼 서서 비알길 진땀 흘리며 오른 산객의 신음과도 같은 숨소리도 삼켜 버릴듯 장엄하다.

몇해전 그땐 날등같은 암릉을 느끼지 못한것 같은데 달마산은 능선상에 솟구친 암봉들이 설악의 용아장성 처럼 늘어져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듯 시퍼런 날로 서서

산객을 내려본다. 그러나 아름다운 산세 비범한 이 산을 다시 찾아온 산객은 기경에 취해 가파른 비알길의 고통을 감내할수 있다.    

 전을 쇠(牛)등에 싣고가다가 소(牛)가 무릅을 꿇어 누운 그 자리에 불상과 경전을 봉안하여 의조대사가 창건했다는 미황사.

달마대사가 인도와 중국을 거쳐 배를 타고 해남으로 와 세계에서 이름이 하나뿐인 달마산에서 상주했다는 說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 산과 사찰덕에 천태만상의

바위 또한 모두가 부처를 닮은 형상이다. 호남의 금강산 달마산은 땅끝 마을에 솟아 예로부터 해남군 송지면 갈두산 사자봉과 함께 우리나라 지리의 기준이 되어왔고

일본과 중국을 잇는 해상 교통의 요충지라 적었다. 숨 돌릴 틈마져 주지않는 암릉이 스릴을 주고 다도해의 섬들이 완도의 상황봉과 함께 한결같이 바다와 살아간다.  

 

 

늘 산행의 시작은 송촌마을이다.

길 옆 등산 안내도를 지나 마을길을 들어서자 조용하다 못해 호젓하다.

남도답게 풋마늘이 손가락 굵기로 자라 푸른빛이 영락없는 봄빛이 되어 평화롭게 밭고랑을 채워 넉넉하다.

시멘트 길을 따라 좌측 리본이 깃발로 펄럭이는 산길에 들어서고 임도와 소류지를 만난후 개천같은 계곡을 지나 솔숲에 몸을 적시다 이내 성가시게 미끄러지는 너덜지대

에 도착하니 이마를 적시던 땀은 등짝을 타고 흘러 내린다.

 방이라도 뒤로 넘어질것 같은 아슬한 비탈길을 씨름하며 고통속에 오르다 잠시 멈춰서며 올려다 보니 암릉의 장관에 위안이 된다.

탄성소리 들리는 능선에 올라서자 달마산 암릉이 한눈에 들어오고 뒤로 두륜의 넉넉함과 앞엔 완도 상황봉의 부드러움이 지친 산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며 호수 같은

바다와 봄을 심은 옥답이 해풍 온몸으로 맞고도 초록빛이다. 지금껏 산을 오르는중 가장 고되다는 일행들의 넉두리에 절로 웃음이 나는것은 산 높이만 생각하고 조절없이

성급하게 오른 무지가 미소를 짓게하는 것이다.

 

 

 썬봉 아래 평원에 먼곳에서 찾아온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둘러 앉아 중식을 들고 있다.

산허리에 푸른빛이 도니 봄은 바다를 건너 이곳 땅끝 뭍에 닿아 잠시 머물다 더디지 않게 북상할 것이다.

겨울을 보내는 가랑비가 그치면 달마산 바위틈에서 아프게 진달래가 필 것이다. 그리고 능선마다 옥빛 다도해를 바라보며 추억의 배를 띄워 그리워 할게고 촘촘히

피어나는 아지랭이는 포말처럼 춤을 출 것이다.

과거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아쉬움 이기에 매 순간 현재가 중요하므로 우리 내 딛는 발걸음 하나가 추억이 되고 그리고 전설이 되어야 한다.

비는 그쳤지만 미끄러운 바위 날선 칼바위를 타고 오르내리기란 오늘은 너무 위험해 정상에서 미황사로 비탈길 위태위태 하며 내려섰다.

오늘도 동백은 어찌 그리도 붉게 피어 산객 마음을 짠하게 하는지... 

 

산행

송촌리 - 떡골재 - 관음봉 - 달마산 - 문바위- 문바위재 - 미황사 또는 사자봉재-떡봉-도솔봉-약수터-주차장

미황사-달마봉-문바위-사자봉-미황사

 

해남 서정리

해남 월성리 송촌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