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자락인 9월. 지난 여름은 참으로 처절했다. 가마솥 같은 열기로 밤잠은 설쳤지만 대신 밤하늘을 쳐다본 횟수가 많아 흐른 추억을 기억하기엔 좋았다. 다시 가을이 시작되어 애잔한 9월에 떠난사랑으로 컬러링을 바꾸자 지인들은 필자를 청승을 떤다고 야단이다. 왜 사람들은 나이든 티를 자꾸 낼려고 할까? 아직 기분은 몸도 마음도 스물다섯 같은데 말이다.
어느새 풀잎에 구르는 이슬이 정갱이에 닿으면 차갑다. 가을은 바람처럼 부드럽게 다가와 손에 잡히고 뭉개구름을 이고 선 연화산자락의 여름꽃들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갈무리 를 하며 가을꽃들에게 슬쩍 자리를 내주고 있다.
호젓한 길을 따라 산꽃들을 보며 가던중 정지비행을 하며 공중급유를 하듯 빨대를 들이댄 이 녀석의 비행실력에 필자 는 넋을 잃고 말았다. 벌도 아닌것이 새도 아닌것이 긴 빨대로 꿀을따는 녀석의 정체가 대체 무얼까? 꺾으면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마타리에도 꿀은 있나보다 쉼없이 노오란 꽃에 녀석은 떠날줄을 모른다.
헬기의 정지비행이 공중 급유기의 비행실력이 이 녀석과 비교가 될까? 한치의 오차도 없이 긴 빨대를 내린 모습이 영락없는 공중급유기의 급유 모습이다. 과학자들은 저런 곤충의 모습을 놓치지않고 하늘에서 비행중 급유하는 공중급유기 개발을 착안하지 않았을까?
녀석이 어찌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카메라 조작이 어렵다. 특히 부릅떤 녀석의 눈이 장난이 아니다.
학명 agrius convolvuli 나비목 <박각시과> 날개길이 42-50mm
박각시는 "벌새"와는 사뭇 다르다. 곤충이며 그 종류도 여럿이다. 꼬리박각시를 비롯 분홍등줄 박각시.제주등줄 박각시.녹색.포도.물결포도등 다양하다.
허 !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했던가? 그렇게 빠르게 이꽃 저꽃을 쉴새없이 비행하던 이 녀석이 왕거미가 쳐놓은 덫에 걸려든다. 거미의 움직임 역시 이렇게 민감하고 빠른줄 오늘 알았다. 자기가 쳐놓은 그물에 녀석이 걸린줄 알자 거미의 움직임 또한 재빠르다. 그러나 박각시는 혼신의 힘으로 날개짓을 가속하더니 위기를 벗어나 다시 마타리에 빨대를 들이대며 급유를 한다.
|
'☞ 포토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마다 상사화는 피건만... (0) | 2008.09.22 |
---|---|
호젓한 산길 벽방산 들꽃에 마음이 머무네 (0) | 2008.09.17 |
가을 문턱 (0) | 2008.08.06 |
남해 (0) | 2008.01.18 |
수묵화를 닮은 한국 나포리 통영 동호항 (0) | 2007.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