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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산길에서

수묵화 닮은 국립공원 가야산

 
"수묵화 닮은 국립공원 가야산(1430m)"
2008. 9. 6. 

 

 

국립공원 가야산은 경남 합천군 가야면, 거창군 가조면, 그리고 경북 성주군 수륜면에 걸쳐 있는 가을 단풍과 겨울설화가

유난히 압권인 산으로 조선8경중 하나이며 한국의 명산 15위권 안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린 유명산이다. 

대간이 지리를 가기전 용트림하며 힘찬 산줄기를 내리다가 김천의 황악산과 덕유산 사이로 손을 뻗어 웅비하듯 솟구치게 

한 산이 바로 수도산<여긴 단지봉도 있음>과 한국의 3대명찰 해인사를 자락에 품은 가야산이다.

오늘은 가야산 중 기억도 희미한 경북 성주군 수륜면 백운동 지구에서 우두봉(상왕봉)을 오르기 위해 걸망을 챙긴다.

 

경남.북 도계에서 바라본 가야산릉 과히 푸른솔에 쌓여 하늘과 닿은 출중한 덩치와 기개가 과히 일품이다.   

특히 빼어난 암릉미는 산 아래 사람들을 유혹하여 산속으로 끌어 들이기에 충분해 이곳에 온 사람들은 가야산의 넉넉한 품에

잠시나마 안겨 쉬었다 갈것 같다. 

 

 

산 사진작가,산 기자들,산을 그리는 화가,그리고 산을 주제로 글을쓰는 사람들이 가야산의 우두봉(상왕봉)을 거대한 해일에

올라탄 범선을 닮은 형국이며 대서사시의 서막이라고 과찬을 아끼지 않지만 필자에게는 처음 이곳에 왔을때<그땐 경상원우회

야유회>허기와 탈수로 서성재(?)인지 아무튼 넓은 공터에서 지역민이 지게에 지고와 팔던 천하 제일의 막걸리 맛 외는 딱히

기억에 남는 풍광도 그리움도 없어 오늘은 묵은 산객으로 단단히 가야산의 향과 멋에 취해갈 요량으로 백운동에 왔다.

국립공원 가야산 백운동분소 주차장에 도착하니 옛 영화는 다 어디가고 텅빈 주차장엔 필자의 차를 합해 꼭 3대다.

98년 그땐 주차를 이중으로 한 기억이 있는데 말이다.

 

유행가가 드러눕는 마지막 슈퍼를 지나자 가야산 야생화 단지와 관광호텔 그리고 식당들이 손님 맞을 준비를 끝내고 휴식에

들어있고 공원 관리소의 넉넉한 아가씨는 산행개념도를 건네며 완만한 산길뒤에 꼭 버티고 선 깔딱고개가 있음을 웃음으로 

전해줘 산객 사뭇 기대가 된다. 

    

 

지난 여름은 폭염과 가뭄이 계곡의 계류마져 마르게해 심산유곡이 아니면 좀처럼 청류를 만날수가 없어 삭막하지만 가야산

백운동은 그나마 수량은 적지만 암반을 타고 흘러내리는 옥류에 발목을 적실수 있어 좋다.

잘 다듬어 놓은 산길에 간간히 다람쥐가 길손을 반겨 심심하지 않고 푸른솔은 모두가 분재처럼 잘 다듬어져 가지고 싶은 충동

이 인다. 흔적없는 암자터에서 가쁜숨을 고르고 등줄기에 타고 내리는 땀방울은 이내 맑은 바람에 식혀져 상쾌하다.

 

 

지게에 지고온 막걸리통을 기울여 지친 산꾼들에게 목젖 적시도록 한사발씩 팔던 이동주부도 간데없고 너른터엔 쉬다간 

사람들의 흔적만 남아 발목을 잡는다. 용기폭포도 목이 타 우렁차던 옛 목소리만 골에다 걸어 놓았다.

융단처럼 부드러운 능선이 가슴을 확 트이게 하더니 옹기종기 솟은 석봉이 푸른옷을 걸치고 산객을 안는다.

멀리 남산제일봉 너머엔 그리움처럼 운무가 피고...

  

 

굴참나무숲속 중식을 들기 위해 너덜지대에 앉았다.

이른 아침 정상을 갔던 사람들의 하산 소리가 매미소리와 합해져 적막을 깬다.

편안하던 산길은 이제 바위지대를 오르는 깔딱고개다. 계단을 오르고 낙락장송도 만나고 그리고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는

가야산의 진면목이 시야에 들어온다. 고행과 인내 그리고 부지런한 발품이 없이는 도저히 만날수 없는 경이로운 풍광을 

보면서 산을 바위를 이름모를 산꽃을 가슴에 차곡차곡 담는다.

 

 

 

 

고요한 산중 바다속 마을 치인리 위에도 운무는 애절한 그리움 처럼 뭉개 피어 필자의 눈을 적시고 깃대봉으로 오르는 

능선엔 속세를 떠난자들의 애절함도 함께 핀다.

    

 

 

 바위틈새 비바람 그 척박한 여건속에서도 소나무는 푸른절개로 피어 속세의 어지러움을 잠시 내려두고 험한 산길을 올라온 

산객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어 지친 육신마져 편하다.  

 

 

  

 

 

 멀리 오도산도 아득하고

 

 

 

 

우두봉 아래 칠불봉에 먼저 오른 중년의 부부인지 사진을 서로 찍어주며 밝은미소가 하늘에 닿는다.

산은 또 그렇게 사람들에게 추억을 만들기에 좋은 장소가 아닐련지...

어슬퍼게 내리던 비가 그치자 오도산을 깃점으로 남산제일봉 수도산 단지봉 치인리 마을위 두리봉 깃대봉에 일제히 

깃발처럼 운무가 펄럭이며 아름다운 그림을 연출하고 기묘한 암봉들은 나름의 품세를 잡고 필자더러 누가 천하 제일인지를

선택하라고 아우성이다. 부드러운 능선과 암봉사이에 불타듯 단풍이 피면 무슨 그림이 될까?

눈을감고 상상을 하니 허허 숨이 막히지 않는가? 

   

 

 

산형은 천하의 으뜸이요 지덕은 해동의 첫째라 했던 가야산 

신라의 대학자 고운 선생은 말년에 가야산으로 들어가면서 '스님아 청산좋다 이르지 말게/산이 좋다면 왜 다시 나옵니까?/

먼훗날 내종적 눈여겨 보시오./ 청산에 들면 다시 안나오리라./ 로 이 가야산을 노래했다.

 

 

 

명산은 대찰이 있는법 법보종찰 해인사가 가야의 푸른 치마자락에 쌓여 평화롭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2007년 봄 국립공원 입장료 징수가 전면 폐지되자 남산제일봉의 등산로를 해인사 사유지라며 원형 가시

철조망으로 막고 관리인을 두어 산행객과 실랑이를 벌이던 살벌한 기억이 떠올라 대찰의 여유가 아쉬워 섭섭하기 한량 없었다.

 

 

 

우두봉<상왕봉 1430M> 정상이다.

분명코 불심이 붙여준 이름이리라.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그리고 넉넉하게 큰 눈으로 세상을 보라는...

필자의 눈은 어느새 이 길을 따라 달음박질 하듯 수도산을 간 능선을 응시한다.

부박령으로 내달려  두리봉<1133.4m>을 가고 분계령을 지나 상개금 목통령 용바위 좌일곡령 그리고 단지봉을 올라 구곡령

그리고 저기 저 수도산을...

오고 있었다. 느리지만 산정에서 아래로 가을이 오고 있다.

누이의 얼굴을 닮은 산꽃이 그러하고 볼에 여인의 속옷처럼 부드럽게 닿는 바람이 그러하다.

농익은 가을 가야산은 단풍보다 더 아름답게 물든 산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