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5대명산중 하나인 대둔산<877.7m. 전북 완주군,충남 논산시 소재>은 설악의 기암을 방불케하는 수려한 경관을 가진 산으로 산 동쪽은 기암의 전시장이고 산 서쪽은 수림이 울창하여 청정계곡인 군지옥계곡과 화랑폭포,수락계곡의 수락폭 석천암등 명소가 있다. 특히 대둔산은 정상인 마천대서 사방 내려다보는 절경은 극치로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않는 절경 이 즐비해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동국여지승람에 대둔산을 珍山의 鎭山이며 금산 땅이니 錦山의 山이라 적었다. 속리산 하면 법주사라 칭하듯 대둔산에도 태고사가 있다. 만해 한용운은 대둔산 태고사를 보지않고는 천하의 명승지를 말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대둔산 태고사 역시 그 유래가 매우 찬란했던것 같다. 대둔산의 압권은 단연 절정의 가을 단풍이다. 기암괴봉과 어우려진 단풍은 황홀경에 이르기까지 하니 대둔산은 과히 가을산임에 틀림이 없다. 또 한 대둔산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임진왜란의 전적지다. 태고사 앞 암벽에 새겨진 石門석문이란 글은 우암 송시열 선생이 쓴 글씨로 알려져 있으며 갖가지 전설이 깃든 산이다. 오늘은 기암이 가을 이야기를 바람에 전해 줄것 같아 대둔산을 다시 가본다.
배티재에서 길을 잃었다. 집단시설지구에서만 산행을 한 탓에 배티재서 665봉을 올라 낙조대를 거쳐 마천대를 갈 능선길을 놓쳐 몇번을 두리번 거리 다가 신작로를 따라 내려가 할수 없이 용문골로 들어섰다. 간밤 야영을 한 사람들이 아직도 숙면에 잠겨 있는지 무리진 산행객들의 발소리에도 기척이 없다.
배티재서 바라본 대둔산의 전경은 한마듸로 수석 전시장이다. 바위 사이 푸른빛은 얼마후 붉은 단풍으로 물들것이다. 그리고 구름다리위를 걷던 여인도 사내의 품에 살며시 안겨 황홀경 에 취해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할 것이다. 볼은 붉은빛의 홍시처럼 농익고 말이다. 대둔산의 기암 단풍은 너무도 화려해 식어가는 사랑도 다시 뜨겁게 지펴 줄 것이다. 용문골을 오르다 만난 작은 암자 신선암 산객은 무엇에 취해서인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우두커니 서 있다. 암벽아래 아슬아슬하게 이은 지붕이 위태해 보여 필자도 눈을 뗄수가 없어 한참동안 쳐다 보고 있었다. 설마 굿당은 아니겠지... 가을이 깊은것도 아니건만 대둔산은 인산인해다. 기암을 돌아 나오는 바람이 소슬하니 가을의 숨결이 불꽃처럼 대둔산을 물들여 갈것이다. 구름다리. 천상다리 모두 정체로 움직일수가 없다. 구름다리를 건너 너덜지대를 지나고 다시 천상을 향해 가는 계단 아래를 보니 행렬은 모두가 정지된 상태다. 깊고 그윽한 길,대둔산 마천대를 오르는 길은 이 표현이 제격이 아닐까?
정체.정체. 좁은 구름다리에 서다 걷다를 반복하며 간다. 푸른 잎사귀들이 붉게 물들지도 않았건만 왠 사람들이 저리도 많은지... 아마 케이블카 때문이 아닐까? 대둔산의 기풍은 구름다리에 서면 느낀다. 공중에 솟아오른듯 직벽의 암릉들이 마천대를 떠 받치듯 그렇게 힘주어 서 있는 모습이 우람하고 장관이다.
능선에서야 비로소 내 보폭을 찾아 마천대를 향해간다. 정상에 우뚝선 개척탑, 드디어 펼쳐지는 일망무제의 풍광이 파노라마가 되어 다가오고 멀리 천등산의 자태 또 한 위용을 갖추어 산객과 눈이 마주쳐 어느새 왈칵 달려가고 싶은 마음은 벌써 그 산 정상에 닿아있다.
사방 산그리메다. 첩첩 포개진 산릉의 용트림이 가슴을 뛰게하니 어쩌면 산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은 푸른 마음을 항상 가지고 살것이다. 산릉은 파도에 부서진 포말처럼 바람에 일렁이며 내게로 달려 들때가 가장 환상적이다. 간만에 필자를 따라나선 친구도 대둔산의 풍광에 만족을 하고...
대둔산에도 망부석이 있었다. 오메불망 사랑하는 님 기다리다 지쳐 돌이 된 망부석. 맑은산 기기묘묘한 암봉에서 벗어나 홀로 고고한 자태로 산릉과 뒤엉킨 망부석. 망부석은 어느곳이던 슬퍼다.
군지계곡을 내려선다. 마주 보이는 산릉이 너무 아름답다.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 산은 언제든 사람에겐 보배다.
계곡엔 물이 말라 굉음을 내던 군지폭과 수락폭도 겨우 실낱같은 물줄기를 내려보내 이것이 폭포임을 암시하고 심한 가을 가뭄 탓에 혹 이 가을 만산에 홍엽으로 옷을 갈아 입지 못할까 걱정이다. 가을은 가을 다워야 하는데 말이다.
대둔산으로 가을을 마중왔던 연인들이 잎 천천히 물들어 가는 수락길을 걸어간다. 몸에 닿는 바람이 이미 가을이고 계곡물 위 떨어진 잎사귀도 가을 이야기를 담아 천천히 흘러갈 준비를 한다. 몸과 마음이 함께 한 대둔산 가을맞이 산행, 아직 넉넉하지 못한 마음이지만 고통을 감내하며 부지런히 사람들을 받아내는 이 산을 담고 필자는 수락주차장에 닿아 난생 처음 고슴도치를 보고 신기해 했다. 다음주엔 지리산 언저리에 서 있지 않을까 ?
|
'☞ 먼 산길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느림이 아름다운 산행 덕유산(2) 눈이 빚어낸 마술 (0) | 2008.12.09 |
---|---|
느림이 아름다운 산행 덕유산(1) 지독한 임도를 만나다. (0) | 2008.12.07 |
황산도 울고 갈 월출산 구정봉 (0) | 2008.09.14 |
수묵화 닮은 국립공원 가야산 (0) | 2008.09.08 |
운무가 중첩하여 더 아름다운 경기 가평 운악산 (0) | 2008.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