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황산이 있다면 대한민국엔 월출산이 있다. 영락없는 거대한 수석전시장인 월출산은 산이라기 보다는 조형성을 갖춘 뛰어난 예술 작품으로 예로부터 이 나라 시인 묵객들이 찾아와 아름다움을 시와 노래 그리고 그림으로 남겼다. 국내 산중에서 이렇게 기암들이 형형의 모습으로 산 전체를 차지한 산은 드물다. 따라서 월출산은 자연이 아니라 자연을 초월한 예술이라고 이 고장 사람들은 서슴없이 말한다.
몇차례 월출산을 찾아갔지만 도갑사에서 오르는 길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보50호인 도갑사 해탈문을 들어서면서 단아한 모습의 석물<돌계단>이 오랜 세월을 말해주듯 지쳐 보이고 옛 터는 흔적만 남기고 있지만 단번에 대찰 이었음을 알수가 있다. 너른 경내의 고요함이 필자의 발소리로 흔들자 덩달아 풍경소리가 절을 깨우고 있다.
월출산은 굳이 필자가 설명을 하지 않아도 산 메니아들은 물론 일반 여행객들도 익히 알고 있어 오늘 필자가 간 길만 추억 삼아 적을려고 한다. 전남 연암군 영암읍, 강진군 성전면에 소재한 이 산은 1973년 도립공원으로 지정 되었다가 산세의 아름다움이 알려 지면서 1988년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 정상인 천황봉<809m. 혹 일제의 이름이 아닌지?>을 중심으로 사자봉.도갑봉.주거봉.구정봉등 봉마다 자락마다 기묘한 형태 의 수석들이 즐비해 과히 수석 전시장이다.
소백의 맥이 목포를 힘차게 달리다가 너른 평지에 잔구 형태의 돌출된 바위산을 들어 올려 놓은게 월출산이다. 백제의 왕인박사와 신라말 도선국사의 탄생지이기도 한 이곳엔 남쪽으로 고즈녁한 무위사와 서쪽엔 고찰 도갑사가 있고 바위 또한 서유기에 등장하는 인물<삼장법사.손오공.저팔계.사오정>들이 이곳에만 있다. 원래 영암(신령한 바위)은 교역하던 중국인들이 월출산의 삼동석을 보고 이곳에 훌륭한 인물이 날것을 시기하여 몰래 이 삼동석을 아래로 떨어뜨렸으나 그 중 하나가 스스로 제자리로 찾아 오르는것을 보고 놀라 "영암"이라고 했다는 설이있다.
이곳 산행길은 반드시 도갑사 일주문을 지나 문화재 관람료를 지불하고 해탈문을 들어서서 새로 불사한 거대한 사찰 좌측을 돌아나간다. 수량이 적은 용추폭포를 뒤로하고 조금만 숲길을 따라가면 도선국사를 기리는 누와 비석<도선수마비>이 서있다. 도선사계곡을 우측 겨드랑이에 끼고 오르면 간혹 소폭들이 이마에 맺혀오는 땀을 식혀줄 요량인지 정갈한 물소리를 시원하게 내지만 이내 눈물고개 깔딱고개를 만나 가다 쉬다를 반복하면서 올라야 하지만 속세의 잡다한 군상들을 삭이기에는 이런 고개 가 있어야 좋은산을 만나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뙤약볕을 받은 풀향이 진하게 코끝을 자극하면 여름을 부지런히 밀어낸 가을이 성큼 우리곁에 왔음을 말한다. 한땀 야무지게 전신을 적시며 능선에 올라서자 여린대궁의 새품 파란 하늘을 향해 손흔드는 미황재의 넉넉함이 참 여유롭다.
눈앞에 펼쳐진 월출의 위용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환상의 세계가 전개된다. 그렇다. 이 길이다. 월출산의 전부를 다 볼수 있는곳은 오늘 필자가 걸어가는 이 산길임을...
처음 월출산을 왔을때 바람폭포가 있는 바람골을 올랐다. 그땐 산을 오르는 의미도 모르면서 무조건 사람들만 따라 허겁지겁 기어 올랐다. 천황봉 아래 통천문 비알길에서 지쳐 밧줄을 놓고 되돌아 갈려는 순간 6-70대의 할머니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오르는걸 보고 부끄러워 천황봉을 억지로 밟은적이 오늘 새롭다.
허기진 배를 과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발봉의 수석을 감상한후 향로봉을 향해 일어섰다. 남으로 눈을돌려 또 다른 작은 수석전시장인 월각산을 찾아보지만 갸늠 할수가 없어 지도를 준비하지 않은 필자의 이 무례 마져 용서하는 산이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험한길이다. 우리 살아온 인생길 역시 이 길과 다름이 있을까 위로하며 구정봉에 닿는다.
향로봉 오름길
구정봉에서 바라본 천황봉의 위용
월출산 천황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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