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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산길에서

신이 내린 산 계룡산

이 내린 산 공주 계룡산


[글.사진 / 기산들 ]
2009. 3. 29.

 

 

 

    

     우리의 산 중에서 신이 자리잡은 산을 꼽는다면 아마 계룡산을 떠 올릴 것 이다.

    그래서인지 민족의 영산 지리산과 더불어 계룡산 또 한 영험한 산신이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신령의 산으로 불심이 맑은 봄 햇살 퍼지듯 산자락에 즐비하다.

 

    2009년 3월 29일 (음 3. 3.)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월삼진날을 동학사 일주문을 한참 지나서야

    후배의 물음으로 성보 박물관 벽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계곡과 바위속에 은거했던 계룡산은 무속인과 도인들의 무분별한 환경

    훼손으로 상채기가 심했던 곳이기도 하다.   

            

 

 

섬진강변엔 매화가 서럽게 지고 화사한 화개 십리 벚꽃길이 열렸으리라.

미풍에도 꽃잎은 눈송이 처럼 날려 섬진강은 꽃물이 흐르고 밀어를 나누는 연인들의 얼굴에도 분홍빛이 꽃처럼

피어날 것이다.      

그리고 다도해를 건너온 봄을 맞은 남도의 여수 영취산 자락에도 분홍 진달래가 융단처럼 깔려 꽃물을 쉼없이

옥빛 바다로 흘러 보내고 있을 것이다.  

     청마는 봄을 이렇게 노래했다.

     봄 !

     산은 온 만신이 간지러운 것이다.

     옆구리가 뒷덜미가

     엉덩이가-

     아지랑이에 눈도 매운 것이다. 

 

     3월의 끝인데도 계룡산은 이제사 산수유가  막 피었다.

     소문난 벚꽃길은 도자기 축제때나 볼수 있을련지...

              

 

      동학사 일주문을 지나는 행락객과 산객 

 

      동학사 계곡 초입 이제 막 핀 산수유에 빛이 고운빛이 내려 아름답다.

 

        

       갑사로 가는 길목 찻집에 서울의 시인과 친구분께 차 두잔을 미리 사두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할것 같아 너무 아쉽다.

      산행들머리가 동학사 옆길이고 하산은 은선폭포를 따라 동학사 길로 내려와야 하니 봄 향 가득찬 차 두잔을

      필자는 살곳이 없게 되었으니 혹 거짓말쟁이로 놀리시지는 않을련지...

 

      누군가가 인생을 새벽 별빛보다 더 짧아 가슴에 그리움을 살짝 숨겨두고 가끔 꺼내 본다고 했던가?

      철없던 유년의 고향이 그렇고

      산모퉁이 양지 바른 토담집이 그렇고 

      누구인지는 몰라도 마음속에 그리는 얼굴들이 그렇다.

      그래서 오늘 갑사 숲길 찻집에 차 두잔을 사두고 가지 못하는 산객의 마음이 아린다.

  

                         

 

 

        

신라시대 5악의 하나로 과히 부를만한 산세다.

       충남 제일의 명산으로 규모는 작지만 지리산 다음으로 국립공원에 그 이름을 올린 계룡산은 군사시설등으로 

       정상인 천황봉 접근이 불가능한것이 한가지 아쉬움으로 남고 4월 첫주쯤 이 산을 찾아 왔으면 산기슭에

       다다를때까지 화려한 긴 벗꽃길을 볼수 있었을것을- 참으로 아쉽다.

 

       허나 벚꽃이 없으면 어떠랴.

       계룡산은 산 자체가 바위 암봉으로 꽃과 신록과도 무관하게 하늘을 떠 받든 봉우리들이 불끈 솟아

       강한 인상을 준다.

       계룡산의 등산로는 9시간이 족히 걸리는 박정자 삼거리에서 장군봉 갯바위 신선봉 오뉘(남매)탑 삼불봉

       관음봉을 가는 길도 있지만 동학사 계곡을 따라 오르다 미타암 위에서 우측 비알길을 올라 오뉘탑을 올라

       갑사나 관음봉으로 가는길도 원거리의 산객들에겐 진한 감동을 주는 코스다. 

            

      

 

          

          

남매탑 오름길은 시작후 바로 너덜지대다. 

        한여름이면 짜증도 낼 만한 너덜겅 길이지만 좌 우 숲의 운치가 뛰어나 한땀 야무지게 흘리는 수고가 

        결코 헛되지는 않을것이다.

 

        스님을 사모한 여인이 그 뜻을 이룰수 없어 출가하여 사모한 스님과 함께 훌륭한 불자가 된후 입적하자

        그 자리에 두개의 탑을 세우니 남매탑이라 부른다 했던가? 

        남매탑이 선 이곳은 옛 "청량사지"다.

        청량사라고 새겨진 막새기와가 출토되어 절터임이 밝혀졌다.

        7층석탑과 5층석탑을 오뉘탑 또는 남매탑이라 부른다.    

 

        계룡산을 탐하는 사람들이 오늘도 남매탑에 모여 시끄럽다.

        남매탑에서 금잔디고개길과 삼불봉으로 가는 능선까지의 너덜계단도 사람을 지치게 하지만 점심후 

        신선봉 갓바위 장군봉 조망은 과히 탄성을 낼듯한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갑사로 내려서는 길.

        부처 세분의 모습을 닮았다는 삼불봉으로 가는 길.

        능선 사거리에서 어디를 갈까 망설이기에 충분한 산길, 필자는 후배와 처음 마음 먹은대로 삼불봉을 향한다.

              

 

 

 

 남매탑에서 금잔디고개 삼불봉으로 가는 고개를 오르기전 한땀내는 계단 비알길. 앞서 오르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지쳐있다. 

 

 

         해발 775m 삼불봉에서 계룡산의 전신을 훍어본다.

       용의 등줄기 처럼 뻗어 나간 쌀개봉 너머 천왕봉과 황적봉 문필봉 연천봉 능선이 비상하는 학의 날개짓이다.

       관음봉으로 힘겹게 보이는 철계단 오름길은 중국의 오악의 오름을 연상케한다.

       닭벼슬이다. 

       풍채좋고 때깔좋은 숫닭의 벼슬을 닮은 천길 벼랑을 여기서 본다.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는 관음봉 오름길은 신라 오악을 대변하듯 가파르다.

    예사로운 산세가 아니듯 

    계룡산은 쉽게 근접할수 없는 봉우리들을 늘어놓아 설악의 용아장릉을 연상케하니 그 운치는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이 갈것이다. 

    관음봉 정자엔 만원이다. 

    동학사에서 비알길을 오른 사람도 장군봉에서 남매탑으로 능선을 타고 오른 사람들 모두가 이곳에서 가파른 

    너덜길의 오름 때문에 지친 육신을 잠시 이곳에서 쉬게한후 목적지를 향해 가야 한다. 

 

 

 

 

 

 

  

 

  

    문필봉 연천봉을 아쉽지만 밀쳐놓고 용등날의 쌀개봉과 그 너머 정상인 천황봉도 남겨두고 내려선다.

    관음봉고개에서 은선폭포로 향하는 내리막 또한 수월하지가 않다.

    오뉘탑으로 오르는 너덜겅은 예고편이었다.

    숙어질듯한 비알길이 계곡에 닿을때 까지 우린 긴장하며 걸었다.

    후배는 한주전 지리산을 갔을때 보다는 몸 상태가 좋다는걸 보니 이제 스스히 건강한 산속에 빠지나보다.

    여전히 가뭄으로 은선폭포도 그 위용이 떨어져 있지만 한여름 수량이 풍부할땐 장관일것 같다.

 

 

 

 

 

 

 

    산 길목에 비구니들의 대찰 동학사가 있었다. 

    홍등이 아름드리 나무뒤로 춤을추고 합장하던 아낙들이 고요한 얼굴로 속세를 향해 계단을 내려선다.

    일주문은 동학사인데 그 안에 각기 다른 암자들이 공존한다는게 특이해 후배와 한마디씩 해보지만 

    애써 생각해 보니 단절은 내용과 형식에 치우쳐 져지르는 행위일뿐 현실로 통찰하면 그것은 별 화두가 아니다.

    나누고 

    퍼주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신명이 나고 푸짐한 일상이 될 것이다.

    절은 극락의 징검다리인가?

 

    어느 책에 이런 글귀가 있었던것 같다.

    극락에는 세차원이 있어 "가야할 극락" "만들어야할 극락" 이미 존재하는 극락이 그것이라고-

    우린 지금 존재하는 극락에서 살고 있지는 않을까.

    마음 하나를 다시 이곳에다 슬쩍놓고 남으로 남으로 길을 잡는다.

    혹한을 견뎌낸 옥빛 계류와 푸르게 변해가는 산자락 그리고 용아장릉을 능가하는 자연성릉의 암봉과

    화산의 오름길을 연상하게 하는 관음봉 오름길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이제 계룡산도 우중충한 겨울을 벗고 화사한 봄을 맞아 만산 봉우리마다 고운꽃과 신록을 피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