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계룡산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갑자기 거창으로 옮긴 이유는 눈물로 마감한 진양기맥(남덕유-진양호) 의 산줄기가 문득 그리워졌는지 모른다. 거창. 이곳 역시 '청정자연"속이라 그 옛날 신선이 노닐던 산들이 많다. 때묻지 않은 자연과 온 가족이 나들이로 즐기는 계곡, 그리고 고을마다 녹아있는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수 있어 거창은 좋은 산행지와 여행길이 된다. 용추계곡 입구를 지나 "바래기재"에서 필자는 차를 세우고 휴게소에 들려 금원산에서 기백산을 지나 이곳으로 내려오면서 안개비속에서 미로처럼 길을 헤며던 진양기맥 2구간(수망령-금원산-기백산-872.2봉-상비재-580.7봉 -바래기재)을 생각하며 주인 아낙에게 지금도 "진양기맥"을 타는 사람들이 이곳에 들려 피곤한 육신을 휴식하며 가는냐고 묻자 모두들 이 종주길은 너무 험해 두번 다시 이 산줄기는 타고 싶지 않다고 하더란다. 기맥종주 마지막날 진양호 에서 가진 해단식때 감동의 눈물을 함께 흘린 김해아우 가촌이 오늘따라 더 그립다 바래기재. 진양기맥 2구간 도착점이자 3구간 시작점에서 2003년 진양기맥 종주를 추억하다. 현성산. 필자는 이 산을 맑은산이라 부른다. 미폭이 맑고 빼어난 기암의 암릉이 토담처럼 정겹게 맑고 그리고 산 위 하늘이 맑다. 큰 산 금원산과 기백산 남덕유와 덕유산 주능에 묻혀 이름조차 크게 부를수 없어 더욱 외로운 산 그 산이 바로 현성산이 아닐까? 현성산의 오름은 미폭(米瀑)오른쪽에 난 좁은 산길에서 시작된다. 또 한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 계곡을 거슬려 올라와 미폭을 오르다 떨어져 몸부림 친 형상의 절벽을 올라도 되지만 길은 아니다. 미폭은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을 하기 위해 올랐다는 전설은 아무데도 없다. 예전 산 중턱 암자의 스님들이 공양을 짓기위해 쌀을 씻은 뜨물이 내려와 미폭이라 불렀다 하고 어떤 설은 절벽을 타고 흐르는 폭포의 물이 하얀 쌀처럼 보여진다고 해 미폭이라 불렀다 전한다. 가뭄으로 미폭엔 수십섬의 쌀이 떠내려 오지는 않았지만 조용히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자세히 보니 꼭 백미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미폭을 뒤로하고 솔숲 울창한 비알길을 따라 오르자 예전에는 없었던 시설물(데크, 목재계단)들이 설치되어 산객의 마음을 환하게 한다. 어느새 양지 바른쪽 솔잎엔 봄빛이 돈다. 솔가지에 제법 여러개의 리본들이 바람에 날리는걸 보니 몇해전 보다 사람들의 래왕이 잦아 이 산이 이제 조금은 외로움에서 벗어 난것 같아 다행이다. 솔바람이 미세하게 얼굴을 스치고 탁 트인 암봉에서 금원산줄기를 바라보니 2003년 눈물나도록 지독했던 진양기맥 종주길 중 안개비 자욱한 금원산 구간이 생각나 감회에 젖어본다. 그 산길이 그 후 필자를 산 과 의 끈질긴 연을 잇게할 줄이야... 현성산의 암벽 과히 장관이다. 금원산과 기백산이 거창 산군의 이상향으로 생각하고 여기 이 현성산을 그 산들을 보좌하는 산줄기로 치부할련지 모르겠지만 산 경관을 따진다면 이들 산보다는 현성산은 기암의 빼어남은 물론 선경의 조망은 이들 산과는 비할수가 없다. 한적한 암봉에서 필자는 행복한 묵상에 잠겨본다. 산의 정취, 산릉 기암의 수려함이 감동의 비경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현성산은 기암절벽과 하얀등대가 꿈꾸는 쪽빛바다에 외롭게 떠있는 섬같은 분위기를 연출해 처음 이 산을 오르면 꼭 남쪽의 한적한 섬 산을 오르는 착각에 빠지게 해 상큼하다. 기암괴석이 즐비한 능선에서 정상을 올려다 보면 거대한 해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선경이 된비알길의 고단함 도 말끔히 씻어준다. 필자의 몸이 산의 리듬에 잘 적응할때 쯤엔 잘생긴 소나무와 암반이 쉬어가게 하므로 현성산도 여유롭게 오르며 느림의 미학을 깨우치므로 부담없이 오를수 있다. 현성산도 바위 전시장을 방불케한다. 밋밋하고 부드러운 토산보다야 예각의 절벽과 기묘한 바위들이 긴장과 스릴을 주므로 천지와 합일되는 충만감에 전신이 부러러 떨리는 전율은 바위산에서 느끼는 희열이 아닐까? 그기다 장중함과 지덕을 겸비한 산세라면 그날 산행은 행운이다. 잠수함 바위 투구바위 정상에서의 조망은 영롱한 광채를 발하는 옥석처럼 맑은 거울이 천지를 비춘다. 계곡의 물을 담은 저수지의 물빛 이 옥빛이고 벌(들판) 또 한 봄빛이다.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처염상정이 여기다. 남덕유의 힘찬 기운이 금원산과 기백산을 들어 올려 지재미골과 유안청계곡을 덤으로 내려 놓았다. 큰 산은 어김없이 긴 계곡을 내리므로 그것은 곧 우리네 생명줄과도 무관하지는 않을 것 이다. 산은 존재의 모두를 인간에게 나누어 주는대도 인간 군상들은 편하게 산을 무너뜨리는게 안타깝다. 백두대간의 준령이 너울이 되어 신풍령을 향하는 모습에서 사람들은 왜 산을 그리워하는지를 알것 같다. 산마루와 하늘이 닿은 공간에 아직 다 만나지 못한 진한 그리움이 가득 채워져 애잔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내 산길은 그래서 기다림에 더 가슴 설레이는지 모른다. 대다수의 산 정상이 고통스럽게 오른 산객들의 마음을 채워줄 풍광이 없지만 현성산은 정상의 암봉도 그렇지만 사방 조망이 기대 이상으로 대단한 산 이다. 남덕유 오른쪽에서 향적봉을 내달리는 백두대간 줄기가 가슴에 희망을 담게하고 고산 금원산 기백산 이 넉넉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하산할 문바위쪽 능선은 꼭 암장 같은 암릉이 밝은 얼굴로 손짓해 옥빛 적막한 강가에 카약을 타고 가듯 여여롭게 내려 선다. 정상 바로 아래 삼거리 갈림길에서 금원산 또한 지척이라 길 동무가 있으면 주저없이 금원산을 향해 오르면서 호연을 길러라 굽이쳐 오는 금원의 산릉이 일상에 찌든 우리 육신을 청량하게 적셔줄것이다. 주변 볼거리 : 수승대, 지재미골. 금원산 자연휴양림. 유안청계곡등 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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