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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영산.
영원한 어머니의 산.
방대한 지리산의 최대 조망처인 삼신봉을 하동군 화개면에 소재한 쌍계사가 있는 쌍계계곡
에서 오르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삼신봉은 지리산의 장쾌한 산릉 전부를 조망할수 있어 청학동길은 늘 인기있는 산길로
이맘때쯤 외삼신봉의 단풍은 절정에 달해 붉은 융단을 산자락에 길게 늘어놓은것 같은
감흥을 해마다 맛볼수 있어 필자는 10월말경이면 설레임으로 다가간다.
오늘은 청학동길이 아닌 불일폭포로 가는 쌍계계곡을 올라 삼신봉으로 오르기로 하고
쌍계사 입구에 도착하니 이른 아침 햇살을 받은 도량이 세속에 찌든 필자의 마음을
부드럽게 잡아주니 출가한 착각으로 잠시 선을 넘은 기분이든다.
이른 아침 쌍계사는 고즈녁하다.
지리의 고봉들이 제각각의 붉은 융단을 자락에 내려놓아 그 기품을 뽐내더니 그 여세가
이곳 쌍계사 부근까지 막 도착해 만추의 휘날레를 장식할 태세다.
쌍계사는 신라 성덕왕21년(722)에 대비,삼법화상이 선종의 육조이신 혜능스님의 정상을
모시고 귀국 "지리산설리갈화처" 즉 눈쌓인계곡 칡꽃이 피어있는곳에 봉안하라는 꿈의 계시를
받고 호랑이의 인도로 이곳을 찾아 절을 지은것이 바로 고찰 쌍계사다.
경내에 들어서서 고목 밑 샘물로 목을 적시고 돌아서자 저만치 탐방객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이른 아침 도량으로 가는길은 호젓해 시심마져 든다.
번뇌와 물욕 모두 내려놓고 가라는듯 불일폭포로 가는 계단길을 오르는 모자의 동행이
이 아침 왜 저리도 편안하고 아름답게 보이는지...
문득 둘째를 막 출산한 딸이 애절하게 보고싶어 울컥한다.
아비와 귀한 인연이 되어 준것이 너무도 감사한 일인데 제대로 해준것이 없는것 같아
늘 가슴이 아프고 미안하다. 마음이 통했을까 딸 아이가 문자를 보내온다.
보내준 미역과 아기옷등 잘받았고 신종풀루에 조심하라고
산길에 들어서고 필자는 국사암으로 가는 호젓한 솔숲길에 취해 1400여년의 수령을 가진
느티나무 아래에 서 있다. 요사채 뒷편의 단풍이 참 곱다.
고요한 국사암을 뒤로하고 산길 언덕배기에 올라서자 작은 걸망에 디카를 든 중년의 사내가
암자로 가는길이 맞는냐고 묻는다. 저 길손도 홀로 길을 나서 이 길위에 서 있다.
요사채 뒷편 단풍이 곱다.
올해 설악의 단풍은 긴 가뭄으로 계곡을 제외한곳은 단풍색이 곱지 않다는 현지 지인의
이야기에 설악을 가지못한 아쉬움을 달래보기도 했지만 이곳 쌍계계곡 불일폭포 위에서 삼신봉으로
가는길엔 불타듯한 단풍이 필자를 흥분시킨다. 무슨말이 글이 필요할까?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
다 충족되는걸... 제아무리 고가의 카메라 렌즈가 감히 우리 눈(目)만큼 영상을 감지하고 담아 낼수는 없다.
산중 불일휴게소에도 가을이 내려 앉았다.
작년까지만해도 무인판매(음료수.캔주류등)를 하더니만...
결국 인간의 욕(慾)은 이곳 산중에서도 그 신뢰를 깨뜨리고 말았다.
왜 무인판매에서 유인판매로 바꾼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주인장은 대답대신 웃는다.
작은 주전자에 막걸리가 금 5,000원, 아래 속세에서 지고온 수고비가 포함 되었다해도
조금 비싼것 같지만 맛은 돈으로 환산할수가 없다. 컵라면(2,500원) 마찬가지..........
소망탑에도 온통 가을이 불타고 갈대로 이은 산속집 지붕에도 가을이 미끄럼을 탄다.
시각의 충만.심미적 아름다움. 삼신봉으로 가는 산중 단풍은 필자의 마음을 흡족하게 한다.
제때에 찾은 쌍계계곡, 때맞춰 길을 나섰다는 상쾌함이 가을볕처럼 와글거린다.
달은 태양의 빛을 받아 비춘다면 단풍은 무엇을 받아 저토록 빛나는것일까?
산이면서 깊은 바다같은 - 바다이면서 깊은 산중 지리산줄기 지금 그곳에 가면
불타는 단풍에 온몸이 태워질수 있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이토록 더딘것은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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