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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뱀사골 골마다 홍엽물결(2009. 10. 24)

   뱀사골 골마다 홍엽  
 [글.사진 / 운악 기산들 2009.10. 24.]

  

 

        

       오늘 필자는 출사를 겸한 산길로 뱀사골을 정했다.

       전날 퇴근후 지인과 막걸리 한잔씩을 나누면서 새벽3시에 뱀사골을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그 시간대에  기상할 자신이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허긴 어느 한곳에 미치지 않고서는 곤하게 잠잘 시간대에 일어나 어둠을 뚫고 달리는게

       어디 쉬운일이던가. 오늘은 뱀사골 입구 야영장에서 단풍제가 열리는 날이라 아침에

       출발했다가는 진입이 상당히 어려울것 같아 어둠속 안개가 자욱한 고속도를 미끄러져 간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35번 상행선은 한적하다 못해 무서울 만큼 고요하다. 

 

 

       

      새벽4시21분 뱀사골 입구에 도착하니 필자처럼 먼곳에서 한팀이 곧 도착하고 이어 경기 이천에서

      밤새 길을 내달려온 산악회 버스가 도착한다.

      깊은골 뱀사골은 산새들마져 아직 잠에서 깨어날 생각을 하지않고 짙은 어둠에 도착한 사람들도

      날이 밝으면 출발하자며 차에서 내리지를 않아 필자는 이마에 랜턴을 두르고 혼자 산길에 들어섰다.

      칠흑의 뱀사골에 혼자의 발걸음이 왜 그리도 무섭게 크게 들리던지...

      와운마을 입구 와운교에 도착해도 어둠은 그대로 남아 위 사진처럼 다리 상판 우측에 교량 표시등

      만 희미해 필자는 여기서 잠시 쉬면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기로 한다.

 

 

 

     

역시 방장산 지리산이다.    

느리게 어둠을 걷어낸 뱀사골은 긴 가을 가뭄에도 계류는 마르지 않고 맑은 소리를 내며 흐른다.    

여명의 부드러운 빛은 천천히 느리지만 도도하게 홍엽을 빛나게 하고 이내 필자 뒤를 따라온 사람들이  탄성을 내지른다.

수십개의 담 과 소 그리고 폭을 만든 10월의 마지막 뱀사골은 그렇게 청정 가을을 농익게 한다.     

 

 

 

      뱀사골은 지리의 마구할멈이 있는 노고단과 마주한 반야봉자락에서 시작하여 반선까지 장장 14km에

     이르는 긴 계곡이다.  사계절 아름다운 자태를 지녀 산객들은 물론 일반 탐방객들에게도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는 뱀사골의 유래는 정유재란시 석실부근에 위치한 "배암사"라는 절명에서 그 이름을

     얻었다 전하고 북사면의 계곡으로 "돌돌골"이라 하여 물이 뱀처럼 곡류한다고 하여 뱀사골이라 부른다.

     절벽과 소 반석과 어우려진 불타는듯한 계곡의 단풍은 피아골 단풍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뿐 아니라

     소룡대.탁룡소.병풍소.간장소.단심폭포등 명소가 즐비하다.

     과거 식량구입과 은신처가 은밀했던 터라 여순사건등 동족간 아린 역사를 함께한 장소이기도 해 

     뱀사골의 불타는 단풍이 어쩌면 애절한 자태로 보일수도 있다.

 

     오시는길 : 88고속도 - 지리산나들목- 인월 - 1084번 - 산내면 - 729번도로 - 뱀사골

        

 

        계곡에 사뿐히 내려앉은 가을이 은빛 계류와 어울려 장관이다. 

 

 

 뱀사골 가을은 물안개를 피운 계곡 돌틈에도 사뿐히 내려앉아 바람이 불면 속세로 떠내려갈 태세다.

 따라서 뱀사골의 가을은 단풍숲만 그 진가를 발휘하는것이 아니라 

 계곡에 자리한 낙엽에서 더 진한 가을을 느낄수 있다.

  

 

 

 

 

 

 

    산에서 만난 인연은 다시 산에서 보게 되는것일까?

몇해전까지 10여년간 산악회 책임자로 있을때 정기 산행때 몇번 뵈었던 여성 회원분을  깊어가는 가을 이 산길에서 만나 안부를 서로 물었다. 함양에 발령이 나 이곳에 근무할 기간동안에 지리산의 구석구석을 단독 산행할 예정이라며 오늘은 뱀사골을 올라 화개재를

지나 피아골로  하산한다며 종종 걸음으로 떠난다. 멀어져 가는 뒷모습이 바람을 가르며 간다.   

부럽다. 저 가벼운 모습이- 그리고 아직은 생기 철철 넘치는 40대라는것이...        

 

 

 

 

 

    

가을이 둥둥 떠간다.

속절없이-    서럽다는 생각이- 지난 시절이-     그립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것은 이젠 나이 탓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