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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그 산길

정동진 옥계일출.그리고 기마봉.


정동진 옥계일출.그리고 기마봉.


강릉은 참 멀다.
고래가 떼지어 사는 푸른동해의 물살에 잘씻긴 강릉은 그래서 먼 길 찾아온 산객들에게 기품있는 설악도 내려놓고 한겨울 눈속에 묻힌 산골 외딴집 초저녁 굴뚝위로 저녁연기 모락모락 피어 오르듯 대관령과 한계령도 춤추며 넘게한다. 이 나라 정동쪽 바닷가를 기차가 목터져가며 사람들을 내려 놓기 시작한 정동진은 드라마 한편에 시도때도 없이 도로를 주차장으로 만드는 별 희한한 시계 모래시계가 있고 산위엔 범선과 여객선이 대양을 향해 긴 뱃고동을 울리며 애잔하게 한다. 수평선 저 너머 망망대해에 기품있게 버티고 선 울릉과 독도에서 내달려온 검은 파도는 길고 긴 아름다운 망상 해변가에 속살보다 더 흰 포말을 겹겹이 포개며 밤새 길 재촉한 나그네 귓가에 살아있음을 속삭이며 사그라져 간다.


다시 열릴 새날을 마중하기 위해...



곱디고운 새해는 첫날 시작을 잠시 일러 주더니 검은천에 닿아 자맥질후 붉은빛을 토해내고 회색빛 하늘끝으로 달음질쳐 간다. 무한시간 동안 공유할수 없는것이 빠른 시간의 흐름 이제 새벽길 숨가쁘게 달려 새날을 함께 연 기차도 남겨두고 기마봉이 시작되는 밤재로 향한다. 산자락이 낮설지 않다.숨가쁘게 올라야하는 부담감도 없다. 부드러운 능선길에 연인들의 산책로를 닮아 먼 길 잠못이루며 온 해돋이꾼들에겐 최상의 산길이다.갈색으로 변한 나목에서 눈(雪)을 기다리는 어떤이의 겨울이 생각난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이곳의 소나무는 잎이 3개란다. 장쾌하게 희망의 빛을 선사한 해는 기마봉 정상에 오를때쯤 회색빛 하늘에 묻혀 여린 은빛을 발하며 우리와 멀어져 있다. 옥랑낭자와 윤복총각의 애닮은 사랑의 전설이 솔향처럼 묻어나는 기마봉은 연인과의 산행지로는 최적지다. 푸른 동해바다가 안기듯 펼쳐져 어느새 사랑하는이의 가슴에 안기고 싶은 충동을 느낄수 있을것이다.



밤재. 기미봉 산행들머리



기마봉

새해 첫 산행지. 희망을 노래하기 위해 의식에 가까운 정동진 옥계 일출산행. 타이밍도 장소도 더 없이 우리와 맞아 절망의 장막을 무너뜨리고 고고히 솟아오른 새해 새 해 여지껏 보았던 그 어떤 해돋이보다 엄숙해 새로운 감흥으로 믿음을 가슴에 심어 주었다. 외솔봉에 도착하니 정동진 작은 동산마루 범선 한척과 썬크루즈호가 대양을 향해 긴 저음의 뱃고동을 울린다. 가지지못해 주눅든 세인들 이들을 희망으로 데려가길 열망하는 필자의 마음에 정동진 옥계의 붉은해는 피멍처럼 각인되어 이 한해를 살아가리라.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희한한 시계 모래시계에 도착하니 한바탕 희망을 시계추에 달아놓고 떠난 여운이 적막이 되어 공허하다. 돌아오는길 서울사람들은 무엇이 그리도 빌것도 바랄것도 많은지 모두다 동해로 달려와 한꺼번에 도로로 나오니 모처럼 아니 난생처음 정동진을 간 우린 강릉에서 원주까지 5시간이 족히 걸리며 귀양살이 보다 더 진한 고통을 당했다. 한해 두해의 일도 아닌데 정말 특단의 대책이 없는건지...
텅텅빈 하행선 7번국도 이길을 가자고 처음부터 필자가 말했지만 말이많던 기사양반 끝까지 원주로 가자고 우긴 이유는 뭔지?
정동진 옥계일출.
그것은 분명 희망 이상의 어떤 의미를 가슴에 두고 가지 않았을까?
텅빈 겨울 들판에서 비상하는 철새떼 위로 집으로 가는 산객들 마음엔 또 하나의 추억을 적고 있었다.
글/기산들. 사진제공 / 퇴촌지기.기산들.





모래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