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5-6시간은 더 걸어야할 거리 부회장을 불러 장수대 매표소에 전화를 해 샘이 있는 위치를 알아보라고 하자 전화 통화가 안된다. 국립공원에 전화가 안된다니 긴급상황 발생시 전화 통화가 가능한 지역까지 죽어도 가야한다는 사실에 입에서 저절로 욕이 나온다. 이동통신넘들 수월하게 돈 벌일 궁리만 하다니... 휴대전화 안테나 두어개 서는 지점에서 전화를 해보니 대승폭포가 있는곳 까지는 물있는곳은 단 한군데도 없단다.
절망이다. 이럴때를 절망이라고 하는것인가?
이번 산행 운송담당인 천왕봉산악회 산행부장인 옥순식(새벽 오색으로 하산)이 마침 전화가 왔다. 필자는 장수대서 대승령까지 급경사 고난도 산세인줄도 모르고 목타는 절박함에 무조건 옥부장 베낭에 들어있는 물건 다 꺼집어 차에두고 막걸리 2병과 물 한통 사서 메고 대승령을 올라 귀때기청쪽으로 오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데 통화가 끊어졌다.
부회장은 필자를 보고 평지는 좀 빠르게 걷고 너덜지대나 오르막은 천천히 걷자고 하지만 허기진 필자는 보행시 다리가 자꾸꼬여 평지도 오르막도 그 속도로 진행하니 부회장 역시 필자 때문에 자기 페이스를 놓쳐 다리가 풀려 혹 필자를 원망이나 하지 않았는지...
젊은 그들. 그들이 물찾기를 고대하며 가파른 너덜지대를 오르는 몸은 천근만근이다.
그기다가 이틀동안 잠 한숨 못잤으니 더 지칠수밖에.....
앞서간 대원들과 필자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간다. 무전기를 꺼내 산행대장을 부르니 김재순 총무가 응답한다. 산행대장 위치가 어디냐고 묻자 총무와 둘이서 물 꼭 구해 오겠다며 계곡을 갔다며 "회장님 힘내시고 시원한 물 생각 하면서 걸음을 떼어 놓으란다". 기어 오르고 밧줄 당기고 바위를 넘어 한참만에 일행들과 만났다. 필자는 베낭을 풀어 대원이 펼쳐논 판쵸우의에 드러누웠고 지도를 편 부회장이 김재순 총무에게 물 구하려 어느 방향으로 갔느냐고 묻자 우측 이라고 하자 어쩌면 물을 구할수 있을것 이라고 한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백담.구곡. 백운동은 계곡마다 물이 철철 넘쳐 흐르는데 이곳은 계곡마다 물한방울 없으니 기가 찰 노릇이 아닌가? 1시간쯤 지나자 물에 빠진 생쥐처럼 전신에 땀 범벅이 된 총무와 산행대장 금보다 아니 생명과도 같은 물을 떠왔다.
이들은 길을 잃을까 싶어 내려가면서 나무가지를 군데군데 꺾어놓고 갔다는 말에 역시 전방에서 근무한 보병의 경험칙과 황매산에서 터득한 고도의 산촌 경험이 이룬 결과다.
바위틈새로 실낱같이 흐르는 물을 받아 고생 고생하여 떠온 물을보고 감사와 미안함이 교차하며 산삼보다 더 귀한물로 탄 목젖 적시고나니 살것같다. 이렇게 물이 귀한줄을 언제 느껴본적이나 있었나? 허기진 필자가 점심을 해먹고 가야 한다고하자 다시 그들은 밥지을 물을 가질려가고 이들이 오기전에 남은 사람들은 우선 남은물로 밥을 짖는다.
▲ 서북릉에서 바라본 인제 가리산(중앙)그 옆으로 삼형제봉이 하늘금 긋고
▲ 귀때기청봉 : 너덜지대로 인내를 시험한다.
다들 굶주렸다. 말한마듸 없이 주린배를 채운다. 험난한 계곡 위험을 무릅쓰고 물 찾아간 서성배 총무와 여효영 대장 2번째 물길러 따라나선 김영주 설악종주대원. 그대들이 있기에 오늘도 우리는 언제나 정넘치는 아름다운 산행을 할수있어 우리는 늘 행복하고 감사할뿐이다.
다시 힘이 솟는다. 속도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허기도 채웠고 물도있다.
이 기회에 필자들이 간 코스를 산행하실분은 소청대피소에서 잊지말고 충분한 물을 채우고 서북릉을 따라 장수대로 가기바란다. 대승폭 까지 샘은 전혀없다. 서총무와 여대장이 찾은 물줄기까지 갈려면 최소 1시간 이상 걸릴뿐 아니라 등산로가 아니므로 조난당할 위험이 있어 권할수없다.
제법 농담도 하면서 대승령을 향해 열심히 가지만 아직도 아득히 멀다.
부회장은 정말 힘든 코스라며 만약 오색으로 간 사람과 함께 이 길을 왔더라면 아마 한밤중에 하산하지 않을까? 세삼 그 쪽으로 간 사람들이 고맙다고 말한다.
봉우리에 올라 멀리 귀때기청을 바라보니 소름이 돈다.
주변 산세는 아름다운 자태를 희미하게 보여주다 말다를 반복하더니 결국 비를 뿌린다.
그래도 대원 모두가 볼것 다 보여주고 쉴곳 먹을것 다 먹게한 다음 비가 내리니 역시 멀리서 온 정성을 생각한 설악산신의 음덕을 고마워한다.
아직도 대승령 5.1km가 남았다. 험한 코스다.
물이 없는 지역이라 여름 산행은 모두가 꺼린다더니 역시 오는 도중 등산객 통털어 4-5명정도 만났을까? (한계령에서는 많이 올라옴)소청에서 대승령 코스를 굳이 분류하라고 하면 난이도 ★★★★★ 산행쾌감지수 ★★★★★ 주변풍광 ★★★★★ 이다. 유격의 하강코스도 있고 너덜지대. 암벽코스 그리고 늘 푸른 주목군락. 오랜세월 풍상 겪어며 자신의 안이 다 비워도 푸른잎을 간직하고 늠름하게 서있는 주목. 살아서 천년 죽어서도 천년을 의연하게 견딘다는 말이 실감난다.
서북릉의 주목은 그렇게 우람찬 덩치로 천년 또 천년을 살것이다.
1408.2봉을 오르고 1289봉을 넘어 조금 진행하니 앞서가시던 정기옥 선생님께서 길에 막걸리가 한병 놓여 있다며 마개를 점검하며 따신다. (아마 마개가 열려 있었으면 아무도 먹지 않았을것임. 그리고 필자가 옥순식씨에게 막걸리를 부탁하지 않았으면 의심감) 인제 막걸리 옥순식대원이 갔다놓고 내려간것이라 짐작하고 일단 한잔씩 마셨다. 꿀맛이다.
인제의 명경수라 그러 하겠지만 험한길 올라온 옥순식부장의 정성이 담겨있어 더욱 귀한술 아닌가? 일시에 피곤함이 사라지고 다시 두 다리에 힘이솟는다.
드디어 대승릉. 다행히 그다지 굵은 빗줄기가 내리지않아 산행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흑선동계곡과 장수대로 가는 안부에서 잠시 서서 휴식한후 대승폭을 향해 내려섰다.
가파르고 바닥이 험해 저절로 다리에 힘이 주어진다. 이 험한길을 옥부장은 필자의 애절한 당부를 거역못하고 막걸리를 지고 왔다니 세삼 미안하고 고맙다.
장수대서 막걸리를 두고간 거리까지 일반 정기 산행시 산행량 정도의 거리 및 난이도다.
들리나 폭포소리. 예 .들립니다. 와 !굉장하네. 그러나 수량이 적어 만족도는 ★★★ 은빛으로 떨어지는 작은 물줄기 천상에서 선녀들이 은하의 강을 건너 하얀나래 펴며 쉴새없이 내려온다.
먼 길 물떨어지고 허기져 고통받은 일행들 마음이라도 위로 할려는지 희한하게 비까지 그쳐줘 제빨리 기념 촬영까지 도와준다. (비오기 전 옥부장이 촬영한 대승폭 참조)
수량이 많았으면 정말 굉장한 굉음과 낙수로 폭포다운 폭포를 대원들에게 보여 주었을것을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것은 훗날을 기약함이 아닐련지? 사중폭포는 옆에두고 긴 계단을 내려오며 앞을보니 저 멀리 장수대 매표소 마당이 비에젖고 있다.
급경사를 내려와 계곡에 몸 한번씩 담구고 오색으로 내려가 수시간 기다린 대원들과 만나니 오후 6시다. 장장 12시간이 소요 되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매표소에 물어보니 귀때기청에서 물 떨어졌으면 엄청나게 고생할거라고 말하더란다. 매표소 직원들 그런말 하기전 [ 여기서 부터 ㅇㅇ 까지는 물있는곳이 한군데도 없으니 산행전 충분하게 물을 준비하라 ]는 안내판 하나 세워두면 안되었을까? (장수대 매표소. 중청 갈림길이나 소청대피소)물론 물 충분히 준비못한 우리들 과실이 더 크지만... 아울러 국립공원 거의 대부분이 휴대전화 불통 지역이다. 이래가지고 전자통신 아이티 부분 세계 최고라 자랑 하겠는가? 몇해전 지리산 폭우의 교훈을 까맣게 잊었는가 보다 .
우리에겐 아직도 선진국은 요원하고 인명경시다. 궂은비 비내리는 한계령을 넘어 양양을 갔다. 산지(동해)가 가까운데도 망할넘의 산오징어가 왜 그리도 비싼지 해마다 피서객 줄었다 한탄 하지말고 외지인에게 바가지 요금 씌우지 않으면 사람은 언제든지 가기 마련이다. 축배를 들었다. 힘든 산행이었기에 더욱 서로의 정이 무엇인지 단합과 배려 그리고 소속감이 무엇인지를 몸소 느끼지 않았는가? 필자는 언젠가 다시 강원을 그리고 설악을 찾을것이다. 이곳은 내 젊은시절 가장 행복하고 가장 가슴아픈 마음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아니 공룡릉에 운무 아스라히 하얀천 펴듯 젊은날의 푸른 그리움이 널려있기 때문이리라. 2004년 8월에 무시로 그리던 인제 그리고 설악을 함께간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름을 다시한번 새겨본다.
연로하셔도 젊은이 못지않은 힘으로 종주하신 정기옥 선생님. 신무림제지 산악부 패기있는 총무 김영주. 아름다운 자연산악회 하창준 운영위원. 그의 친구 안인홍 내외. 언제나 산길 즐겁게 해주는 희망산악회 구인회 총무. 낙남정간 종주대의 영원한 홍일점 김재순 총무. 그리고 자연산악회의 희망들 김상복 부회장.여효영 산행대장.서성배 총무. 너무 고맙습니다. 아울러 장거리 안전운행과 긴급보급에 책임을 다한 천왕봉 산악회 옥순식 산행부장께는 작은 설악을 드린다.
새벽 일찍나와 인사 못드린 용대리 포시즌 민박촌장 .
특히 강원의 밤 정넘치게 해주신 영지버섯 포장가게 어르신들께도 설악의 氣 계속 받으시어 천수를 다하시길 빌어본다. 시방 설악은 가을로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