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장 남은 달력이 초라해 보이고 이맘때면 괜히 더 춥다.
12월 송년산행 남도의 끝 고흥반도 팔영산으로 가기위해 시청앞으로 갔다.
오늘도 버스1대로는 이동이 불가능해 총무에게 봉고차를 불러 뒤따라 오라하고 먼저 출발했다.
자주 보이던 얼굴들이 뜸하고 대신 새로운 모습들이 대부분이다.
경상도계를 지나 다리 하나를 건너면 전남도계고 바로 섬진강 휴게소. 섬진강은 바다로 간다.
포구의 질펀한 삶을싣고 너른 바다로 오늘도 간다.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舊다리가 묻혀버린 세월을 말하듯 길게 물속에 잠겨있다.
휴일은 어느곳이나 도로는 차들로 분비고 오전 10시30분 우리는 도립공원 팔영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7-8대의 등산객들의 관광버스가 주차해 있는걸로 보아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산인가보다.
능가사로 가는 도로엔 이 고장 특산품을 파는 마을 아낙네분들이 강한 바람과 첫 대설추위와 싸우고 있다. 재래종 유자 고구마 냉이 고들패기 회향열매등 진열품은 어느 산밑이나 진배없다.
여느 도립공원과는 달리 팔영산은 입장료가 한푼도 없다.
호남4대 사찰의 하나였다는 능가사를 돌아 좌측 대숲길을 접어들어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맑은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제법 가파른길 40여분 쉬지않고 오르니 땀이난다.
선두를 1봉밑 능선에서 만났고 노인과 어린이들은 위험하니 우회하라는 표지석을 무시한체 좌측으로 돌아가니 강한 골바람이 사람을 날려버릴 기세다.
호수같은 다도해의 푸른물이 희미하게 보이고 작은섬들이 올망졸망 모여 팔영산을 보고있다.
1봉을 오르는데 위험하다 곳곳에 서리발과 얼음이 도처에 있어 후미에게 우회전 할것을 신신당부하고 어렵게 1봉에 올랐다. 바람이 매섭지만 가슴이 확 트인다.
모두들 조망에 탄성을 지르고 바다를 보고있다. 혼돈의 한해 저 바다에 버리고갈 요량으로... .
춥다. 강한 바람이 볼을 벌겋게 달구고 입이 제대로 다물어지지 않는다.
아슬아슬한 난코스라 봉우리밑엔 대기하는 사람들로 정체현상이 심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고 응달이라 온몸이 움추려든다. 고흥군에서 봉우리마다 수직절벽에 쇠줄과 계단을 설치한다고 무던히도 고생 한것이 눈에 보인다. 양팔 혼신의 힘으로 쇠줄과 고리 당기며 2.3.4.5봉을 오르니 허기가돈다.
멀리 대마도가 보이는가 싶어 사방 둘러보아도 1-2km후방은 개스로 모두가 회색빛으로 조망이 희미하다. 팔영산 봉우리중 제일 위험하다는 6봉은 오히려 철계단으로 수월 하였고 7봉인 칠성봉에서 사진을 찍었지만 기온 하강으로 화면이 엉망이다. 디지털도 이상기온에는 약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이렇게 급격히 화질과 노출이 엉망이 될줄은 몰랐다.
무릅연골 수술로 불편한 동생 걱정에 몇번 전화를 한후 산행대장과 총무에게 정상가는 헬기장에 점심식사를 하자며 8봉을 내려서니 앞서간 동산 회원들 상추쌈에 이미 포식하고 있다.
누가 팔영산을 8봉이라 했는가? 8봉우리 와는 조금 떨어져 있긴해도 팔영산은 분명 9봉이다.
좌측 골짜기로 편백림인 팔영산 자연휴양림이 보인다.
늦게 도착한 동생 일행들을 헬기장에 남겨두고 하산길인 탑재로 내려섰다.
능가사 팻말을 따라 20여분 내려가니 다 늙은 억새가 서산에 지는해를 받아 은빛이 너무 아름답다.
사람도 늙어면 저렇게 아름답지 못할까?
뒤돌아보니 팔영산 암봉이 한눈에 보이는데 조금 위에서 보면 7봉이 되다가 능가사 대웅전 마당 한켠에서 바라보면 8봉 팔영산은 우리와 그렇게 숨박꼭질을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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