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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그 산길

신불산. 그곳에도 태풍의 흔적이 있었다.

「신불산.그곳에도 태풍의 흔적이 있었다.
[글 . 사진 / 기산들 / 2003. 10. 5.]


태풍 매미는 수백년된 소나무 숲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갔다.

수만사람의 휴식처였던 밀양 강언덕배기 소나무숲은 찢어지고 부러져 쓰러진 소나무들이 흉물로 남아있다.

마치 지난 여름날의 추억마져도 앗아간듯이...
2003. 10. 5. 산행은 영남알프스의 산군들이 모여있는 배내재에서 배내봉 간월산 간월재 신불산 백련계곡으로

하산하는 이른바 가을산행의 명품코스다.

작년 10. 20. 강풍과 안개비속에 조망 한번 못해보고 온것이 너무 아쉬워 다시 그곳으로 갔다.

오늘도 맑은 날씨는 아니지만 그래도 고산준령 운문산 가지산 그리고 재약산을 조망하는 기분은 대단하다.

높은산들이 하늘금을 그리는것은 낮은산들이 그리는 산마루금과는 기분부터 사뭇 다르다.

20여분 966봉을 오르니 태풍이 할퀴고간 초라한 억새가 능선 오르는 산꾼들에게 가을을 이야기 하지만 왠지

씁쓸하다.

 

 

 

 배내고개는 이미 등산객들의 원색옷으로 가을이다.

능동산. 재약산 수미봉이 눈앞에 가득찬다.

언젠가 시간나면 지인 몇명과 의기투합하여 영남알프스 종주산행을 욕심내어 본다.

비박하는 텐트위로 보름달이라도 떠오른다면 아마 이 보다 더 아름다운 산행이 있을까.

숲이없는 능선 산행길이 이어진다. 키작은 억새는 망할넘의 태풍이 쑥대밭을 만들고 지나갔다.

아 ! 산이 바뀌고 있다. 잦은비와 엄청난 태풍으로 아름답지는 못해도 간혹 붉은빛이 돈다.

가을이 가을이 깊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가을이 있었다.

푸른창공을 가르는 행글라이드의 비상.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한마리 새다.

간월산에 올라 신불산쪽을 쳐다보니 점.점.점으로 이어진 차량들의 행렬 신불산 능선은 수백대의 차량들의

매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신불재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그림이란다.

특히 8월 초원능선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눈물이 날만큼 아름답단다.

다시 재약산쪽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산줄기와 산줄기들이 엉켜 봉우리가 꿈틀거린다.

왜 우리는 이곳을 영남 알프스라 하는가? 배내재에 올라서면 쉽게 그 해답이 열린다.

배내골을 사이에 두고 간월산 신불산.영취산(취서.영축)능선과 능동산 .재약산.향로봉.천태산줄기는 낙동강

으로 달려가면서 수많은 잔가지를 치면서 거대한 산군을 이루고 북으로는 배내고개와 석남고개를 거친다음

동으로 운문령 고헌산을 세우고 서로 가지산 운문산 억산 줄기를 밀양강까지 그 다리를 뻗는다.

앞서간 산행대장에게 점심식사할 자리를 마련하라고 했더니 신불산 밑 초원지대에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았단다. 작년 그곳 엄청난 바람과 한기에 어디 식사 제대로 하였던가.

신불재. 나들이 나온 가족들과 등산객이 어우러져 마치 가을소풍을 온 느낌이다.

차량 매연에 산은 숨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데도 간이 포장마차의 오뎅과 막걸리는 품절에 다다르고...




신불산 정상 영취산(1,092m)과 시살등(980.9m)이 독수리 부리처럼 날카롭게 서있다.

이제 백련계곡쪽 으로 하산이다. 쉽게 생각했던 계곡은 상당히 길다.

그래 1000미터가 넘는 산인데 그 계곡이 어찌 깊지 않겠는가. 작은 소도 만들고 작은 폭포도 제 몫을 다하며

아래로 맑은물 내려 보낸다. 2시간여를 걸었을까  드디어 작은강 하나를 건너 하산지점에 도착하니 식당 안주인이 버스 주차비로 언성을 높인다. 일금 만원. 이 소박하던 산골마을에도 이젠 인정이 많이 마른것 같아 아쉽다.피서철에는 그렇다해도 비수기때는 너른 공터에 사람들 모이게 하면 내년 여름엔 더 신바람이 날텐데...

아무튼 사람들이 인심을 흉흉하게 만들었어 주차장 허가나 내었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