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십년이다.
정사는 팽개치고 두번째 사신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이 사신마져 돌아오지 않는것이다.
분노에 찬 시황은 마침 황궁에 머물고있는 우리 조정의 역관에게 묻기를 해남 달마산으로 간 사신 둘이 돌아오지 않는데 혹 그곳으로 가는 물길이 드센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역관은 황제여 해남 달마산으로는 사신을 보내지 마소서 그곳에 간 사람은 산수수려함에 취해 모두가 돌아오지 않을것이요.
이후 시황은 해남 달마산만 빼고 불로초를 구하려 보냈다는 야사가 들려올만한 산이 아니던가?
2004. 4. 4.
달마산은 누구나 쉽게 갈수있는 거리에 있는산이 아니다.
한반도의 땅끝 해남 옥빛바다에 발담그고 고찰 미황사를 보듬고 완도의 상황봉과 마주하며 키큰 두륜산도 부러워 하지않는 어디에 견주어도 뒤지지않는 아름다운 산이다.
오전 11시32분 동백 붉게타는 미황사 입구에 도착하니 각양각색의 직립바위가 예사로운 산이 아님을 암시하듯 길게 늘어서 있다. 미황사로 오르는 길목엔 교배한 동백은 한번이라도 견줄수없는 야생동백이 진푸른 잎사귀속에서 얼짱 미소를 보낸다. 우측 미황사와 이별하고 좌측 등산로를 따라 50여분 오르니
다도해 물빛이 보이고 직립의 바위틈새로 진달래는 땅끝 4월을 노래하며 남도 특유의 넉넉함이 능선에 돈다. 이어 12시22분 정상에 오르니 봉화터엔 사람들로 붐비고 장관이 펼쳐진다.
쪽빛.옥빛바다. 바다라기 보다는 잔잔한 호수가 더 어울릴것 같은 다도해.
일엽편주도 걱정없이 떠 다닐 물빛좋은 호수다. 보길도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면 어떤가. 섬이라 부르기에는 너무도 아기자기한 작은 정원들이 물위에 두둥실 떠있다.
누가 해남읍을 감싸고 있는 뒷산을 해남 금강산이라 했나? 여기가 금강산이고 태백이 술치며 적흥시 줄줄 나오는 태산이다. 오악(五岳)은 중국만 있는게 아니고 여기 달마산도 오악이다.
바위가 아니다. 능선곳곳에 늘어서 있는 저것들은 망부석이다.
먼 뱃길 떠나간 지아비 오기만 기다린 땅끝여인네들 모두 이 산에 올라 망부가를 부르다 지쳐 돌이되고 그리움의 눈물들이 떨어져 귀촉새가 되더니 오랜 세월 떠돌지 못하게 바위틈새에 터잡은 진달래로 피는구나.
시황이 병마용을 만들어 땅밑에 감추어 놓았다면 이곳 땅끝 지아비 뱃길보낸 해남 여인네는 망부석이 되어 땅위에 서있다 .
기기묘묘한 바위군락. 설악을 능가하는 공룡능선. 수만개의 섬 띄운 다도해.
높지는 않지만 긴 능선과 봉우리마다 각양각색으로 전개되는 그림에 탄성은 저절로 나오고 얼굴을 간질고 가는 해풍에 5시간의 산행은 도솔봉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기암괴석에 싸인 도솔암을 우측에 두고 송신탑 우측을 돌아가면 임도를 만나 손에 잡힐듯한 바다 저편 의 상황봉도 다도해도 손흔들며 산객과 이별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