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으면 손에 잡힐듯 다가오는 젊은날의 추억, 불 붙듯 타 들어가던 그 열정의 날들이 그리워 몸살이 난다. 그리운 강원, 물안개로 희미하게 다가오는 스물두살의 푸른시절이 늘 그곳에 있어 해마다 휴가때면 어김없이 나는 그 길위에서 부질없는 추억의 조각들을 하나 하나 주워 담고 있다. 2010. 7. 28. 장대비는 거리 측정을 할수 없을 정도로 퍼부어 필자의 휴가 첫날을 시샘하지만 푸른시절의 추억을 찾아 길을 나서는 마음은 잔뜩 부풀어 영락없이 맑음이다. 이번 여행의 시작점은 출사지로 늘 마음속에 자리했던 경북 예천의 회룡포와 삼강나루터의 주막을 만나고 그리고 단양에서 하룻밤을 묵은후 "도담삼봉"을 본후 춘천으로가 남이섬과 청평사를 만난후 분단의 아픔을 가까이 느낄수 있는 양구 21사단 민통선안 "두타연"과 펀치볼, 을지전망대,를 거쳐 서화. 원통.인제.홍천을 거쳐 집으로 오는 3박4일의 일정이다.
회룡포, 물동이동이, 수년전 원우회지에 필자가 소개했던 육지속의 섬 회룡포다. 자연이 순수로 빚은 회룡포의 이름다운 전경을 볼려면 고찰 장안사가 있는 비룡산 전망대로 가야한다. 은빛 백사장을 승천하는 용의 몸부림으로 물굽이가 휘돌아가는 풍광은 먼길 달려온 길손의 마음을 흥분 시키기에 충분하다. 맑은하늘이 아닌 실비 내리는 흐린날 물안개가 산허리를 감싸도는 회룡포의 모습에서 옛사람들이 생각난다. 한편 요즘 분분한 강 사업으로 저 아름다운 회룡포의 본래 모습이 혹 훼손되지는 않을련지 걱정해보며 장안사를 들려 뽕뽕다리(곰보다리. 출렁다리)가 놓인 맑은 강을 건너 회룡포에 닿아 일상의 시름 한조각을 물에 띄운다. 회룡포는 경북 예천군 용궁면 대운리에 소재한 이 땅 아름다운 강마을중 한곳이다.
내성천과 금천이 만나 낙동강에 합류되니 삼강인가? 삼강나루터는 예전 1300여리의 물길을 거슬려 올라온 김해의 소금배가 간고등어로 유명한 안동의 하회마을 나루터로 가던 길목이다. 따라서 그 길목에 자리한 주막과 주모 그리고 탁배기는 수십 수천 수만명 민초들의 애환들이 잠시지만 행복하게 그리고 느리게 쉬어가던 안식처요 별천지가 아니었을까? 몇해전 이 땅 마지막 나루터 삼강주막집과 주모가 소개 되었을때 필자는 한걸음에 오고 싶었지만 사는것을 핑계로 이제사 거대한 회화나무 가지가 보듬은 주막에 도착하니 주모는 안계시고 객들이 휘 갈긴 낙서만 벽면에 가득차 그분을 그리워하고 있다. 술상을 받아와 객주방에 앉아 한잔술로 먼 여정을 달래본다.(기본 10,000원, 큰배추전, 묵한사발. 손두부. 그리고 막걸리 한주전자) 너무 아쉬운것은 촬영한 삼강주막과 나루터 사진이 필자의 부주의로 주막집 주모처럼 사라졌다. 이 또한 한번더 필자를 이곳으로 부르는 징조라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래야겠다. 참고로 삼강주막집은 예천군이 관리하고 있으며 매주 토요일마다 상설 공연이 있어 객들도 참가할수 있다.
건물 외관만 보고 들어간 단양읍 남한강변 모텔, 쌍발기의 이륙음 같은 냉방기의 소음에 잠을 설쳐 개운치않은 몸을 일으켜 도담삼봉으로 향했다. 남봉(중앙부분)과 처봉(사진 왼쪽)은 원래 금슬좋은 부부였으나 아이를 가지지못해 첩봉(사진 오른쪽)을 얻어 아이를 가지게 되어 이에 첩봉은 볼록한 배를 내밀어 과신을 하자 주눅든 처봉은 아예 고개를 돌려 앉게 되었다는 도담삼봉, 혼탁한 물빛과 오만상 다 찡그린 날씨 그리고 적은 수량등이 예전 몇번와서 본 도담삼봉의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다. 도담삼봉의 일출과 설봉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다는건 먼 거리의 이방인에게는 요원한 꿈이다.
단양 대강면에 소재한 사인암은 피서지로도 유명하지만 암벽의 위용에 매료된다. 수많은 사진가들과 행락객들이 이곳에 와 풍류를 느끼다 갔을 사인암은 고려말기 "사인"벼슬을 가진 <우탁>이 이곳에 휴양을 와 즐기다 간후 붙여진 암벽이다. 단양 관광을 전국에 알리는 알림이 역할을 톡톡히 한 바위벽으로 명산이요 미산인 "도락산" 제비봉을 갈때 만날수 있다. 이제 필자가 사는 진주와 흡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호반의 도시 "춘천"을 향해 길을 잡는다. 햇볕은 없어도 날씨는 왜 이리도 후덥지근한지...................
해거름 남이섬(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방하리)에 도착했다. 평일임에도 선착장 매표소엔 많은 사람들이 줄을서서 붐비고 객선은 해 떨어질때까지 가고온다. 남이장군의 유배지가 드라마(겨울연가)촬영지로 소개되면서 섬은 유적지에서 내.외국인들의 유명 관광명소가 된걸보면 드라마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이 간다. 남이섬의 중심 메타쉐카이어 숲에 들어서면 젊은 연인들은 어느새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마주 잡은손에 더욱 힘이 가해진다. 원래 남이섬은 섬이 아니었다. 40년대 청평댐이 생기면서 비로소 섬이 되었다. 절대적 휴식이 필요한 서울공화국 사람들에게 남이섬은 최고의 휴양지로 자리를 잡은듯 부산하다. 새벽엔 고요수목원이 되어 메타쉐카이어 숲엔 사진가들로 붐빌것 같아 필자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이곳 남이섬은 행정구역상으론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방하리지만 길은 경기도 가평군으로 통해 착각에 빠져든다. 양구로 가는길목에 자리잡은 고찰 청평사에 들려 잠시 쉬어기기로 하고 차를 몰았다.
고찰 청평사 가는길은 굽돌아 돌아가는 오름길이다. 속세의 번뇌를 산문에 닿기전 하나둘 내려놓고 오라는듯 숨차게 돌아 오르는 고행의 길 같은 가풀막길이다. 먼길을 달려온 필자의 작은차는 연신 가쁜숨을 몰아쉬며 올라 너무 딱하다. 역마살이 잔뜩낀 주인을 만난 내차들은 보통사람들을 만난 차량보다 년간 무려 2-3배는 달려야 하니까?
주차장에 차를세우고 계곡을 따라가자 밀집한 식당들이 청정계곡까지 임대한 것 처럼 검은 햇빛가리개를 쳐놓고 계곡물에다 평상을 설치하여 시원한 계곡이 있다며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에 저절로 눈살이 찌뿌려진다. 봉이 김선달 같은 상술은 그나마 해학이 있다지만 이들의 횡포는 도를 넘은 처사가 아닌가? 피서객들이 자유롭게 행복하게 사용해야할 계곡이 식당들의 상행위에 사용되어 식당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물한방울 찍어 바를수 없다면 이들의 처사는 당연히 비난 받아야 할 것 같다.(주차장 초입계곡) 만약 춘천시에서 계곡까지 식당들에게 임대를 했다면 더더욱 비난을 면치 못할것이다. 필자의 청평사 첫 길은 볼상 사나운 이들의 상행위로 매우 불쾌하다.
오봉산아래 터 잡은 청평사는 광종 24년(973년)에 세워진 백암선원을 1068년인 문종22년에 이의가 중건하여 보현암이라 했다가 1550년 보우가 극락전등 요사채를 다시 짓고 현재의 이름으로 고쳐 불렀다. 청평사엔 보물제164호로 지정된 회전문과 극락보전 소승방등이 남아 옛정취를 풍긴다. 현재의 규모로도 당시에 대찰이었음을 암시할 뿐만 아니라 건축구조가 다른 사찰과는 특이해 필자의 걸음을 느리게 하고 대웅전앞 계단이 풍기는 고색은 눈을 고정시킨다. 경내를 돌아 회전문앞 큰 마당에 내려서니 어둠이 필자의 등을밀며 길을 재촉한다. 포말지어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도 민초들의 한여름을 식히고 있다. 내일은 민통선안 그리던 두타연을 만나는날, 오늘 양구에서 맞는 밤, 길손은 쉬이 잠들수 없을것 같다.
극락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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