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이는 곱게 늙은 절집이라 하고 어떤 사람은 산속에 숨겨놓은 아주 오래된 절집 하나가 있다고 했다. 가을이 형형색색의 고운 비단으로 채색한날 필자는 딸 내외가 보내준 거금을 들고 회갑 자축 여행길에 오르면서 화암사를 볼수 있는 횡재까지 안겨 된 것이다. 사실 화암사는 필자의 여행지에 속하지 않은 전혀 모르는 절집이였다. 화순 운주사를 착각하여 완주 운주사로 네비에 입력을 시켜 목적지에 도착하니 지난 태풍으로 유실된 작은 암자로 날 데려다 준다. 주변 사람들에게 몇번을 물었으나 운주사가 틀림없단다. 이런 낭패가 한참을 머리속을 정리하다가 결국 시인 김경성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본즉 필자가 찾는 운주사는 전남 화순에 소재한 절이란다. 대신에 그곳까지 갔으니 좋은 절집이 있다며 "화암사"에 들릴것을 주문한다. 이곳으로 오던중 경천 주유소에서 주유할때 절명을 본것같아 다시 방향을 잡았다.
단풍없는 가을은 황량한 겨울들판보다 을씨년할 것이다. 포근함도 여유로움도 없는, 특히 비라도 내리면 그 쓸쓸함과 차거움이 사람을 미치게 할 것이다. 10월 말 화암사 가는길은 오색의 낙엽이 융단처럼 깔려있고 후두둑 홍엽이 볼을 적시는가 하면 속세의 추함을 색칠하듯 좌우 산등성이엔 단풍이 불을 지피고 있었다.
첫길이라 설렌다. 그건 기대하는것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비까지 얌전하게 내린다. 단풍든 숲의 고요가 얌전하게 내리는 비 소리마져 토닥거려 잠재운다. 아 ! 이렇게 고요한 곳에 산사가 있다니...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적막은 더 하고 간간히 래왕하는 중생들의 인기척이 무서움을 몰아낸다.
가을은 또 그렇게 깊어만 가고 속세로 향하는 홍엽들이 떠나는 가을이 아쉬운듯 동그라미를 그리며 회상한다. 또 한무리의 사람들이 늙은 절집을 찾아 오르고 계곡의 물은 어느 누구에게도 상처주지않을려고 소리없이 흐른다. 나무가 내쉬는 숨소리 필자가 가쁘게 몰아쉬는 숨소리 보는것과 보여지는것을 모두 담으려는 필자의 욕심이 있다해도 어찌 화암사 이 가을을 다 담을수 있을까?
인간세人間世 바깥에 있는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지 턱 돌아앉아 곁눈질 한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화암사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세상한테 쫒기어 산속으로 도망하는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 다리가 되고 벼랑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을려고 구름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
시인 안도현은 이렇게 화암사 내 사랑을 노래 했습니다.
필자가 사는곳에서 팔닿는 신라 천년고찰 옥천사의 자방루보다는 그 규모가 적지만 이 잘 늙은 절집 화암사 우화루의 고색도 위 와 손색이 없습니다. 미소가 좋은 보살은 다과상을 놓으며 방금 진주에서 오신분들이 놓고간 음식이라고 해 필자도 진주에서 왔다고 했더니 더 반갑다며 먹기를 권한다. 절집 뒤 불명산은 비가와도 단풍은 불타듯 하고 불꺼진 아궁이 위엔 스님이 다듬어 놓은 곶감이 잘 익어가고 있다.
아니 온듯 다녀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지 않아도 경성(시인)은 이 화암사에 발을 들여놓으며 절로 가쁜 숨을 몰아 쉬었을것이다. 그가 말하는 와온은 이런곳이 아닐까?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찾아온 이곳. 바람만 들었다 나가는... 오늘 나는 시인의 와온을 생각하며 늙은 화암사를 떠난다.
|
x-text/html; charset=UTF-8" hidden=true src=http://myhome.naver.com/gpgp8515/22/sunday.asf loop="-1">
'☞ 테마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섬 욕지도 1박2일 라이딩 (0) | 2013.08.26 |
---|---|
단종의 애환이 서린 청령포 (0) | 2013.07.24 |
가을 수채화 대둔산 (0) | 2012.10.29 |
북천 막걸리 장수 아지매는 안녕하실까? (0) | 2012.09.19 |
정선 스케치 (0) | 2012.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