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초록으로 번져 수묵담채화 같은 풍경속으로 들어갔다. 저수지 물결 잠시 흔들리더니 재두루미 낮게 날아서 둑 너머로 날아갔다 재두루미가 떨어뜨리고 간 깃털하나 내게로 와 몸에 붙었는지 견딜수 없을 만큼 가벼워지며 파문이 일듯 가슴 언저리가 저렸다 빛과 어둠이 섞이는 시간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꿈결 같아서 나는 깃털 떼어내지도 못하고 아주 잠시 하늘을 날았던 것 같기도 하고 저수지 밑바닥까지 들어가 물풀 몇 개 뜯어 하늘높이 치솟았던 것 같기도 하고
저물무렵, 내 안에 가라앉은 존재의 아름다움이여 수위 낮은 저수지 물결무늬에 갇혀 빠져 나올수 없다 해도 좋겠다.
김경성 시집 와온 중 저물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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